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북정책 엇박자?
미국의 대북정책 엇박자?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7.12.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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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리뷰] 틸러슨 “조건 없는 대화” 발언에 백악관 “대화할 때 아냐”
주요 이슈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논평, ‘미디어리뷰’를 통해 한 눈에 살펴봅니다.

오늘의 이슈 틸러슨 대북 발언

[더피알=이윤주 기자]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이 “북한과 조건 없이 만나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와 상당히 다른 파격적인 제안이다. 그러나 틸러슨 장관의 발언 직후 백악관이 잇달아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북미관계의 해빙무드를 속단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틸러슨 장관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의 한 토론회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해야만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북한이) 원한다면 날씨 얘기를 할 수 있고, 흥미가 있다면 테이블이 사각형인지 둥근지도 얘기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발언은 북미 간 대화를 가벼운 주제로 시작해, 이후 북핵 문제 해법을 논의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 소식이 전해진 직후 13일 미 백악관과 국무부는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다”며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여야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하며 전혀 다른 태도를 취했다. 틸러슨이 트럼프 대통령과 조율되지 않은 개인적 견해를 꺼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한국일보는 “(미국 정부로부터) 경질 압박을 받고 있는 틸러슨 장관이 백악관과의 교감 없이 평소의 소신을 재차 밝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면서 “대통령과 국무장관의 입에서 서로 다른 말이 나와 혼란을 초래하는 일은 더 이상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ap/뉴시스

△경향신문: 북한은 틸러슨의 조건 없는 대화 수용해야

경향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 고위관리가 아무런 전제 조건 없이 북한과 만나자고 제안한 것은 처음이다. 이로써 북·미 간 대화의 창이 열릴지 주목된다. 틸러슨의 제안은 파격적이고 구체적이다”며 “미리 의제를 정하지 말고 일단 가벼운 대화를 시작하고, 점차 북핵 등 핵심 의제 논의로 발전시키자는 구상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경향은 “틸러슨 장관의 제안이 트럼프 대통령과 사전 조율된 것인지 불명확하다”면서도 “분명한 것은 북한이 틸러슨의 제안을 수용하면 북·미 대화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앞으로 틸러슨의 제안 이상으로 더 좋은 조건을 만나기 어려울지 모른다. 북한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국일보: 틸러슨 발언, 백악관이 진위와 배경 분명히 밝혀야

한국일보는 “틸러슨 장관이 취임 이후 줄곧 대화를 강조해 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번 발언은 ‘비핵화’라는 미국의 대북협상 기조를 흔들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며 “탐색 차원의 대화 제의라고 하더라도, 북핵 용인 자세를 내비친 듯한 점이 마음에 걸린다”고 밝혔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조율을 거친 것인지도 의심스럽다. 끊이지 않는 틸러슨 장관 경질설도 발언의 무게를 떨어뜨린다”며 “경질 압박을 받고 있는 틸러슨 장관이 백악관과의 교감 없이 평소의 소신을 재차 밝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한국은 “무엇보다 미국 정부가 통일된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며 “대통령과 국무장관의 입에서 서로 다른 말이 나와 혼란을 초래하는 일은 더 이상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북한은 조건 없는 미국의 대화 제의 수용하라

중앙일보는 “제비 한 마리 왔다고 봄이 온 게 아닌 것처럼 북핵 위기가 대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보는 건 무리”라며 “우선 세라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이 ‘북한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특히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바로 지금이 북한과의 무력 충돌을 피할 마지막이자 최고의 기회’라는 말은 틸러슨의 대화 제의가 군사 옵션을 쓰기 전 북한에 보내는 최후의 경고로도 해석될 여지를 남기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은 “결국 틸러슨의 이번 조건 없는 대화 제의는 이중적 성격을 갖고 있다. 북핵 문제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한계 상황에 이르렀다는 판단과 함께, 미국이 군사옵션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 전에 북한을 상대로 마지막 외교적 노력을 펴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아울러 우리 정부도 미국과의 긴밀한 접촉으로 향후 북·미 대화에서 ‘코리아 패싱’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조선일보: 美 ‘조건 없는 對北 대화’ 제의, 결정적 순간 다가왔다

조선일보는 이번 제안에 대해 “두 가지 가능성이 다 있다”며 “미국은 대북 군사 조치가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북한과 타협하는 길로 가기로 했을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핵 사태는 김정은의 사실상 승리로 귀결될 길이 열리는 것이다. 미·북 타협은 북핵·미사일 동결과 대북 제재 해제, 한·미 훈련 중단을 맞바꾸는 밀고 당기기가 될 공산이 크다”고 봤다.

또 하나는 “제재나 압박, 대화와 같은 비군사적 노력으로 안 되면 '첫 폭탄'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라며 “틸러슨은 ‘(북에) 첫 폭탄이 투하될 때까지 이런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도 했다”고 전했다.

조선은 “어느 쪽으로 사태가 진행되든 모두 지금이 결정적 시기에 다다랐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최근의 여러 정황을 볼 때 북이 미국의 조건 없는 대화 제의를 받아들여 미·북 대화가 열릴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봐야 한다. 북이 연일 ‘핵무장 완성’을 선언하는 것은 ‘이제 다 끝났으니 협상하자’라는 신호이기도 하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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