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도 광고도 설득커뮤니케이션”
“홍보도 광고도 설득커뮤니케이션”
  • 강주영 기자 (kjyoung@the-pr.co.kr)
  • 승인 2011.05.12 1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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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동 한국광고단체연합회 회장

 

‘홍보인 대부(代父)’, ‘홍보 달인’, ‘홍보의 산증인’, ‘홍보계 살아있는 전설’….
이름 앞에 숱한 수식어가 따라 붙는 이순동 한국광고단체연합회 신임 회장(64). 그 어떤 화려한 수식어가 붙어도 그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회장은 지난 40여 년을 커뮤니케이션이란 한 우물을 파왔다. 지난 1972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기자로 활동하다 기업이 홍보팀을 처음 구성하기 시작하던 1981년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겨 홍보팀장을 맡았다. 운명이었을까. 이 회장은 1980년 초반 언론통폐합 조치로 뜻하지 않게 홍보를 시작했지만 홍보의 매력, 커뮤니케이션의 마력에 푹 빠져 끝내 삼성그룹 홍보총괄 사장까지 올랐다. 홍보 외길을 걸어온 ‘정통 홍보맨’ 이 굴지의 대기업 사장이 된 경우는 이 회장이 처음이다. 영원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남고 싶어하는 이순동 회장을 만났다.

대담=이기동 편집국장
정리=강주영 기자


 

한국광고단체연합회 회장으로 취임하신 지 3개월 가까이 되셨는데 소감이 어떻습니까.

현재 우리나라 광고산업은 그야말로 격변기라 할 수 있습니다. 방송광고 판매 제도를 비롯한 미디어산업 변화와 다양한 뉴미디어 등장으로 광고산업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광고시장 활성화에 대한 정부 의지도 강력해 보이고요.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한국광고단체연합회 회장이란 중책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습니다. 앞으로 광고계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취임 당시 홍보전문가답게 ‘소통’ 을 강조하셨는데요.

광고단체연합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을 화두로 잡았습니다. 소통은 광고의 가장 기본이기 때문이죠. 소셜네트워크와 스마트 미디어의 성장과 함께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광고 개념이 크게 확장됐잖습니까. 이젠 광고와 PR이란 표현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새롭게 등장한 모든 광고 수단의 개념을 재정립하고 이를 아우르는 광고단체연합회가 돼야한다는 점에서 일반 소비자를 비롯해 정부 및 관련기관, 광고인들과 제대로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홍보인으로서 광고단체연합회 회장을 맡으셨는데 광고에 대한 견해가 궁금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을 다루는 업종 간 경계가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PR은 물론, 광고도 커뮤니케이션입니다. 광고주 출신으로 광고단체연합회 회장을 처음 맡았으니 광고의 기본 원리가 PR과 마찬가지로 커뮤니케이션이란 사실을 알리고 싶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해온 일들도 생각해 보면 모두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일이었고요. 앞으로 광고와 PR이 커뮤니케이션이란 하나의 우리 안에서 동시에 이뤄지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개인적인 미션으로 삼고 싶습니다. 흔히 광고인이라 하면 좁은 의미로 광고제작자와 광고대행사 임직원만 지칭하기 쉬우나 사실 미디어광고종사자는 물론, 광고주도 포함됩니다. 제가 일한 부서가 모두 홍보팀으로 불린 곳이지만 제 업무 중에서 광고는 가장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아마도 국내에서 가장 오랜 기간 가장 많은 광고를 기획하고 집행한 실무책임자는 바로 제가 아닐까요.(웃음)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광고라 하면 다소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남아 있습니다만.

그렇습니다. 광고가 지니고 있는 수많은 경제, 문화, 사회적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알리지 못하다 보니 광고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광고를 제대로 알려야 합니다. 광고는 1차적으로 미디어를 살찌우며, 나아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활성화시켜 국가가 성장할 수 있게 만듭니다. 한마디로 광고는 국가경쟁력이죠. 광고를 제대로 알리지 못해 발생하는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다양한 소통 채널을 통해 긍정적으로 바꿔 나갈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홍보의 개념이 자리 잡기 전엔 홍보를 광고와 판촉 등으로 혼용해 왔습니다. 광고와 선전, 홍보의 차이를 비유한다면, 광고는 ‘Buy me’, 즉 판촉이며 선전은 ‘Follow me’ 로 일방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반면 홍보, PR은 ‘Love me’ 로 광고, 선전과 또 다른 개념이죠.

 

그렇다면 PR은 어떻게 해야 제대로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광고와 마찬가지로 PR도 제대로 알고 제대로 해야 합니다. ‘P’ 할 건 피하고 ‘R’ 릴 건 알리는 게 PR이란 말이 있는데, 그렇게 PR했다가 회사를 망칠 수도 있습니다. ‘설득커뮤니케이션’ 이 중요합니다. 국민 대중, 사회, 정부를 설득하고 소통하는 것으로, 홍보엔 공익적 기능이 담겨 있습니다. 최근 투명하게 홍보해야 한다고들 하는데, 모든 사실을 있는 그대로 얘기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다 얘기하고 공개한다면 이른바 PR전문가도 필요 없을 테니까요.

 

최근 소셜미디어 등장으로 기존 언론 환경과 더불어 홍보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데요,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보십니까.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새로운 PR, 커뮤니케이션 툴(Tool)이 계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홍보의 기본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때문에 홍보의 근본을 알고 그 개념을 이어가야 합니다. 홍보의 기본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설득커뮤니케이션입니다. 홍보 패러다임은 바뀌지만 ‘소통’ 이란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논리는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시대 흐름,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바뀔 뿐입니다.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이제 오프라인 홍보는 박물관에 가야 하는 게 아니냐’ 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뉴미디어가 계속 생겨나면서 다양한 매체가 PR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온라인 홍보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뉴미디어에 뛰어난 사람에게만 홍보를 맡길 순 없는 법입니다. 미디어 흐름이 신문에서 방송으로, 또 인터넷으로 넘어오면서 홈페이지, 블로그 등을 활용한 홍보에 이어 최근에는 모바일 홍보가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처럼 매체는 바뀌어도 PR은 여러 이해관계자들과의 호의(好意) 유지와 설득커뮤니케이션이란 대전제 아래 이뤄져야 합니다. 다시 말해 홍보에는 ‘전략’ 이 필요한 것이고, 홍보담당자 역시 고도의 전략적 사고를 할 줄 아는 커뮤니케이션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어야 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들어 홍보에서 차지하는 전통적인 ‘퍼블리시티(Publicity)’ 비중도 약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셜미디어 PR의 힘이 세지면서 퍼블리시티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전통적인 퍼블리시티를 무시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블로그 같은 1인 미디어가 수도 없이 늘어나자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우리나라(미국)를 블로그의 나라로 만들 순 없다”고 말했듯이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도 ‘세상을 보는 눈’ 이라 할 수 있는 언론과 그 역할은 막중하다고 생각합니다. 퍼블리시티를 통한 대 언론관계도 마찬가지죠. ‘PR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드워즈 버네이즈는 “시대 흐름을 잡아 언론에 반영해 제대로 된 여론을 형성하는 일, 이로써 국가를 성장시키는 일이 PR인의 사명” 이라고 했습니다. 변화가 빠른 때일수록 홍보인들이 뚜렷한 직업정신과 사명감을 갖고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PR의 전문화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시죠.

점점 PR의 전문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제가 홍보를 막 시작하던 1980년대 초반 만해도 홍보의 황무지였습니다. 1980년대 중반 들어 ‘별들의 전쟁’ 이라 불리던 삼성, 금성 등의 가전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홍보에 대한 인식이 넓어졌습니다. 그 후 홍보 영역도 신기술과 신제품의 퍼블리시티 경쟁에서 브랜드와 이미지 제고를 위한 기업 이미지 광고, 아시안 게임과 서울올림픽 관련 스포츠 이벤트, 그리고 CSR 등에 이르기까지 차츰 확장됐으며, 1990년대 들어선 홍보를 전문적으로 대행하는 PR회사들까지 생겼습니다. 제가 한국PR협회 회장을 맡았던 2003년 이후엔 홍보인 전문화를 위한 PR 인증교육도 실시되면서 PR인 자격증 제도도 생겼으니 그야말로 ‘홍보의 꽃이 폈다’ 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현재 가장 큰 PR이슈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오늘날 PR업계 이슈는 미디어 빅뱅 시대에 PR이 어떻게 적응하고 견뎌내느냐는 것이라고 봅니다. 아쉽게도 여전히 PR의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는 기업이 있다는 게 위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미디어의 힘이 약해지면 PR담당자들 또한 힘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점도 어쩌면 PR의 위기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홍보담당 사장이나 부사장이 많은 기업들에서 나왔듯 홍보인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삼성 홍보맨으로 보내면서 많은 일들을 경험하셨을 텐데요, 그 중 가장 기억나는 일이라면 무엇인지요.

1981년 5월 삼성전자에 홍보실이 막 생겼을 때였죠. 그러니까 홍보에 대해 아직 잘 알지 못했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시 부회장이셨던 이건희 회장께서 홍보인 교육과정에 참석해 특강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이 회장은 “홍보를 잘 하면 기업의 여러 가지 일들이 잘 풀릴 것”이란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홍보가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 회사가 이익을 내고 적자를 내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지만, 국민들에게 호의를 잃으면 회사가 없어지기도 한다” 며 홍보 담당자들에게 큰 힘을 실어주셨습니다. 일찍이 홍보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죠. 삼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이 회장의 남다른 홍보 마인드, 홍보 철학도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홍보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최고경영자 밑에서 일했으니 행운아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웃음)

실제로 이건희 회장은 1987년 삼성그룹 회장 취임 직후 가장 먼저 달동네를 방문하셨습니다. 비록 우리나라가 빈부격차는 심해도 ‘기회의 나라’ 란 점을 알리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였죠. 당시 그 곳에 계신 분들이 진정으로 원하던 것은 돈이 아니라 부부가 밖에 나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이 회장의 지시로 그들이 자녀를 맡기고 맞벌이할 수 있도록 그곳에 어린이집을 지어주게 됐습니다. 삼성으로서도 사회공헌활동에 일찍 눈을 뜨는 계기가 됐죠. 이 회장은 이 같은 활동을 기업을 홍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기업의 생존을 위해 하는 일” 이라시던 말씀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지금의 CSR을 강조하신 것으로, 기업의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의 일환이었죠.

 

홍보 외길을 걸어온 것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는지요.

40년 전 일부 언론계 출신은 갈 곳이 없어 정부로 자리를 옮겨 대변인이나 정치인으로 변신했습니다. 저는 기업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토양을 바꿔 한번 해보자’ 는 생각에서였죠. 기업이 사적인 이익추구만 하지 않습니다. 공익의 개념을 넓게 보면 기업도 충분히 공익적입니다. 예컨대 삼성 등 대기업들이 우리나라 수출 물량의 상당수를 차지하며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것을 고려하면 그렇습니다. 저는 줄곧 홍보를 해오면서 기업과 공중의 관계를 원활하게 유지하는 일이 긴 안목과 거시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홍보가 아무리 좋아도 가끔은 한 눈 팔고 싶을 때도 있었을 텐데요.

경영을 적극 뒷받침하는 홍보의 전략적 기능과 그 중요성을 알아가면서 홍보인으로 성공하고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삼성전자 홍보팀 과장으로 시작해 사장까지 올라가는 동안 저뿐만 아니라 다른 후배 홍보인들의 위상도 덩달아 높아졌고요. 솔직히 그동안 다른 분야로 갈 기회는 있었지만 갈 이유는 없었습니다. 홍보책임자로서 영향력이 가장 큰 대 언론관계 일을 중점적으로 해왔지만, 우리나라 기업광고 분야에서 활약한 경험을 바탕으로 광고단체연합회 회장을 맡아 지난 오랜 기간 동안 겪은 경험을 살릴 수 있게 돼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홍보인이 되고자 하는 젊은 학생들이나 후배 홍보인들에게 조언해 주신다면요.

무엇보다 PR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홍보는 기업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합니다. 막중한 임무를 띤 만큼 PR이란 전문적인 일에 자긍심을 가져야 합니다. 지난 30여 년 동안 홍보의 신분야를 개척하고 후배들을 육성해 독립업종으로 서기 위한 노력을 해왔습니다만, 이젠 홍보인으로 성공하려면 홍보의 벽을 쌓지 말아야 합니다. 자신이 공격수냐, 수비수냐, 골키퍼냐를 따지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PR에는 여러 가지 역할이 있는데 CSR, MPR 등 특정분야의 전문가이면서도 모든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통섭 전문가, 멀티 플레이어가 돼야 합니다. 홍보 안에 광고가 있고, 광고 안에 홍보가 있듯 홍보인이라도 광고에, 광고인이라도 홍보에 관심을 갖고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꾸준히 키워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더 하실 말씀은 없는지요.

국내에 없었던 ‘The PR’ 이란 홍보 전문 미디어가 창간돼 1주년을 맞을 정도로 P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에 대해 실로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시집 갈 나이의 제 딸(막내)이 있는데, 좋은 사윗감이 있다면 이왕이면 PR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웃음) 앞으로 홍보인들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수 있도록 PR전문가를 육성하는 등 후배들을 계속 응원하고 지원하겠습니다.

 

이순동 회장 약력

1965년 배재고 졸업
1969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1971년 연세대 행정대학원 석사
2006년 한양대 대학원 언론학박사

1972년~1980년 중앙일보 기자
1991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홍보팀 이사
1996년 삼성전자 홍보실 상무
1997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상무
1998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전무
2001년 삼성전자 부사장
2003~2008년 한국PR협회 회장
2006년 삼성전략기획실 기획홍보팀 부사장
2007년 삼성전략기획실 사장
2008년 삼성브랜드관리위원회 위원장
2009년 삼성사회봉사단 단장(사장)
2009년 삼성미소금융재단 이사장
한국광고주협회 회장
국가브랜드위원회 기업·IT분과위원장
現 한국광고단체연합회 회장

 

kjyoung@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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