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사다준 베개 말고 이거!
엄마가 사다준 베개 말고 이거!
  • 브랜디스 김태완 (www.facebook.com/brandis365)
  • 승인 2017.11.2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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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디스의 팀플노트] 공간에 담긴 개인의 취향

[더피알=김태완] 인스타그램에서 ‘#인테리어’로 검색되는 게시물의 수는 10월 20일 기준 319만6109개에 달한다. 이와 더불어 ‘#집스타그램’ 140만 여개를 비롯해 ‘#집꾸미기’ 48만 여개, ‘#셀프인테리어’ 42만 여개, ‘#홈데코’ 44만 여개 등 인테리어 관련 수많은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지난 2014년에 한국에 첫 상륙한 이케아. 론칭 첫 해 연간 매출 3080억원, 고용 인원 913명 등 성공적인 경영성적표를 내놓았다. 또한 이 기간 누적 방문객의 수 670만명, 이케아 패밀리 멤버 수 60만명 이상을 기록하는 등 ‘이케아 열풍’을 일으켰다.

인스타그램에서 #집꾸미기 #자취방으로 검색된 이미지.

엄청난 양의 인테리어 관련 콘텐츠들과 이케아 진출의 놀라운 성과는 국내에 불고 있는 홈퍼니싱의 인기를 눈으로 보여주는 결과다. 홈퍼니싱은 집을 뜻하는 홈(Home)과 꾸민다는 퍼니싱(Furnishing)이 합쳐진 것으로 글자 그대로 집 안을 꾸미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단순히 인테리어 소품 및 생활용품, 가구 등을 활용해 집에 공을 들이는 것과는 다르다. 무엇보다 집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달라졌다. 집을 투자나 재산으로 여기던 것과 달리 오늘날의 2030세대는 ‘삶을 보내는 공간’으로 인식한다. 때문에 홈퍼니싱도 부모님 세대의 ‘집안 단장’의 개념과는 또 다른 차원으로 변모하고 있다.

홈퍼니싱 열풍의 배경

2030세대가 홈퍼니싱에서 일상의 소소한 만족을 찾게 된 배경으로 불안 심리를 간과할 수 없다. 한국사회의 청년층은 만성화된 경제 불황, 이에 따른 극심한 취업난, 그리고 치열한 경쟁과 각종 부조리를 수없이 접하며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여기에 갈수록 심화되는 빈부격차로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키는 ‘금수저’ ‘흙수저’와 같은 계층을 나누는 말도 더 이상 어색하지 않게 됐다. 이러한 극한 현실에서 2030세대가 정신적 회복과 삶의 변화를 위한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집’인 것이다.

화려하고 큰 집이 아니더라도 가족, 친구들과 혹은 홀로 아늑한 일상 공간에서 물질이 아닌 정신적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삶의 질을 바꾸는 경험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따라서 현명한 2030세대들은 심신의 휴식과 안정을 취하기 위해 집에 관심을 갖고, 이를 홈퍼니싱으로 활용해 자신만의 소소한 행복을 택하고 있다.

삶의 공간을 스스로 꾸미는 작은 홈퍼니싱의 소비는 저렴한 비용으로 비교적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취미이자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더 나아가 홈퍼니싱을 통해 적게 쓰면서 적당한 만족을 얻는 방법을 터득한 이들은 자기 자신에 알맞은 새로운 행복 구조를 거듭해서 찾아나가고 있다.

이렇듯 요즘 젊은층에게 집은 더 이상 의식주를 해결하는 장소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그보다는 삶의 휴식과 질을 높이기 위한 안식처이자 자신을 나타내는 표현수단으로서 더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특히 1~2인 가구가 크게 늘면서 ‘집=나만의 공간’이라는 인식이 더욱 뚜렷해졌다. 과거에는 엄마가 사다둔 집안 생활용품을 가족구성원과 공동으로 사용했다면, 지금은 개인 가구수 증대와 함께 혼자 사용하고 소유할 물건을 직접 구매하는 소비패턴으로 바뀌고 있다.

이케아가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는 홈퍼니싱 아이디어 연출컷.

젊은 세대의 또다른 자기 표현

실제로 이케아와 제휴를 맺은 신한카드의 카드 이용 고객의 표본 추출·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하반기 1인 가구의 인테리어 취급액은 2014년과 비교할 때 478%나 늘어났고, 이중 20~30대 비중이 과반을 넘는 62%에 달했다.

또한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하며 워라밸(Work & Life Balance, 일과 생활의 균형)을 직장선택 시 중요 기준으로 꼽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가장 사적이고 타인으로부터 침해받지 않는 소중한 공간 확보의 필요성이 커졌다.

자신만의 취미활동으로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찾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 타인과 차단된 방에서 오로지 ‘나만의 휴식’으로 음악과 영화를 감상하고 피규어 수집이나 실내 오락 등의 개인 취향으로 공간을 꾸미는 것이다. 이렇게 단순히 분위기를 바꾸는 인테리어가 아닌 다양한 개성 표현의 목적으로 홈퍼니싱의 형태가 진화하는 추세다.

여기에 SNS 일상화와 1인 가구의 증가로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하는 개인주의 문화는 젊은층을 더욱 더 나만의 공간 만들기에 집중하게 만든다.

하지만 홈퍼니싱의 유행에도 부작용은 있다. 인테리어와 SNS가 만나 홈퍼니싱이 빠르게 확산된 만큼 오로지 보여주기만을 위한 인테리어, 자기자랑과 타인의 부러움을 유도하기 위한 단순 소재로 여겨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나’라는 표현이 익숙한 ‘1인칭 세대’의 20대는 SNS를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인증하고 노출시켜 타인과 구분 짓고 싶어 하지만, 과시 목적에만 치중해 자칫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할까봐 불안해하는 새로운 병에 걸릴 수도 있다.

‘나다움’이 아닌 ‘남과 다른 나’를 위해 SNS에 인증하고 ‘좋아요’를 갈구하며 끊임없이 주위로부터 인정받으려는 행위가 가장 편안해야 할 집마저 스트레스를 만드는 곳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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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을 통해 나와 이 사회의 성장을 이끌어가는 세종대학교 브랜드 전략 연구회. 캠페인 및 커뮤니케이션 사례 등을 마케팅을 배우는 학생의 시각으로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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