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지물’ 공공앱 왜 자꾸 만들어지나
‘무용지물’ 공공앱 왜 자꾸 만들어지나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7.12.1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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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하듯 찍어 내지만 사전 수요조사는 뒷전…민간앱 베끼기도 비일비재

▷누구를 위한 공공앱인가에 이어...

[더피알=서영길 기자] 올해 3월 기준 공공앱 수는 1090개에 이른다. 개당 구축 및 유지에 소요되는 평균 비용은 7800만원으로, 이를 합하면 총 850억원의 국민 세금이 들어갔다. 하지만 실제로 10만명 이상의 꾸준한 사용자를 보유한 공공앱은 전체의 3.9%에 해당하는 43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처럼 공공앱이 외면 받는 건 공공서비스 소비자인 국민의 니즈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지자체·기관별로 일단 만들고 보자식 분위기가 형성된 탓이 크다.

부실한 공공앱의 양산은 각 기관들의 경쟁적 성과주의와 전시행정에 기인한다. 출처: 플리커

공공앱 관련한 반응을 보기 위해 취재한 주변 지인들도 “누구를 위해 만든 앱인지 의아하다”는 답변 일색이었다. 저마다 국민 편의를 위해 출시했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정작 국민들은 실생활에서 그 ‘편의’에 대한 별다른 필요성을 못 느끼는 상황이다. 이는 공무원들의 오래된 ‘적폐’인 경쟁적 성과주의와 전시행정에 기인한다.

이와 관련해 녹색소비자연대 이주홍 사무총장은 “(부실한 공공앱은) 행정편의적 발상의 전형적인 예”라고 정의했다.

이 사무총장은 “지자체들이 국민들에게 왜 공공앱이 필요한지에 대한 수요조사는 하지 않고, 서로 경쟁하듯 앱을 찍어내고 있다”고 비판하며 “가령 ‘A지자체에서 B앱을 만들었는데 우리만 안 만들면 욕먹는 건 아닐까’라든지 ‘이걸 안 만들면 나중에 지자체 평가 시 문제가 되진 않을까’식의 마인드가 문제”라며 부실 공공앱이 양산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공공앱에 대한 국민적 외면이 꼭 앱의 부실함 때문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모바일 앱 출시 경험이 있는 IT 전문가 A씨는 익명을 전제하며 “앱 시장 자체가 많이 죽었다”며 “민간에서 내놓는 앱은 자기 비즈니스라 더욱 세밀하게 준비해서 출시하는데도 성공률이 극히 낮은 게 이 시장이다. 대중들에게 장벽이 매우 높은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또 “공공, 민간을 떠나 일반 대중들이 매일 쓰는 앱은 5개 안팎”이라며 “이 5개 안에 들지 못하면 사용자가 내려받았더라도 지워지기 일쑤”라고 상황을 들려줬다.

하지만 그는 공공앱이 민간 영역에서 만든 앱과 중복이 빈번해 지는 현상은 문제라고 봤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창업진흥원에서 내놓은 ‘공공·민간의 앱 중복개발 현황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보면 공공기관의 민간 중복 앱 비율은 40.6%에 달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말이 좋아 중복이지 지자체가 벤치마킹 수준이 아닌 민간앱을 그대로 베낀 사례도 비일비재하다”고 언급했다. 이는 곧 민간앱 개발사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데, 위에서 인용한 보고서를 보면 ‘공공앱과 민간앱이 중복될 경우 피해가 있겠는가’라는 물음에 민간앱 개발사의 69.3%가 ‘그렇다’고 대답해 적잖은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앱과 중복 불가피…답은 협업

이처럼 공공앱으로 인한 논란이 수년째 지속되자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공공앱 관리체계를 강화하겠다며 칼을 빼 들었다. 그러면서 들고 나온 것이 ‘공공앱 사전타당성 검토제(이하 사전 검토제)’다. 지난 8월부터 시행중인 사전 검토제는 문자 그대로 각 공공기관들이 앱을 새로 만들 때 미리 정해놓은 기관에서 검토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중앙 부처에서 공공앱을 만들 경우엔 행안부에 있는 정보화사업 사전협의제를 거쳐야 하고, 지자체는 각 시·도에 있는 정보화 총괄부서에서 타당성, 실효성, 중복성 등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황영철 의원실 제공.

하지만 이를 두고도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외부 전문가가 아닌 내부 인사를 통해 하는 검토가 얼마나 큰 실효를 거두겠느냐는 지적이다. 결국 이 또한 상황을 모면하려는 행안부의 ‘꼼수 정책’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지자체의 경우 행안부를 거치지 않고 사업이 진행돼 왔기 때문에, 앞으론 (공공앱 등) 모바일 서비스에 대해선 기관 자체적으로 검토를 하라는 것”이라며 “현행 중앙부처는 20억원 이상, 시·도는 1억원 이상의 정보화 사업에 대해선 행안부와 사전협의를 거치도록 돼 있지만, 모바일 서비스와 관련해선 이런 기준 없이 일괄적으로 사전 검토를 받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전 검토제는 강제성은 없고 권고 수준에 그친다. 이 관계자는 “사실 공공앱으로 예산이 낭비되는 측면이 있어 부 차원에서도 내부 논의 중이다”라며 “향후 부실한 공공앱을 만든 지자체엔 업무평가 시 감점 요인이 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런 한계로 공공이 나서 앱을 개발하는 것보다 민간과 협업해 효율성을 높이자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공데이터를 공개해 민간 전문가들이 이를 효과적으로 다루고 세금 누수도 막자는 것이다.

창업진흥원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던 경기대 이동희 경영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공공앱은 대국민 서비스로 바람직한 것이지만 좋은 것을 만들려다보면 민간앱과의 중복이 불가피하다”며 “공공이 주관하고 민간이 개발 또는 운영하는 자연스러운 앱 개발 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함유근 건국대 경영대 교수도 “공공앱을 공공기관이 기획부터 개발까지 모두 다 한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민·관 협력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해외의 사례를 보면 대기업들도 정보가 많지만 개인정보 문제로 인해 익명화해서 중소기업들이 개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나친 서비스 마인드로 공공이 앱을 개발할 경우 오히려 개인정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국민 생활에 실제로 필요한 것인지를 따져 묻는 사전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이주홍 사무총장은 “민·관 협력도 중요하지만 우리 동네 미세먼지 농도를 알려주는 앱처럼, 하나를 만들더라도 실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서비스에 대한 고민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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