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으로_공감하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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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지원 (jiwon@jnbrand.co.kr)
  • 승인 2017.12.07 1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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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텔링1+1] 내가 있는 곳이 나를 말해주는 시대
브랜드텔링 1+1이란..?
같거나 다르거나, 깊거나 넓거나, 혹은 가볍거나 무겁거나. 하나의 브랜딩 화두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과 해석.

[더피알=정지원] 연말을 체감케 하는 특징적인 경험들이 있다. 이맘때쯤 쏟아지는 트렌드 서적들이 그런 역할을 해준다. 올해도 4~5권의 관련 책들을 한꺼번에 훑어본다. 이중 <2018 트렌드노트>에서는 2018년을 여는 중요한 힌트 중 하나로 ‘장소’를 꼽았다.

지난 2년 반 동안 소셜미디어를 통해 집계된 행동서술어를 분석한 결과 ‘보다(look)’라는 서술어가 가장 많이 언급됐다고 한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보고 경험하기 위해 끊임없이 어딘가를 간다. 내가 ‘어디서’ 있었는지가 많은 정보를 주는 시대이다. 내가 무언가를 사는 것(buying)이 나를 말해주던 시대에서, 내가 있는 곳(place)이 나를 말해주는 시대가 됐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더욱더 고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내가 있는 곳(place)이 나를 말해주는 시대가 됐다.

많은 브랜드의 고민이 시작되는 지점일 것이다. 오프라인의 브랜드 공간은 점점 위축되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장소에 대한 전망은 높아지고 있으니 우리의 브랜드 공간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말이다.

강한 것에 강한 것을 결합

오픈과 동시에 핫플레이스가 된 부산의 복합문화공간 F1963에 예스24 중고서점이 들어섰다. F1963은 고려제강이 와이어 생산 공장으로 사용한 공간을 개조한 곳으로, 1963년 세워진 공장(factory) 터라는 뜻에서 F1963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2014년 일부 공간이 부산비엔날레 특별 전시장으로 사용된 것을 계기로 지난해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그 곳에 자리한 예스24 중고서점이 특별한 점은 단지 20만권이라는 책의 규모, 인스타그램에 최적화된 멋진 인테리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공간은 네이버와 예스24 그리고 야놀자, 이 세 회사가 힘을 합친 결과물이다. 국내 최대 인터넷 포털드 네이버, 국내 톱 온라인서점 예스24, 그리고 숙박 O2O(온·오프라인 연계) 분야 1위 업체인 야놀자가 각자의 강점만을 결합시켜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우선 숙박 O2O 플랫폼 외 숙박업소 시공 및 리모델링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야놀자가 공간을 기획, 설계했다. 전자책을 상징화한 압도적인 크기의 ‘크레마월’ 속에 원고지의 감성을 결합하고 어떻게 하면 더 미술품처럼 책을 바라볼 수 있을까를 고민해 의자의 각도까지 조절했다. 낡은 책과 첨단 기계를 한 곳에 만나게 한 공간이다.

네이버랩스가 개발한 로봇 ‘어라운드’와 ‘에어카트’의 경험은 이 서점을 완전히 다른 경험 공간으로 만들어줬다. 어라운드는 매장 내 도서 수거를 돕는 생활환경지능 기반의 자율주행 로봇이다.

방문객이 다 읽은 책을 어라운드 상단의 적재공간에 넣으면 자동으로 지정된 장소로 옮겨 놓는다. 이용자들이 잘못된 서가에 책을 꽂는 것을 방지하고, 동시에 그저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이 공간 최고 인기 스타가 된다. 에어카트는 근력증강 로봇 기술이 적용된 전동카트다. 책을 가득 싣고도 살짝만 힘을 주면 움직일 수 있다.

예스24가 네이버랩스와 함께 중고서점 f1963점에 선보인 자율주행 서비스 로봇 ‘어라운드’.

2000여㎡(약 600평) 규모의 서점에선 활자 인쇄 과정부터 전자책까지 책과 출판에 관련한 정보도 시대별로 살펴볼 수 있다. 예스24 대표는 “단순한 서점이 아니라 지식 순환 공간을 콘셉트로 삼았다”며 “기존 서점과 다른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온라인 브랜드 3개가 각자 강한 부분을 교묘하게 결합해 지금 이 시대 감성에 가장 근접하게 다가간 공간을 만들었다.

쇼룸이 되는 브랜드

서울옥션에서 운영하는 프린트베이커리(PrintBakery·미술품 대중화 브랜드)는 아트메이저와 협업해 갤러리 카페를 운영한다. 운영 주체가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서울옥션인 만큼 매장 벽면 곳곳에는 정기·비정기 전시가 상시 진행 중이다.

그림 작품들뿐 아니라 매장 중앙 테이블에 놓인 다양한 미술서적들은 이곳이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냥 카페인 줄 알고 들어온 사람들도 아름다운 식물과 멋진 미술품들을 보고 생각을 바꾸게 된다.

또 다른 특징은 듁스커피(Dukes Coffee·호주 멜번의 스페셜티 커피)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베이커리를 팔고 브런치를 팔면서 쿠사마 야요이 작품을 보여주고 아트북을 전시한다. 서울옥션이 이 카페와 협업하는 목적은 그들이 프린트베이커리를 시작한 취지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아트를, 미술작품을 ‘보여주고’ 싶어서이다.

이 작은 동네 카페는 앞으로의 브랜드 공간에 대한 힌트를 던져준다. 골드만삭스의 소비자 리서치 디렉터 매트 패슬러(Matt Fassler)는 오로지 두 가지 종류의 매장만이 미래에 생존한다고 공언한다.

첫 번째는 도심을 떠난 외곽 물류기지로써의 매장, 그리고 두 번째는 도심 속 ‘쇼룸’이라는 최소한의 매장으로 브랜드를 실제로 경험하게 해주는 공간만이 존재할 것이라고 단호히 말한다.

미래의 브랜드 공간이 ‘쇼룸화’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보여주고 싶은 것을 최대한 보여주는 공간 구성이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도심에 있는 브랜드 공간들이라면 가장 잘 보이는 곳에서 실제 브랜드와 상품을 고객이 가장 잘 체험할 수 있게 구성해야 한다.

프린트베이커리는 보여주고 싶은 아트 작품을 더 많은 이들에게, 더 편안하게 보여주기 위해 카페와의 협업을 선택했다.

프린트베이커리가 콜라보 한 아트메이저 내방점. 사진출처=프린트베이커리 블로그.

점점 경험이 고도화되는 시대에는 ‘보여주고 싶은 것’, 그리고 ‘팔리는 것’이 꼭 일치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단지 이 둘이 잘 매칭된 매장은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카페 공간에서 프린트베이커리는 그들이 보여주고 싶은 작품들을 맘껏 보여주고 아트메이저는 그들이 팔 고급커피와 음식을 판다. 둘은 서로의 존재와 역할로 인해 각자의 목적을 더 풍성하게 달성한다.

콘텐츠력으로 승부

자신만의 콘텐츠와 미디어를 가지고 타인과 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는 것, 오늘날 만물의 생존법칙이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미디어를 갖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기 때문에 영향력(기업으로 치면 경쟁력)의 차이는 콘텐츠에서 비롯된다. 고로 기업에게는 제품과 서비스, 혹은 스스로를 어떻게 콘텐츠화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미래 브랜드 공간의 성패 역시 공간을 구성하는 콘텐츠에 있다. 대표적인 온라인 기업의 장점이 결합돼 지금까지와는 다른 콘텐츠력을 보여줄 때, 가장 강력한 오프라인 공간의 경험이 창출된다는 것을 부산의 예스24 중고서점이 보여주고 있다.

얼핏 보면 작은 동네카페 같지만 보여주고자 하는 콘텐츠와 팔고자 하는 콘텐츠가 결합해 증폭된 경험의 가능성을 아트메이저가 보여주고 있다.

집중할 것은 고객과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의 혁신이다. 온라인, 오프라인을 기계적으로 연동시키겠다며 고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모든 의도들은 아무 의미가 없다. 고객경험을 혁신하지 않으니 미래의 이상적인 공간이라 할 수 없다. 미래의 공간이 의미 있는 때는 오로지 고객이 공감하는 콘텐츠로 고객경험을 혁신했을 때뿐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정지원
제이앤브랜드(J&brand) 대표이사

정교한 맥락과 매력을 통해 이 시대에 필요한 브랜딩 솔루션을 찾아내느라 골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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