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버린 김선생’, 갑질이 부른 네이밍의 역습
‘발라버린 김선생’, 갑질이 부른 네이밍의 역습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7.12.1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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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다김선생, 정직 강조하다 코너 내몰려…이름 비튼 조롱 봇물

[더피알=박형재 기자] 김밥 프랜차이즈 ‘바르다김선생’의 가맹점 갑질 논란이 온라인상에서 조롱의 날개를 달고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바르다라는 수식어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갑질에 소비자들은 ‘틀리다 김선생’, ‘삐뚤어진 김선생’ 같은 이름을 갖다붙이며 적극적으로 비난을 가하고 있다.

‘바르다김선생’ 영업점 모습. 뉴시스.

바르다김선생은 가맹점에 세척제, 일회용 숟가락 등을 비싸게 강매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6억4300만원을 부과받았다.

바르다김선생은 인터넷이나 대형마트에서 구입해도 김밥 맛의 동일성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는 18개 제품을 반드시 본사로부터 구입하도록 강제했다. 특히 이 물품을 본사에서 구입하지 않으면 가맹계약을 해지하는 조항을 두고, 일부는 시중가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에서는 각종 패러디가 쏟아지고 있다.

“안 바르다 김선생”(star****), “삐뚤어진 김선생”(poto****), “틀리다 김선생으로 바꿔야겠네”(water****), “바르다는 상호도 사용 못하게 해야”(r_u****), “가맹점을 발라버린 바르다김선생”(hey****), “업주돈으로 바르다 김선생”(sunn****), “바르다 김선생 불매합니다”(qwqq****) 등이다.

눈길 끄는 점은 다른 기업 위기와 달리 유독 ‘바르다’는 이름을 활용한 부정적 언어유희가 많다는 것이다. 그동안 공들여 쌓은 브랜드가 오히려 기업을 난감하게 만드는 ‘네이밍의 역습’인 셈이다.

바르다김선생은 ‘바른 사람, 바른 마음, 바른 재료’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다. 회사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바르다김선생은 ‘바른 사람, 바른 마음, 바른 재료’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정직한 음식점, 프리미엄 김밥을 표방해왔다.

브랜드 명칭에는 ‘바른+선생님’이란 윤리적 가치를 포함시켰고, 음식 메뉴에는 바른 김밥, 바른 콩국수처럼 정직함을 내세웠다. 심지어 홈페이지 주소에도 ‘선생’(teacherkim.co.kr)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잘 만들어진 브랜드가 갑질 논란 한방에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기업 슬로건이나 마케팅 컨셉이 지나치게 윤리적·이상적일 경우 유사시 더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실제로 SK의 경우 ‘행복SK’를 내걸고 있는데 부정적 이슈가 불거졌을 때 안티들로부터 ‘항복SK’로 불렸고, 풀무원 역시 ‘바른먹거리’를 내세워 깨끗한 먹거리를 강조했으나 제품 이물질 이슈 때 경쟁사에 비해 더 많은 비판에 시달린 바 있다. 일본 도요타는 렉서스를 판매하며 ‘도서관보다 조용하다’고 정숙성을 강조했지만, 반대급부로 사소한 소리까지 모두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는 “마케팅 컨셉을 잡을 때 ‘착한OO’와 같은 윤리적인 것들을 내세우면 소비자의 도덕적 잣대가 높아진다. 당장 믿음을 주기에는 좋지만, 나중에 논란이 발생했을 때 사소한 실수도 소비자가 용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송 대표는 또 “최근 온라인 위기는 기업을 비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놀이문화로 확산되는 경향성을 보인다”고 강조하면서 “이럴 때는 위기관리 측면에서 뾰족한 방법이 없다. 바르다김선생의 경우 소비자와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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