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든 부산경찰 가짜 몰카에 질타가 쏟아지는 이유
잘 만든 부산경찰 가짜 몰카에 질타가 쏟아지는 이유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7.11.0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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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내 부정적 이슈 연상시켜…전문가 “타이밍·테마 아쉬워”

[더피알=안선혜 기자] 몰래 카메라로 연상되는 각도에서 한 여성이 탈의 중인 모습이 비치고 있다. 잠시 카메라가 가려지고 다시 여성이 있던 자리를 비추는 순간, 섬뜩한 분장을 한 여성이 클로즈업되며 영상을 보던 이를 놀라게 한다.

“몰카에 찍힌 그녀를 자살로 모는 건 지금 보고 있는 당신일 수 있습니다. 경찰이 이 사이트를 지켜보고 있습니다”란 문구로 마무리되는 이 영상은 부산경찰이 만든 가짜 몰카 영상이다.

불법 몰카(몰래카메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고자 기획된 이 프로젝트는 하루 170개씩 경찰이 만든 가짜 몰카 영상을 파일 공유 사이트에 배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2주간 2만6000여명이 이를 다운로드 했고, 파일공유 사이트의 불법 몰카 유통량을 11%까지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 몰카를 보는 사람 역시 공범일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을 위한 캠페인이었다.

훌륭한 취지에 공공기관에서는 쉬이 찾아보기 힘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이지만, 이상하게도 이를 대하는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메시지에 공감하면서 새롭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지만, 해당 영상에 달린 댓글 중 상당수는 “여기서 쇼하지 말라”거나 “아직도 페북(페이스북) 안 접었나?”와 같은 반응들이다.

잘 만든 영상에도 이같은 질타가 따르는 배경에는 최근 부산경찰에서 불거진 이슈들이 중심에 자리한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당시 부실 대처에 대한 사과가 늦었던 점(관련기사 바로가기)이나, 경찰 간부가 화장실서 몰래 동료 여경을 훔쳐보다 걸린 일 등이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평소 공공기관답지 않은 남다른 드립력과 아이디어로 일찌감치 SNS 스타로 떠오른 부산경찰이지만, 정작 대중이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사안에는 침묵했던 전적이 일종의 족쇄가 된 것이다.

게다가 해당 영상이 얼마 전 조직 내에서 벌어진 불미스런 사건을 연상시키면서 불편한 시선이 증폭되는 분위기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는 “이전 문제(경감이 화장실 엿본 사건)가 연상되는 커뮤니케이션을 계속 하고 있는 셈”이라며 “사람들에게 다시 사건을 리마인드 시켜주면서 오히려 질타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커뮤니케이션 타이밍도 아쉬움이 남는다. 정 대표는 “본연의 업무에 문제가 있으면 홍보를 자제하거나 방향성·전략을 바꾸어야 한다”며 “전사적으로 보거나 지역 경찰청 차원에서 보면 가만히 있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잘 준비된 홍보 계획이 잡혀 있더라도 지금은 개별 KPI(핵심성과지표) 보다 조직이 처한 현실을 점검할 때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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