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는 빼빼로에게서 11월 11일을 빼앗을 수 있을까?
해태는 빼빼로에게서 11월 11일을 빼앗을 수 있을까?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7.11.0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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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브랜드라는 딜레마, ‘스틱데이’로 대응…미투전략으로 추격하려면 +ɑ 필요

[더피알=조성미 기자] “11월 11일은 토요일이니까 미리미리 마음을 전하세요.”

롯데제과가 광고를 통해 빼빼로데이(11월 11일)가 토요일이라는 사실을 적극 알리고 있다. 빼빼로데이는 여고생들의 우정으로 시작된 만큼 특별한 사람보다는 주변 지인들과 마음을 나누는 의미에서 많이 교환한다. 그런데 올해는 토요일인 탓에 ‘의리 빼빼로’ 판매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 한 발 앞선 준비를 당부하는 메시지인 것이다.

지난해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대형마트에 관련 상품이 진열되고 있다. 뉴시스

이는 빼빼로 판매 상황을 보면 더욱 이해가 간다. 1000억원이 넘는 빼빼로의 연매출 가운데 절반가량이 11월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파생상품의 매출까지 더해짐에 따라, 11월은 롯데제과를 비롯한 제과업계와 유통업계의 대목철이다. 두 팔 걷고 마케팅을 펼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실제로 올해 빼빼로데이를 맞아 롯데제과가 17종의 기획제품을 출시한 것을 비롯해 GS25는 ‘특템 세트’를 판매하고, G마켓은 ‘썸띵스윗’ 기획전을 진행하는 등 각기 차별화된 방법으로 시즌 특수를 공략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빼빼로 딜레마’에 빠지는 기업도 있다. 바로 유사 상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이다.

빼빼로데이라고 해서 꼭 빼빼로만 구매하는 것은 아니기에 대다수 관련 업계는 열띤 마케팅을 펼친다. 하지만 롯데제과와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제과업체의 경우, 빼빼로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해태제과는 하나의 돌파구로 2013년부터 오리지널 스틱과자인 일본 브랜드 포키를 국내 시장에 들여와 ‘스틱데이’란 이름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올해는 레인보우를 콘셉트로 9가지 기획제품을 선보이고 스틱데이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포키 출시 4년째인 지난해 시장 점유율 20%를 넘어서며 스틱과자 시장의 양강(兩强)으로 부상했다고 밝히는 등 빼빼로데이에 자칫 묻힐 수 있는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데 애를 쓰고 있다.

이와 관련, 황부영 브랜다임앤파트너즈 대표는 “어쨌든 데이마케팅의 주인공이 경쟁 브랜드이기에 (해태 입장에선) 빼빼로데이를 따르기도 어려울 것이고 그렇다고 직접 경쟁 제품을 내세우기도 힘들었을 것”이라며 “결국 제품 카테고리 전체를 내세움으로써 우려를 해결하려 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스틱데이가 낯선 것이 사실이다. 김지헌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빼빼로데이는 일종의 브랜드와 관련된 리추얼(ritual·의식)인데, 이러한 리추얼은 한 번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서 고착화되는 것이기에 다른 형태로 바뀌기 쉽지 않다”며 “스틱데이로 빼빼로데이의 가치를 희석시킬 수는 있겠지만 그 자체가 빼빼로데이의 대항마가 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미투(me too)브랜드의 태생에서 오는 한계에 맞닥뜨린 것이다. 후발주자의 경우 원조에 플러스알파가 필요한데, 스틱데이의 경우 이것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올해 해태제과 스틱데이의 기획제품.

김지헌 교수는 “빼빼로데이 자체가 이벤트의 성격이지만 넓은 의미에서 또 하나의 브랜드라 본다면 스틱데이는 일종의 미투브랜드”라며 “미투브랜드가 성공하려면 오리지널과 매우 유사해서 구분이 안 되거나 더 매력적이어야 하는데 스틱데이는 둘 다 아닌 듯하다”고 봤다.

황부영 대표 역시 “빼빼로데이는 자연발생적인 놀이문화를 재빨리 캐치한 결과지 기업이 작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라며 “이와 반대로 해태제과는 기업 주도로 데이마케팅을 진행함에 있어 재미에 기반해 의미를 찾는 식의 아이디어를 구사했으면 어떨까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언급했다.

가령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이자 지체장애인의 날이라는 점을 활용해 스틱데이와 ‘일어서는 지체장애인’ 테마를 엮어 감성적으로 잘 풀어낸다면 최소한 다른 의미로 접근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된다”고 황 대표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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