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홍보맨의 고민
정통 홍보맨의 고민
  • 문기환 (khmoon@saturnpr.co.kr)
  • 승인 2011.05.12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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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기환의 홍보 한마디

다른 직장인도 그렇겠지만, 기업의 홍보맨들은 유난히 걱정과 고민거리가 많다. ‘어떻게 하면 회사의 보도자료가 보다 많은 언론에 보다 큰 사이즈로 보도될 수 있을까’ ‘부정적인 기사가 나올 기미가 보이면, 재빨리 손을 써 보도되지 않게 하거나, 어쩔 수 없이 보도가 된 이후라도 다른 언론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없을까’ ‘시내 가판이나 인터넷 판에는 보도 되었지만 다음날 아침 본판 신문에서는 빠지게 하거나, 최소한 부정적인 제목이나 내용이 수정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등등이다.

그런데 가장 큰 골칫거리는 다른 데 있다. 이는 언론과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내부에서 발생한다. 예컨대 회사에서 추진 중인 사업과 관련해 곧 외부에 발표할 사항이 있을 때, 발표 시기가 되기 전까지는 모두들 쉬쉬하며 내부 입 단속을 한다. 하지만 회사 밖에서 나도는 정보나 소문을 들은 기자들이 확인차 문의를 해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경우 사업 추진 부서에서는 절대 그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 안된다고 호들갑을 떤다. 그리고는 확인 겸 취재 문의를 해 온 기자들에게 무조건 ‘그 소문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 라고 강력히 부인해 달라며 홍보팀을 닦달하곤 한다. 당분간 거짓말을 하라는 얘기다.

소나기 피하려다 태풍 맞는 꼴

그렇게 집요한 내부 압력에 밀린 홍보팀이 강력히 부인을 한 덕에 겨우 일부 언론의 보도를 막는 데 성공했다 치자. 이는 궁극적으로 소나기를 피하려다 태풍을 기다리는 꼴이 된 셈이다. 강력히 부인했던 바로 그 사안이 얼마 후, 버젓이 보도자료로 작성돼 모든 언론사에 공식 배포되었을 때를 상상해 보라. 최초 문의를 해온 언론사와 기자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이 몰아닥치리란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홍보팀 직원들은 상당 기간 동안 그 기자들에게 보도자료 건으로 전화 한 통 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얼마 전 모 중견그룹의 홍보팀장으로 있는 후배가 찾아 왔다. 표정이 밝지 않아 웬일인가 하고 물어보니 고민거리가 있다고 하며 필자의 자문을 구하는 것이 아닌가. 얘기를 들어보니 이러했다. 몇 년 전 신문 지상을 요란하게 만들며 인수 합병한 계열사가 있는데 최근 그룹 전체의 자금 유동성 상황이 좋지 않아 시장에 되파는 쪽으로 내부 결정이 내려졌다고 한다. 이후 이 결정에 대한 대처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팀장들의 회의가 있었다고 했다. 각자 의견을 내놓았는데 후배는 홍보팀장 답게 회사의 중대한 사안이니만큼 준비를 마치는 대로 신속히 대외 공식 발표를 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팀장들은 발표 시기를 최대한 늦추자고 하며, 대외 공식 발표를 꺼리는 듯한 의견을 내놓아 이를 본인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고민이라는 것이었다.

 

그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한 필자는 후배에게 다음과 같이 코치를 했다. ‘대외 발표를 늦게 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회사의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을 서면으로 상세히 작성해 보고해라. 그렇게 하면, 나중에 발표 지연으로 인해 설사 회사의 이미지가 나빠졌다 하더라도 최소한 당시 후배의 주장이 옳았음을 증명해주고 향후 홍보팀의 입지는 오히려 강해질 수 있다’ 는 식이었다. 후에 들은 얘기지만, 보고서를 회의에 올렸지만 안타깝게도 최종 결론은 후배의 의견과는 달리 공식 발표 시기를 최대한 늦추자는 쪽으로 결정됐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몇 주가 지난 어느 날 늦은 오후 시간이었다. 그때 필자는 마침 고객과 중요한 회의를 하고 있어서 한 시간쯤 휴대폰을 꺼놓고 있었다. 회의를 마친 후 휴대폰을 켜 보니 후배의 전화번호가 서너 번 찍혀 있었다. 무슨 다급한 일이 발생했나 싶어 서둘러 전화를 해봤다. 그랬더니 마침내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모 일간 신문에서 업계에 나도는 소문을 종합해 기사를 썼는데 신문에 나오기 전에 인터넷판으로 대문짝 만하게 보도했다는 얘기다.

인터넷에서 기사를 검색해보니 ‘계열사를 매각한다는 소문이 업계에 나돌고 있으나 정작 그룹 관계자들은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는 내용의 보도였다. 필자가 보건대 기사를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회사측 부인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는 식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왠지 회사 측 대응 발언이 궁색하게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이후 상황은 독자의 상상에 맡겨 두기로 한다.

내부 압박에 굴하지 말고 정통 홍보를

기업 내부에서 아무리 보안이 완벽하게 지켜진다고 해도 해당 프로젝트와 관련 있는 외부 기업이나 기관을 통해서라도 얼마든지 정보가 흘러 나갈 수 있다. 해서 오늘날 선진 기업들은 정통 언론 홍보의 방법을 선택한다. 즉, 기업의 주요 사업 방향이 결정되면 즉시 이를 공식 발표하는 것이다. 그러면 기업의 입장에서 대외적으로 공표할 수 있는 자료가 사전에 철저히 준비되기 때문에 언론에서 그대로 기사의 방향을 잡아 줄 확률이 높고,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추측성 기사 등 부정적인 보도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의 이익과 직결되는 총체적인 대외 이미지를 위해 일하는 홍보맨들은 회사 내 주요 사안이 발생하면 항상 다각도로 여론의 향배와 언론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한다. 그러나 규모는 크지만 아직 선진 기업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기업에서는 안타깝게도 종종 홍보맨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을 진행하고 있다.

그 경우, 초기에는 언론의 눈을 피해 성공한 듯이 보이지만 종국에는 언론의 신뢰를 저버린 나머지 크나큰 대외 이미지 손실을 입게 된다.

모름지기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누구보다도 높은 홍보맨이라 자처한다면 내부 압박에 굴하지 말고 언제나 정통 언론 홍보를 주창하는 고언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문기환 khmoon@saturnpr.co.kr

새턴PR컨설팅 대표
前 (주)대우 홍보팀장 (1990~1999)
前 이랜드그룹 홍보총괄 상무 (2000~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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