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 ‘재허가 낙제점’…방통위도 당혹스러운 표정
지상파 3사 ‘재허가 낙제점’…방통위도 당혹스러운 표정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7.12.0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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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공정성·객관성에서 마이너스 점수 받은 듯”..…방통위 “공식 답변 어렵다”

[더피알=박형재 기자]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가 모두 방통위 재허가 심사에서 ‘탈락 점수’를 받았다. 방송 3사 모두 기준점에 미달한 것은 지상파 위상 추락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결과다. 지상파는 물론 방통위조차 예상못한 결과에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8일 한겨레는 복수의 방송관계자들을 인용해 최근 방송통신위원회 지상파 재허가 심사결과 SBS는 647점, KBS 1TV 646점, KBS 2TV 641점, MBC 616점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 공익성 확보 등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는 심사 결과 1000점 중 650점 미만 사업자에 대해 ‘조건부 재허가’ 또는 ‘재허가 거부’를 의결할 수 있다. 재허가 거부는 방송사로부터 전파권을 회수하는 것으로 사실상 퇴출을 의미한다. 다만 지상파의 규모와 영향력 등을 고려할 때 ‘조건부 재허가’ 쪽으로 결론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방송계에서는 충격적이란 반응이 나온다. 지상파의 경우 방통위로부터 정기적으로 재허가를 갱신해왔으나, ‘무조건 통과’라는 불문율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상파 출신의 한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상파 3사가 모두 낙제점을 받은 것은 사상 초유의 사건”이라며 “방통위가 생각보다 세게 나왔다. 그만큼 지상파가 제 역할을 못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결과다. 공정성과 객관성 측면에서 마이너스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당사자 격인 MBC의 한 관계자는 “우리 점수가 꼴찌던데 솔직히 왜 그런 점수가 나왔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방통위 재승인 심사는 정성평가와 정량평가를 합산해 결정하는데, 정량평가 점수는 우리가 양호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 정성평가 점수를 거의 빵점을 줬다는 건데, 우리가 채널A나 MBN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건 아무래도 황당하다”고 말했다.

특히 “아마도 방송 뉴스의 공공성 부문이나 정치적 상황이 심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한겨레 보도대로 낙제점을 받았다면 조건부 재승인으로 가게 될 텐데, 그럼 방송국이 정부(방통위)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심사 결과에 방통위 내부에서도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엿보인다. 방통위 관계자는 “언론 기사를 통해 해당 내용이 알려졌고 관련 담당자들이 모두 부재 중이라 할 말이 없다. 아직 심의 의결이 확정된 게 아니어서 공식 답변이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지상파가 재허가 탈락 점수를 받은 건 2004년 SBS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SBS는 1990년 허가 당시 사회환원 출연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조건부 재허가’ 조치를 받았다.

종편 중에는 TV조선이 지난 3월 재승인 심사에서 625점을 받아 탈락 위기에 놓였으나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MBN의 경우 지난달 651점을 받아 기준점(650점)에 턱걸이했다. 다만 세부 평가항목에서 40%미만 점수를 받아 역시 ‘조건부 재승인’ 조치됐다.

한편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방송사가 재허가·재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1년 동안 방송을 계속하도록 유예기간을 두고 퇴출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갑작스러운 방송 중단으로 인한 시청자나 가입자의 피해를 막기 위함이다. 앞서 TV조선이 탈락 점수를 받았을 때 방통위가 즉시 퇴출하지 못한 것은 시청권 피해 등을 우려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았는데, 이 같은 부담이 사라지면 보다 엄격한 제재가 가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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