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와 거짓말
홍보와 거짓말
  • 김광태 (doin4087@hanmail.net)
  • 승인 2011.05.1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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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의 홍보 一心

어느 누가 거짓말 한 번하지 않고, 인생을 보낼 수 있을까. 약속 한 번 어기지 않으면서 인생을 보낼 수 있을까…. 최근 우리 사회에 불어닥친 거짓말 열풍,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세종시에 이어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과학비즈니스벨트 번복, 대학 등록금 반값, 일본 방사능 물질 유입 등….

경위야 어쨌든 참으로 국민들 입장에서는 믿음에 대한 실망감으로 불신의 골이 너무 깊게 패였다. 어찌 보면 경쟁 시대에 살아가기 위해 거짓말은 약방의 감초요, 필요악이라 볼 수도 있다. 속고 속이고 그러면서도 또 믿고 믿음에 의지해 가는 인간사…. 그래서 믿을 건 신(神)밖에 없다며 신앙생활에 빠져든다. 옛날에 ‘세상은 요지경’ 이라는 노래 하나로 일약 스타가 된 가수가 있었다. 그녀는 노래 가사대로 온 세상에 ‘짜가’ 가 판친다고 열심히도 외쳐댔건만 정작 본인은 사기를 당해 파산했다.

세상 모든 직업 중 거짓말에 대한 유혹이 제일 심한 게 홍보가 아닌가 싶다. 회사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기에 남들보다 과대포장해야 이길 수 있고, 위기상황이 닥치면 무조건 사실과 다르다고 강하게 주장해야 위기를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30년 가까운 홍보 생활을 하면서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했다.

‘세계 최초’ ‘절대 아니다’ ‘사실과 다르다’…

한때 삼성과 LG가 기술력 우위 홍보전을 심하게 펼치던 적이 있었다. 그때 보도자료에 단골로 등장한 문구가 ‘세계 최초’ ‘국내 최초’다. 물론 당시 여건상 언론이 자체적으로 검증할 방법은 없었다. 언론은 업계를 믿고 크게 보도했다.

그러던 어느 날인가, 최고경영자가 일본 출장길에서 큰 망신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엊그제 발표한 ‘세계 최초’라는 개발이 일본에서는 이미 옛날에 개발된 제품이라는 것이다. 귀국하자마자 불호령이 떨어졌고 그후 최초라는 말은 보도자료에서 사라졌다. 사실 개발자가 최초가 아니라고 해도 최초라고 믿고 싶은 게 홍보맨의 마음이다. 그래야 기사가 커지기 때문이다.

홍보맨이 거짓말을 하게 되는 또 하나의 경우는 위기상황에 봉착할 때다. 그럴 때 대부분의 경우 사실 여부를 떠나 기자 질문에 무조건 ‘절대 아니다’ ‘사실과 다르다’ ‘사실이면 내 목을 걸겠다’며 강한 부정부터 하고 본다. 사실 회사를 위기상황으로 몰고가는 중차대한 비밀사항은 홍보부서는 거의 모르고 있는 게 태반이다. 왜냐하면 경영진 입장에서는 언론을 수시로 접하는 부서라 혹시라도 알려주면 기자들에게 새 나갈까봐 두려워서다. 하물며 언론에 보도되기라도 하면 무조건 홍보 책임이라고 한다.

홍보맨들끼리 푸념조로 하는 말이 있다. “남이 싸놓은 똥에 주저앉는 게 홍보”라고…. 그러면서도 언론에 나쁜 기사라도 나면 괜히 회사에 죄인이나 된 것처럼 미안해 한다. 그런데 지난해 소셜미디어가 본격 등장하면서부터는 모든 홍보환경이 바뀌었다.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한 예로 모 회사가 기자들을 초대해 신제품 발표를 했는데 정작 이 제품 개발자가 “사실과 다르게 부풀려 홍보를 했다” 며 트위터에 잘못된 부분을 조목 조목 지적해 홍보팀이 기자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이렇듯 이젠 홍보도 투명하고 솔직하지 않으면 어떤 화를 어떻게 당하게 될지 모른다. 과거와는 달리 변하지 않는 기억으로 과거를 현재화시키는 매체가 24시간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거짓말, 변명은 전통매체에선 통할 수 있었지만 새로운 미디어는 통하지 않는다. 오로지 사실만이 통할 뿐이다. 거짓말의 법칙은 ‘거짓말은 밝혀진다’ 는 사실이다. 이제 홍보인들도 구태에서 벗어나 시대에 맞게 윤리적인 기반을 바탕으로 홍보 실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미디어시대에 홍보업무가 전문직으로서의 존재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광태

(주)온전한커뮤니케이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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