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요… 과장님? 책임님? 매니저님!?
저기요… 과장님? 책임님? 매니저님!?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7.12.1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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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칭으로 보는 기업문화 30대 그룹 직제 현황

[더피알=조성미 기자] 호칭은 관계를 나타낸다. 부르는 방식에 따라 상대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쉬울 수도 있다. 호칭은 기업문화를 대변하기도 한다. 창의적인 업무환경과 수평적인 조직 분위기를 위해 직제를 간소화하고 호칭에 변화를 주는 이유다.

<더피알>이 국내 30대 그룹(2016년 3분기 공정자산 기준 CEO 스코어 발표 참고)의 직제 현황을 파악했다. 그 결과 총 30개 그룹 가운데 23곳이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의 고전적 직급 체계를 사용하고 있었다.(코오롱의 경우 사원에 한해서만 주임 호칭) 직제는 그대로 둔 채 상호 호칭에만 변화를 준 CJ나 수평적으로 바꾸었다가 회귀한 KT 등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조직 체계를 개편하는 기업들의 고민도 엿볼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유규창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원~부장의 직급은 과거 세분화된 관료적 과·부제 하에서 만들어진 직급 체계”라며 “예전에는 조직단위와 연결돼 직급별로 하는 일이 달랐지만, 팀제로 바뀌면서 실제 하는 일과 직급이 맞지 않기도 해 업무와 직급·직위를 합리적으로 일치시키기 위해 기업들이 조직을 수평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용근 포스코경영연구원 경영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은 승진을 통한 동기부여의 부작용을 완화하는 방법으로 기업들이 조직체계의 간소화를 추진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다단계 직급체계에서는 승진연한에 따라 승진대상자의 업무 평가를 좋게 하는 인사평가 왜곡이 생기거나 승진 누락 시 불만이 쌓이고 또 고령화에 따라 승진이 더 이상 동기부여가 되지 못하는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곤 한다는 것.

김 연구원은 “임금체계가 다단계로 만들어진 경우 3~4년마다 승진에 신경 쓰며 오히려 업무에 소홀해지기도 한다”며 “이러한 승진주기를 이제 6~7년, 길게는 그 이상도 한 직급에 머물며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준희 조직문화공작소AIPU 대표는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에볼루션 등 첨단기술 덕에 세상의 변화가 기하급수 곡선을 만든다고 한다면 조직은 여전히 직선적 변화를 하고 있다”며 “관료체계가 단단할수록 협력하거나 주도적 창의성을 갖는 것이 어렵다. 때문에 직제 개편은 조직 자체의 적응성과 유연성을 높이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때 되면 승진? 일 잘해야 ‘長’

시대에 맞는 새로운 직제의 필요성이 대두되지만 실질적인 개선의 폭은 크지 않은 가운데, 서서히 변화를 시작한 기업들이 속속 눈에 띈다. 우선 삼성은 올 초부터 계열사별로 직급 체계를 줄여나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3월부터 기존 7단계의 직급체계(사원1/2/3, 대리, 과장, 차장, 부장)를 경력개발 단계(Career Level)로 전환하며 4단계(CL1~CL4)로 단순화했다.

임직원 간 공통적으로 ‘ㅇㅇㅇ님’을 사용하되, 부서 내에서는 업무 성격에 따라 ‘님’, ‘프로’, ‘선후배님’, 영어 이름 등 상대방을 서로 존중하는 수평적인 호칭을 자율적으로 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글로벌 경쟁력 제고와 창의적·수평적 조직문화 조성을 위해, 기존 연공주의 중심 인사제도를 업무와 전문성을 중시하는 직무·역할 중심의 인사 체계로 개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지난 2009년 9월부터 선임(선임1/2)-책임-수석의 3직급으로 전환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과거 연배에 따라 직급이 올라가고, 직급과 직책과 동일시되는 서열·위계형 방식에서 이제는 직무 중심으로 직제를 재편해 개인이 책임을 다하고 일 잘하는 이들에게는 직책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동기부여를 하게 됐다”고 전했다.

제일기획은 2010년 사원-대리-차장-국장-수석으로 이어지는 수직적인 직급 체계를 단순화(C1~C3)시켜 전 직원의 호칭을 ‘프로’로 통일해 사용하고 있다. 광고회사라는 업의 특성에 따라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끄집어내기 위한 조치였다.

SK그룹의 경우 수평적 조직문화를 조성하고 직급과 무관하게 맡은 일을 책임지는 업무환경을 만들기 위해 각 사별로 통일하거나 체계를 단순화시키고 있다. 우선 SK주식회사는 PL(프로젝트 리더)로, SK텔레콤와 SK네트웍스는 각각 2006년 2017년부터 매니저로 통일했다. 또한 SK하이닉스는 2010년 선임-책임-수석으로, SK(주) C&C는 올 3월부터 선임-수석-위원(팀장)의 3단계로 단순화시켰다.

롯데그룹은 전 계열사가 2011년부터 직급보다는 역할 위주 직제인 사원-대리-책임-수석으로 바꿨다. 롯데 관계자는 “직급이 여러 개로 쪼개진 것보다는 좀 더 부르기가 쉽고 위계감을 덜 느끼게 된 것 같다”며 수평적 조직문화의 큰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LG그룹은 계열사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올해부터 사원-선임-책임의 3단계로 가기 시작했다. 과거 과(課)와 부(部) 중심에서 지금은 팀제로 운영되는 변화에 대응하고 수평·창의·자율적인 조직문화 조성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미래에셋은 2016년부터 직급을 매니저-선임매니저-수석 매니저의 3단계 역할로 단순화했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혁신적인 IB(Investment Bank)로 성장하기 위해 글로벌 인재들을 유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한 것”이라고 직제 개편의 의미를 풀이했다.

신세계는 2015년 3월 직급체계를 기존 6단계(사원-주임대리-과장-부장-수석부장)에서 역할중심 4단계로 재편다. 상호 간 호칭은 ‘파트너’로 통일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대외적으로 상생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임과 동시에 내부적으로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CJ그룹의 경우 2000년부터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의 직급 체계를 유지하면서 호칭을 모두 ‘님’으로 바꿨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님 문화를 도입한 CJ는 수직적 관계에 구애받지 않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12월 15일 '회사 안과 밖이 다른 이름…혼란하다 혼란해'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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