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이길_거부하는_소비자와의_새로운_관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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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지원 (jiwon@jnbrand.co.kr)
  • 승인 2017.11.06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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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텔링1+1] 구매보다 강한 유대감으로…고객 아이디어 흡수
브랜드텔링 1+1이란..?
같거나 다르거나, 깊거나 넓거나, 혹은 가볍거나 무겁거나. 하나의 브랜딩 화두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과 해석.

[더피알=정지원] 2017년의 시작에서 우리 모두는 정치적이었다. 국민 한 명 한 명 모두가 시국에 대한 자신의 입장과 견해를 밝혔다.

SNS는 거대한 담론의 장이었다. 그리고 담론은 ‘좋아요’에 그치지 않고 광화문의 촛불로 실체화됐다. 우물쭈물한 국회를 움직여 탄핵 소추안을 끌어낸 것도, 특검에 힘을 실어준 것도, 헌법재판소의 공정한 판결을 지켜본 것도 다름 아닌 이들 개인이었다.

지난해 11월 열린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 현장. 개개인의 의견이 실체적 힘으로 표출됐다.

다수 대중이 ‘좋아요’의 실체적 힘을 확인했다. 그래서 단언할 수 있게 됐다. 개개인이 강력한 미디어로서 지금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말과 행동을 개진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2014년 인터브랜드가 ‘개인의 시대(Age of You)’가 온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실감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수백만의 ‘좋아요’가 현실 세계에서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러나 온라인의 담론이 오프라인을 압도하는 몇몇 사건을 겪으면서 소비자들은 더욱 능동적 주체로 바뀌었다. 소비자와의 관계도 당연히 변화됐다.

커뮤니티로 더 강력한 유대

판매자와 소비자 혹은 브랜드와 충성고객의 구분을 뛰어넘는 것은 구매보다 더 강한 유대감을 제공할 때 시작된다. 이는 단순히 고객 멤버십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신념을 갖거나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떠올려보라.

이 곳에서는 누구나 의견을 말하고 함께 기획하며 모종의 산출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판매와 구매가 일어날 수도 있지만 그것은 끈끈한 관계망에 따라오는 부산물일 뿐이다.

2016년 5월 국내에 상륙한 룰루레몬은 사업모델 자체에 커뮤니티의 개념을 포함한 사례다. 1998년 캐나다에서 여성용 요가웨어로 시작해 ‘요가복의 샤넬’이라고도 불리는 룰루레몬은 자신들을 에슬레저(일상복처럼 입는 운동복) 브랜드라고 부른다.

국내 론칭 1년 전부터 쇼룸을 열고 앰배서더(인플루언서 역할은 물론 커뮤니티의 핵심을 맡는 운동지도자, 전 세계에 1500명의 룰루레몬 앰배서더가 있다)와 소통을 시작했다.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고객과의 커뮤니티, 소통’이기 때문이다.

“몇 개의 매장을 얼마나 빨리 오픈하는가보다 우리가 만들어가는 커뮤니티의 퀄리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앰버서더, 커뮤니티 그리고 우리가 진출한 도시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경청한다. 배움을 통해 지역의 특색에 맞는 브랜드가 되고 그 사회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룰루레몬 CEO 로랑 포드바가 포브스코리아를 통해 밝힌 것처럼 그들은 브랜드의 성장을 룰루레몬 커뮤니티의 성장으로 여긴다.

룰루레몬 요가 이벤트 현장. 출처: 룰루레몬 코리아 인스타그램

그렇기에 매장을 판매 공간이 아니라 커뮤니티의 거점으로 디자인했다. 고객들은 모든 제품을 착용할 수 있고, 함께 운동할 수 있는 참여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매장 주변의 스피닝(실내 자전거를 사용하는 유산소 운동) 스튜디오나 러닝 코스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제품 배송, 레스토랑 예약 등 고객 편의를 위한 컨시어지 서비스, 러닝 코스·맛집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디지털 커뮤니티 보드와 인터랙티브 맵, 룰루레몬 앰버서더· 운동선수·요가강사와 함께하는 무료 클래스 등 브랜드를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강화하는 과정도 섬세하다. 삼성 파르나스몰점 개점에 앞서 코엑스 야외공간에서 아웃도어 요가파티 ‘기브 러브 원 서울(Give love one Seoul)’을 열고 여름밤 야외에서 다함께 요가를 하는 진풍경을 연출해 스타일리시하게 요가를 즐기는 룰루레몬의 스타일을 보여줬다.

남자들만을 위한 요가클래스 브로가(Broga)나, 낮에는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기고 밤에는 캠프파이어를 즐기는 여름캠프 캠프요가BC(Camp Yoga BC, 국내에서는 아직 진행되지 않음) 등 다양한 타깃을 대상으로 TPO(시간·장소·상황)를 달리하며 다채로운 경험을 만들어내고 있다.

컬쳐로 불가분 인연을

CEO도, 내부 직원도, 중간 판매자나 협력자도, 그리고 고객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그 무엇이 필요하다. 자기다움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기업은 다양한 상황에서도 일관된 태도를 가질 수 있고, 고객은 보다 쉽게 브랜드와 소통할 수 있다. 단 예전처럼 기업 내부와 외부를 나눌 필요는 없다. 기업의 안과 밖 그 경계가 사라진 것을 극명히 실감하게 해준 사례는 배달의 민족이다.

배달의민족은 2016년부터 팬클럽 ‘배짱이’를 모집,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온·오프라인 이벤트에 초대하고,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배민문방구’의 신제품을 함께 제작하기도 한다. 이 관계의 독특성은 배달의민족과 배짱이가 배민 특유의 문화를 깊이 공유한다는 점이다.

배달의 민족 팬클럽 ‘배짱이’ 모습.

2017년 1월 배달의민족 흑자 전환을 축하하며 배짱이는 ‘흙자’를 보낸다. 흑자를 패러디한 ‘흙자’는 ‘자를 꽂은 흙’으로, 배짱이들이 팔도에서 채취한 흙이 담긴 컵 속에 꽂혀있다. 씨앗도 뿌려져 있어 앞으로도 무럭무럭 성장하길 바란다는 의미를 담았다.

흑자를 ‘흙자’로 축하하는 배짱이의 말장난은 배민 특유의 화법이다. 택배 상자에는 ‘택배왔다’라는 큼직한 글씨와 ‘60초 후에 공개됩니다’라고 쓰인 테이프를 사용하고, 배달통에는 ‘치킨이 타고 있어요’라고 써놓는 그들의 화법 말이다.

객석 잡지에는 ‘오리지널 내한치킨’, 웨딩잡지에는 ‘다이어트는 포샵으로’라는 카피를 큼직하게 쓰고 배민문방구는 ‘다 때가 있다’는 이름의 때수건(배짱이가 낸 아이디어다)과 ‘앉으면 내땅’이라고 쓰인 돗자리를 선보인다. 뭐라고 해야 하나. 말장난이긴 한데 그냥 흘려버리기에는 아까운 것들이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배민신춘문예 심사기준을 인용해 배민의 화법을 정리해보자.

“‘풋!’하게 웃기거나 ‘아!’하고 공감시키는 것”이 배민의 화법이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배달의민족 글꼴 주아체, 한나체, 도현체, 연성체가 있어 화법뿐 아니라 가시적으로 공유되는 코드가 있다. 화법이나 글꼴처럼 문화를 가시화할 수 있는 코드는 관계의 결속력을 배가하는 매개가 된다.

소비자와 새로운 관계 맺음이 필요한 지금 중요한 것은 어떤 형태로든 고객참여를 프로세스화하는 것이다. 고객의 의견과 참여를 기업 내부로 흡수해 가치 있는 결과물(제품이든 캠페인이든)로 만들어내는 프로세스 말이다.

배달의민족은 배짱이를 통해 고객의 니즈나 아이디어를 흡수하고 이를 서비스의 개선 혹은 제품으로 만들어낸다. 룰루레몬은 아예 커뮤니티의 성장을 브랜드 성장의 지표로 생각한다. 고객참여 프로세스를 내재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더불어 기업의 미션이 분명하고, 동질감을 형성하는 문화코드(배민의 화법이나 글꼴)를 가지고 있다면 고객관계를 더 쉽게 형성하고 더 강력하게 만들 수 있다.

정지원
제이앤브랜드(J&brand) 대표이사

정교한 맥락과 매력을 통해 이 시대에 필요한 브랜딩 솔루션을 찾아내느라 골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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