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 영역 잠식 논란
PR 영역 잠식 논란
  • 한정호 (bushishi@the-pr.co.kr)
  • 승인 2010.05.26 14: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정호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PR vs 마케팅, HR, 재무, 법무…
 

PR 부서의 업무영역 침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조직개편, 위기관리, 기업환경 변화, 구조조정 등의 환경 변화에 가장 부침이 심한 부서가 바로 PR인 탓이다. 특히 마케팅, 법무, 심지어 인사, 재무 부서까지 회색영역에 놓인 업무는 모두 PR의 업무영역침해(Encroachment) 분야에 해당된다.

PR부서의 업무는 다양하지만 한 마디로 하면 커뮤니케이션하는 일이다. 조직 내외를 모두 연결하는 커뮤니케이션 업무야 말로 PR부서의 존립이유다. 그러나 최근 이 커뮤니케이션 업무가 확장되다 보니 다른 부서들의 업무영역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게 되고 독자적인 업무의 영역에 편입되는 일이 허다하다.

새로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 관련 업무는 물론이고 언론관계와 같은 전통적인 업무조차도 다른 부서나 팀에서 담당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사내 커뮤니케이션은 인사관리팀(HR, Human Resource)의 업무가 되기 쉬우며 기업 이미지광고는 마케팅 부서의 관할로 편입되기 쉽다. 이외에도 사회봉사활동, 대정부 로비활동(PA, Public Affairs), 투자자들에 대한 회사 설명회, CIP 업무, 스폰서십 활동 등 이른바 PR부서와 다른 부서와의 회색영역(gray zone)에 놓여지는 업무들이 자꾸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인지 PR실무분야는 물론이고 PR 연구 분야에도 업무영역침해 즉, encroachment 문제가 자주 불거지고 있다.

PR 업무영역 침해 3대 유형

◇ 권위적 침해…잘못된 사람을 PR부서 관리자로 발령

◇ 구조적 침해…PR부서를 잘못된 부서에 편입/소속

◇ 기능적 침해…타 부서가 PR 고유업무를 맡는 것


PR인에 위기? 기회?

업무영역침해는 PR이 전공분야가 아닌 사람들이 PR업무를 관장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PR 경험이 없는 사람들을 PR 책임자나 실무자로 보내게 되면 여러 가지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주로 3가지의 업무영역침해가 발생한다.

첫째는 권위적 침해(Authority Encroachment)로서 잘못된 사람을 PR부서 관리자로 보내는 것이며 둘째, 구조적 침해(Structural Encroachment)는 PR부서를 잘못된 부서에 편입하거나 소속되게 하는 것이다. 셋째, 기능적 침해(Functional Encroachment)는 PR이 아닌 다른 부서가 PR의 고유업무를 맡는 현상이다. 만약 해외지사에서 영업만 담당하던 사람이 PR부서 수장으로 오게 된다면 이는 권위적 침해에 해당하며 PR부서를 인사관리담당 전무 소속으로 편입시킨다면 이는 구조적 침해다. 마케팅부서에서 회사의 퍼블리시티 업무를 하게 한다면 이는 기능적 침해에 해당한다.

이 3가지 업무침해는 다른 부서와도 가능하지만 주로 마케팅 부서, HR부서, 재무팀, 법무팀과의 사이에서 자주 발생한다. 왜냐하면 이 4가지 부서에서 커뮤니케이션이나 관련 업무가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새로운 관련 업무가 자꾸 창출되기 때문이다. 이들 부서들은 PR팀과 가장 협조가 많이 이루어지면서도 업무침해가 많이 발생하기도 한다.

PR vs 마케팅, 업무잠입 가장 심각

우리나라 기업들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권위적 침해이다. 권위적 침해가 어느 정도 심하게 일어나는가 하는 것은 다른 부서들의 PR부서 고유업무에 대한 관여 정도와 PR실무자들의 경영적 능력 정도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마케팅과 같은 부서에 퍼블리시티와 같은 PR 고유업무를 빼앗기거나 법무팀에 위기관리 업무를 빼앗기기 시작하면 PR부서의 경영적인 기능까지도 다른 부서에 빼앗기게 되기 쉽다.

영역의 유사성(두 부서가 목표, 기술, 업무적 유사성이 어느 정도인가)과 재원의존 (resource dependency, 한 부서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른 부서의 재원을 어느 정도 필요로 하는가)이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PR부서와 마케팅 부서는 두 가지 면 모두에서 크기 때문에 업무잠입현상이 가장 크다. 특히 마케팅 부서에서 지역관계(Community Relations), 종업원 커뮤니케이션(Employee Communication), 미디어 관계(Media Relations), 퍼블리시티, 로비, 자금모금(fund-raising), 공중업무(Public Affairs)와 같은 경영적 업무(managerial)에 관여하기 시작할 경우 업무잠입이 심해진다.

위기관리 기간에는 법무팀의 업무잠입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위기가 발생하면 회사 내 법무팀의 입김이 강해지고 의사결정에 크게 관여하기 때문이다. 위기시 회사가 혐의를 부정하거나 분개하면서 노코멘트 전략으로 대응할 경우 전통적인 법무팀의 결정에 따르기 쉽다. 이 경우 아무래도 기능적인 업무잠입이 이루어질 공산이 크다. 최근 로스쿨제도의 시행으로 향후 변호사 자격소지자들이 일반기업이나 조직체로 많이 영입될 경우 법무팀과 실무자들의 PR부서에 대한 업무잠입현상은 더욱 심각해 질 것으로 보인다.

업무잠입, PR 전문직 위협 불러

재무팀에 의한 업무잠입현상도 자주 이루어지는데 캐스린 켈리(Katheleen Kelly)는 비영리 조직체의 경우 PR부서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과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지식과 전문성이 떨어지면 자금모금(fund-raising)팀에 의한 기능적 잠입이 쉬워진다고 했다. 켈리는 또한 PR팀 책임자가 경영적인 업무능력이 부족할 경우(환경 모니터링이나 전략 기획 등) 자금모금 부서의 구조적 잠입현상이 강하게 나타난다고 주장했는데 힘의 균형에서 밀리거나 경영실세(dominant coalition)들에 대한 접근이나 재원(resource)면에서 힘이 약하거나 특히 비영리 조직체의 경우는 위기를 맞이하거나 불안정한 회사분위기 속에서(자금부족, 경제불황, 해고 등) 자금마련 부서의 PR부서 잠입이 심해진다고 했다.

업무잠입은 PR 전문직의 위협을 초래한다. 구성원들의 업무만족도, 역할개발, 업무효율성, 이직 등 면에서 지장을 초래한다. PR비전문가가 PR부서의 장(Head)이 되면 직업적 위기와 혼란이 야기되고 PR 업무와 비 PR 업무간 분간이 어려워진다. 특히 PR 책임경영자의 꿈을 가지고 있는 PR인들이 회사를 그만두기 쉽다. 또한 PR이 독립부서로 존재하기 어렵게 되며 PR이 담당해야 할 다양한 공중들에 대한 관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수행력이 떨어지기 쉽다. 조직체 의사결정과 같은 경영기능이나 CEO에 대한 조언 등 고급기능을 수행할 PR인력의 양성이 어렵다.

PR 전문가 인정받고 전적인 책임 져야

그렇다면 어떻게 이 업무침해를 막을 수 있는가? 우선 PR부서는 퍼블리시티, 미디어 관계관리, 사내 커뮤니케이션, 주주 관계관리 등에서 우선적인 책임을 가져야 한다. 또한 PR 책임자들의 경영적인 능력이 중요한데 이 말은 조직체 내에서 PR프로그램이나 전략의 성공과 실패에 대해 PR부서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한 정책에 관해서는 PR부서가 전문가로 인정받고 전적인 책임성을 가져야 한다. 교육과 훈련을 계속해야만이 PR부서의 영향력을 보유할 수 있으며 잠입을 막을 수 있다.

경영진들이 조직체가 중요 이해당사자(stakeholders)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느낄 때 잠입현상을 방지하기 쉽다. PR의 중요성을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는 위기가 발생했을 경우 이러한 자각이 가장 빨리 일어난다. 위기가 발생하면 경영진들이 공중들과 쌍방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할 중요성을 깨닫고 PR부서의 중요성과 가치를 실감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PR부서는 조직체의 경영과 의사결정에 참여할 기회를 더 많이 얻게 되며 잠입현상은 줄어들게 된다.

PR업무잠입현상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지만 반드시 위기로만 볼 필요는 없다. 그만큼 PR부서의 일과 기능이 회사 내에서 인정받을 수 있고 조직이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PR부서가 전문지식과 전략적 관리, 리서치기술 능력을 향상시키면 도리어 전화위복의 전기가 될 수 있다. 제임스 그루닉(Games Grunig)이 우수 PR이론에서 강조하는 요건들의 충족은 업무잠입현상이 심할수록 더욱 힘을 발휘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