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합의’ 둘러싼 확연한 온도차
‘위안부 합의’ 둘러싼 확연한 온도차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7.12.28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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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리뷰] 경향신문 “당장 폐기해야 마땅해” vs 조선일보 “폐기·재협상 요구, 한·일 관계 파탄 날 것”
주요 이슈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논평, ‘미디어리뷰’를 통해 한 눈에 살펴봅니다.

오늘의 이슈 위안부 합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7일 외교부에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tf 결과에 대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피알=이윤주 기자] ‘한일 위안부 합의’ 재검토 결과가 발표되면서, 향후 한·일 간 적잖은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장관 직속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는 2015년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한 조사결과를 27일 발표했다. 보고서는 ‘피해자 중심주의’를 외면한 점, ‘최종적·불가역적’이라는 표현을 받아들인 부분, 소녀상 문제 등에서의 이면 합의, ‘성 노예’라는 단어 사용 금지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다만, 한·일관계에 미칠 외교적 파장이 상당하기 때문에 양국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나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라는 것이다. 최종 입장을 정해야 하는 정부가 파지와 유지 중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언론들은 사설을 통해 뚜렷한 온도차를 나타냈다. 경향신문은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는 굴욕적인 합의 내용과 비민주적인 과정을 봐서는 당장 폐기해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조선일보는 “만약 2년 전 합의를 폐기하고 재협상을 요구한다면 한·일 관계는 파탄 날 것”이라면서 “역사 문제는 역사 문제대로 엄중하게 대응하되 한·일 관계도 정상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가 열리고 있다. '국민의 나라' 블로그

△경향신문: 위안부 합의, 이렇게 졸속에 엉터리였다니

경향신문은 “위안부 합의 이후 일본이 소녀상 이전을 마치 한국이 합의한 것처럼 강하게 요구하는 등 적반하장식 공세를 펴온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잘못된 합의로 위안부 피해국과 가해국의 입장이 뒤바뀐 셈”이라고 밝혔다.

이어 “위안부 문제 합의가 피해 할머니들과의 소통 부족 등 ‘피해자 중심주의’를 외면한 사실도 확인됐다. 정부는 협상 진행 도중 피해자 쪽에 때때로 관련 내용을 설명하기는 했지만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확인이나 국제사회 비난·비판 자제 등 한국 쪽이 취해야 할 조치가 있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았다”며 “사실상 할머니들을 속인 셈”이라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한국일보: 부실 드러난 ‘한일 위안부 합의’, 손질이 불가피해졌다

한국일보는 “결함이 있는 합의더라도 이 문제에 일본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정부가 이번 발표와 정부 대응을 분리하겠다는 방침을 미리 밝힌 것도 섣부른 결정이 몰고 올 외교적 파장을 감안한 때문일 게다”라면서도 “무조건 합의의 성실한 이행만 되뇌는 일본 정부도 문제가 없지 않다”고 봤다.

“아무리 외교 합의라 하더라도 그 과정이 졸속이었거나 일방이 그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합의를 재검토하고 조정하는 게 순리”라는 것.

한국은 “처지를 바꾸어 일본 내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해 국민 다수가 합의 파기를 주장할 경우 일본 정부는 외교 합의라는 이유로 여론을 무시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고 되물었다.

△서울신문: 문제점 드러난 ‘위안부 합의’, 파기는 신중해야

서울신문은 “피해 할머니들이 80대 중반을 넘긴 고령으로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이 살아 있을 때 일본의 사과와 배상을 받아내겠다는 충정을 십분 헤아린다 해도 그 결과가 국민 다수의 이해와 공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결과적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면서도 “TF 조사 결과는 명확한 한계도 지니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가 제공한 문건 중심으로 검토하다 보니 협상 전후의 맥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고, 불완전 협상의 책임을 지난 정부 청와대로 떠넘긴 듯한 인상도 준다. 이들이 주장한 ‘충분한 소통’이 뭘 말하는지 등 결론을 이끌어낸 기준의 객관성도 의문의 여지가 남는다”고 봤다.

또 “당장의 한·일 관계 악화를 넘어 국제사회의 신뢰와 직결된 문제”라며 “마땅히 정부가 해야 할 합의 과정 검토를 민간 인사들에게 떠넘기고 그 결론에다 대외정책을 꿰맞춘다면 이 또한 외교 실패의 사례로 이어질 것”이라고 염려했다.

△중앙일보: 위안부 합의, 협상도 경위 조사도 잘못됐다

중앙일보는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가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합의 내용을 알려준 뒤 동의를 얻는 데 얼마나 시간이 든다고 70년도 더 된 문제를 그렇게 급히 매듭지어야 했는지 의문”이라며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규명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위안부 TF가 또 다른 문제로 지적한 비공개 부분의 존재 및 고위급 협의를 통한 해결 등은 왜 잘못된 것인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무릇 외교란 일방적으로 받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 바람을 이루려면 상대의 거북한 요구도 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정작 큰 문제는 경위 조사란 이름으로 외교상 넘어선 안 될 선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30년 동안 비밀에 부쳐야 할 외교문서가 2년 만에 까발려졌다”며 “앞으로 문재인 정부는 물론, 향후 모든 정권의 외교에 큰 짐이 될 게 분명하다.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어느 나라가 한국 정부를 믿고 비밀스러운 거래를 할 수 있겠는가”라고 우려를 표했다.

△동아일보: 위안부 합의 이면 공개 유감… 더 유감인 日 반응

동아일보는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은 담화를 내고 ‘한국 정부가 합의를 변경하려 한다면 한일 관계가 관리 불가능하게 된다’고 반발했다”며 “위안부 합의 이후에도 합의 정신과 무관하게 오리발을 내밀어 온 일본 정부가 되레 한일 관계 관리 운운의 협박을 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번 TF 조사에서 비공개로 관리돼야 할 외교문서가 다수 공개된 것은 국제사회에 한국의 신뢰를 떨어뜨릴 빌미를 주었다는 점에서 아픈 대목”이라며 “비록 전임 정부가 부실한 합의를 했더라도 정부 간 약속은 일방적으로 바꾸기 어렵다. 기왕의 합의에서 평가할 부분은 평가하고 부족한 점은 앞으로 보완 수정 추가하는 게 현명한 방향”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조선일보: ‘한·일 위안부 합의’ 잘못 못지않게 의미도 컸다

조선일보는 “한·일 양국이 한발씩 양보하는 합의로 두 나라 관계를 정상화하는 쪽으로 물길을 돌려놓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일본 총리가 공식 사과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일본 정부 예산으로 위안부 재단 출연금이 나온 것도 처음이었다. 모두 일본 정부가 끝까지 거부해온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베 내각은 2014년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최초로 인정한 ‘고노 담화’ 재검증을 통해 그 진정성을 훼손하고 그것이 ‘정치 협상의 산물’일 뿐이라고 깎아내린 일이 있다. 그때 아베 내각은 1993년 당시 외교 문서 전체를 뒤져 공개해서는 안 될 내용들을 다수 공개했다”며 ”이번에 우리도 똑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선은 “만약 2년 전 합의를 폐기하고 재협상을 요구한다면 한·일 관계는 파탄 날 것이다. 북이 핵 무장 완성을 선언한 상황에서 언제까지나 과거에 얽매여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역사 문제는 역사 문제대로 엄중하게 대응하되 한·일 관계도 정상화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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