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홍보맨의 스크랩 예찬론
2년차 홍보맨의 스크랩 예찬론
  • 온라인뉴스팀 (thepr@the-pr.co.kr)
  • 승인 2011.04.1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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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나홀로 텅 빈 사무실서 졸린 눈을 비비며 하루를 시작하는 홍보의 ‘홍’ 자도 모르는 2년차 신입 홍보맨. PR 전문지 ‘The PR’ 의 에세이를 쓰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았다.

2007년 군대를 전역하고 휴학 기간에 홍보실 스크랩 아르바이트로 입사해 정식 직원으로 발탁(?)된 신출내기 2년차 홍보맨. 사회 경험을 쌓기 위해 시작한 아르바이트가 인생의 방향을 바꿀 줄은 꿈에도 몰랐다. 홍보와는 전혀 상관없는 행정학 전공자이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홍보 업무에 큰 매력을 느끼고 열정적으로 일한 끝에 정식 입사라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됐다. 이러한 기회가 생기기까지 한결같이 아침 일찍 시작한 스크랩 업무는 나의 성실함과 책임감을 더욱 돋보이게 해준 일등공신이다.

스크랩은 홍보 업무 중 절대 빠질 수 없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업무인 동시에 홍보인을 괴롭히는 가장 귀찮은 업무다. CEO 및 임원들이 출근하기 전까지 그날의 홍보 성과를 정리하고, 언론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이슈를 보고하는 업무이기에 다른 직원들보다 하루를 일찍 시작할 수 밖에 없다.

선배들의 과거 시절엔 스크랩 업무가 지금보다 훨씬 힘들었다고 한다. 지금이야 인터넷이 발달하고, 스크랩 전용 프로그램이 있을 정도지만,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수작업으로 실제 지면을 쓱싹쓱싹 자르고 붙이고를 반복하다 어느새 복사의 달인, 편집의 달인이 다 된다고 했다. A4용지에 큰 사이즈의 기사를 담으려 이리저리 수작업으로 편집하고 복사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 시절 선배들이 대단하단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 스크랩의 과거와 현재

기술의 발달과 함께 스크랩 업무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스크랩 전용 프로그램의 등장이 그것이다. 수작업으로 하던 스크랩을 컴퓨터로 할 수 있는 획기적인 개선이 이뤄진 것. 종이 신문에서 벗어나 디지털화된 지면 기사를 접할 수 있고, 과거 기사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돼 매우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검색 기능을 통해 전 매체의 기사를 읽어보지 않아도 원하는 내용의 기사를 쉽고 빠르게 찾아볼 수 있게 됐으며, 가판 신문까지 사무실서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됐다.

이러한 업무 개선이 불과 몇 년 사이 업계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아침 일찍 홍보실 전 직원이 총 출동해 하던 스크랩 업무를 불과 1~2명이 컴퓨터에 앉아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끝낼 수 있게 되었고, 가판 신문을 확인하기 위해 발품을 팔던 수고 또한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전 매체의 기사를 하나하나 읽어볼 필요도 없이 검색어만 입력하면 내가 원하는 기사가 ‘뚝딱’ 하고 나온다. 얼마나 획기적인가? 나는 이런 시대에 홍보실에 있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하다.

# 2년차 홍보맨의 스크랩 노하우

3년간 스크랩 업무를 도맡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노하우도 생겼다. 이 자릴 빌어 몇 가지 이야길 하고자 한다. 우선 가장 정리를 잘 해야 할 부분은 당사 홍보실을 통해 생산된 기사 실적이다. 이유는 홍보실이 일을 잘 하고 있다는 것을 CEO와 임원에게 어필할 가장 중요한 증빙이기 때문. 기사를 선별할 때 매체의 중요도가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고, 기사의 제목과 크기, 밸류를 따져서 보고의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그리고 경쟁사 기사를 빠짐없이 취합하는 것도 중요하다. 단, 경쟁사 홍보가 잘된 부분을 어필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전략 정도만 알 수 있는 기사를 취합하는 것이 좋다.

그 다음으로 정치, 경제, 사회 등 주요 이슈를 스크랩할 때 가장 우선 시 해야 할 것은 기사의 크기와 헤드라인이다. 스크랩 이라는 것이 결국 지면 기사를 A4용지에 옮기는 작업이므로 너무 큰 사이즈의 기사를 스크랩할 경우 심한 축소 때문에 기사 내용을 도무지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한가지 이슈로도 매체별 다양한 편집과 크기의 기사들이 있으므로 적당한 사이즈의 기사를 잘 선별할 필요가 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헤드라인. 한눈에 읽어도 어떤 내용의 기사인지를 알 수 있는 헤드라인이어야 한다. 바쁜 CEO 및 임원이 기사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지 않아도 헤드라인 만으로 어떤 이슈가 있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 스크랩은 홍보의 기본

3년간 스크랩을 하면서 내가 느낀 것은 보도자료를 쓰고, 기자에게 좋은 자료를 제공하고, 식사와 술대접을 통해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크랩 업무는 더욱 세심하게 챙겨야 할 홍보 업무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스크랩을 통해 그날 생산된 기사들을 파악하다 보면 이슈를 분석하는 능력이 길러지고, 기사가 생산된 배경을 깊이있게 들여다보는 능력이 생긴다. 홍보실과 매체, 기자와의 관계부터 시작해 업계 홍보실 상황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으며, 언론이 필요로 하는 자료가 무엇인지,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를 설정할 수 있는 팁을 제공한다. 홍보인이라면 누구나 해야 할 이 작업, 홍보의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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