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희생적 사랑 아가페-헤세드
자기희생적 사랑 아가페-헤세드
  • 지영만 (kjyoung@the-pr.co.kr)
  • 승인 2011.04.18 17: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영만의 삶

‘사람이 무엇이기에 당신께서 마음에 두시고 죽을 인간을 아랑곳하여 보시나이까?(시편 8:6)’ 하버드대 에머슨홀에 새겨진 머릿글입니다. 최근 ‘태백산맥’ 의 저자이신 조정래 선생님과 점심을 같이하고 저녁에는 서울대 종교학과 배철현 교수님의 강의를 들은 후 김범수 아나운서의 가이드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샤갈전을 관람하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샤갈전은 세계 40여개 국 박물관과 개인 소장가로부터 180여점(약 1조원)을 가져와 전시하는 특별전이어서 어느 나라에 가서도 보기 힘든 귀한 행사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연히도 조정래 선생님과 샤갈이 전하려고 하는 주제는 인간의 최고 가치인 ‘사랑’ 이었습니다.

문학은 신이 주신 인간의 올바른 삶을 탐구하고 사랑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조언하는 활동이라고 합니다. 말이 갖는 시간과 공간의 제한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문자가 발명됐고 문자는 문학에 생명을 입히게 됐습니다. 문자로 쓰여진 최고의 글로벌 고전으로 성서가 있습니다. 성서는 세 가지 가치인 믿음, 소망, 사랑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흔히 ‘사랑’ 이란 단어는 3가지 종류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데, (1)육체적인 사랑을 의미하는 에로스, (2)정신적인 사랑을 의미하는 필리아, (3)자기희생적인 사랑을 의미하는 아가페(그리스어)/헤세드(히브리어)입니다.

사랑을 아낌없이 주고도…

육체적 사랑을 의미하는 에로스는 인생 목표를 존재에 대한 인식보다는 소유에 두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자기 id만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정신적 사랑을 의미하는 필리아는 타인을 의식하는 세계 속에서 자신을 정의하고 적당한 교류를 통해 행복을 찾으려 합니다. 친구나 동료 등과 맺는 인간적 사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가페/헤세드는 ‘자기희생’을 통해 선을 이루려는 삶의 철학이자 태도입니다. 샤갈은 성서의 위대한 인물들에게서 아가페/헤세드를 실행하는 인간을 찾았는데 그가 바로 십자가에 달린 예수였습니다. 신의 헌신적인 사랑을 의미하는 헤세드란 인간을 향한 신의 최고의 선물이자 인간에게 요구하는 최선의 삶의 형태입니다.

‘헤어지는 아픔을 드릴 수 없어 말없이 떠납니다.’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사는 소록도에서 43년간 봉사하다 홀연히 고향인 오스트리아로 떠난 마리안느(71), 마가렛(70) 수녀의 편지 서문입니다. 20대 벽안의 두 수녀가 장갑도 끼지 않은 채 환자들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며 헌신적인 치료를 해온지 40년이 넘었지만 언론에 자신들의 선행이 알려지는 것을 극구 꺼려 언론 인터뷰나 감사장, 공로패 수여를 모두 거절했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떠나기 하루 전에야 병원 측에 이별을 통보했습니다. 주민들에게 아픔을 준다며 ‘사랑하는 친구, 은인들에게’ 란 편지 한 장만 남기고 이른 새벽 아무도 모르게 도망치듯 섬을 떠났습니다.

갖고 간 짐이라곤 40여년전 들고 왔던 낡은 여행 가방 하나가 전부였습니다. ‘우리가 이곳에서 나이가 들어 제대로 일할 수 없고 자신들이 일하는 곳에 부담을 줄 때는 본국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자주 말해 왔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그 말을 실천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 편지를 보는 당신에게 많은 사랑과 신뢰를 받아 하늘만큼 감사합니다. 우리는 부족한 외국인으로서 큰 사랑과 존경을 받아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이곳에서 같이 지내면서 저희의 부족으로 마음 아프게 해 드렸던 일을 이 편지로 미안함과 용서를 빕니다.’

그토록 큰 봉사와 희생을 한 평생 실천하고도 부족함을 말하고, 오히려 큰 사랑과 존경을 받아 감사하다는 두 수녀의 모습에서 자기희생적 사랑인 아가페-헤세드의 의미를 헤아려 봅니다.

지영만

한국항공대 전자공학과 졸업/서울대 행정대학원 정보통신방송 정책과정 수료/

순천향대 산학연 정책과정 수료/NYU(NewYork University) 마케팅과정 수료/

1979년 삼성전자 입사/1998년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전략마케팅 팀장(이사)/

2001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마케팅팀장(상무)/2005년 제일모직 마케팅 및 홍보담당 상무/

2007년 제일모직 남성복 컴퍼니장(전무)/2009년 제일모직 경영고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