또 하나의 ‘1번가’…이번엔 시청자 불만 처리
또 하나의 ‘1번가’…이번엔 시청자 불만 처리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7.10.1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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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광화문1번가’ 콘셉트 차용, 언론연대 “의견 수렴해 공개 심사 요청할 것”

“여성 비하성 멘트, 대체 어느 시점에 웃어야 하나요?” “부산에 사는데 마포대교 교통체증 소식을 왜 들어야 하죠?” “우리동네 라디오 출력 좀 높여 주세요” “내가 낸 수신료, 사용 내역 좀 투명하게 공개해 주세요”…

[더피알=서영길 기자] TV나 라디오를 보고 들으며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생각이다. 방송사 게시판에 하소연 해본들 돌아오는 답변은 상투적이거나 그마저도 무응답으로 갈음하는 일이 빈번한 것이 현실. 이런 상황에서 시청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정부기관에 대신 전달해 주는 ‘지상파1번가’가 오픈해 눈길을 끈다.

지상파1번가 홈페이지 메인화면.

언론개혁시민연대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들이 뜻을 모아 16일 문을 연 지상파1번가는 메인 슬로건 그대로 시청자 불만을 대행해 처리해 주는 곳이다. 시청자들이 특정 방송사나 프로그램에 가지고 있는 불만이나 의견을 사이트에 표출하면, 운영자들이 이를 취합해 주무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에 전달하는 식이다.

지상파1번가는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과 취임 직후 대국민 소통의 소재로 히트쳤던 ‘1번가’를 콘셉트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화제성을 갖는다. 대선 공약 판매 사이트 ‘문재인1번가’와 국민인수위 정책 제안 플랫폼 ‘광화문1번가’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

이에 대해 언론연대 권순택 활동가는 “광화문1번가의 콘셉트와 사이트명을 그대로 차용한 게 맞다”며 “저희의 의도와 사이트 정체성을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던 게 광화문1번가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상파1번가는 단순히 시청자 불만을 전달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올 12월 말에 있을 지상파 재허가 심사에서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적극 수렴되도록 하는 게 일차적 목표다.

현행 방송법(10조)은 방통위가 재허가 심사를 할 때 시청자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청취하고 의견의 반영 여부를 공표하도록 하고 있지만 허울뿐이었던 게 사실이다.

이는 수치로도 잘 드러나는데, 언론연대 등에 따르면 지난 2003년 지상파 재허가 심사 당시 방통위에 접수된 시청자 의견은 0건이었고 2010년에도 15건에 그쳤다. 2013년엔 100건의 의견이 접수됐지만 당시 재허가 심사 대상 방송국이 262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방송국 당 시청자 의견은 약 0.38개에 불과하다.

시청자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지 않는 것은 방통위가 정해놓은 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방송사 재허가 심사 시 시청자 의견 제출과 관련해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 △방송 프로그램 △방송발전 및 지역사회 기여 등으로 내용을 한정하고, 제출방식도 우편·팩스·이메일로만 제한하고 있다.

특히 ‘시청자의 성명·주소·연락처 등 신분이 확인될 수 있어야 하고, 신분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접수 처리되지 아니함’이라고 적시해 개인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아예 의견을 표명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사실이 아닌 내용이 남발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방통위 관계자의 설명이지만, 개인 주소와 전화번호까지 적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며 의견을 제시하는 시청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권순택 활동가의 주장이다. 이런 이유로 지상파1번가는 우회적으로 방통위에 시청자 의견을 접수할 계획이다.

권 활동가는 “저희는 말 그대로 대행서비스다. 시청자들이 개별 접수를 할 땐 방통위 방침처럼 신분 확인이 돼야 하지만, 접수된 의견을 모아 단체명으로 제출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 “언론연대 차원에서 지상파 재허가 심사가 완료되기 전 시청자 (의견)참여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 공개 심사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방통위는 그동안 재허가 심사와 관련해 몇 건의 시청자 의견이 접수됐는지 어떻게 처리되는지 등에 대해선 비공개로 심사를 진행해 왔다.

방통위 관계자는 지상파1번가와 관련해 “언론연대와 논의된 바가 없어 딱히 내놓을 의견은 없다”면서도 “시민단체에서 시청자 의견을 제출하는 건 자유지만 어떻게 처리할 지는 접수를 받은 후 내부적으로 검토해 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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