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는 고객전화, 끊으면 다인가요?
욕하는 고객전화, 끊으면 다인가요?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8.01.0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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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인권보호와 더불어 시스템 개선이 뒷받침돼야
전화 상담사들은 대표적인 감정노동 직업군으로 꼽힌다. (자료사진) 182 경찰민원 콜센터 내부. 뉴시스

[더피알=조성미 기자] 감정노동의 대표 직업군 중 하나가 바로 상담사들이다. 제품이나 서비스 이용시 문의나 불만이 있는 고객들을 상대하다보면 스트레스를 넘어 무기력감과 우울증을 느끼는 이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진다.

상담사들의 고충이 사회문제로 공론화되면서 각 기업들도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GS칼텍스는 통화 연결음에 “사랑하는 우리 아내가 상담 드릴 예정입니다”와 같이 상담원 가족의 목소리를 담은 ‘마음이음 연결음’ 캠페인을 진행해 호평 받았다. 사회공헌성 캠페인이었지만 온라인을 중심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감정노동에 대한 관심도를 높였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고객은 왕이다’는 기조를 뒤로 하고, 내부고객인 상담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넥슨은 상담사 보호 정책을 다음달 5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상담사의 인권을 침해하는 욕설·성희롱·인격침해·위협적 표현 등을 하는 유저에 대해 최대 30일까지 게임 이용을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앞서 고용노동부도 지난해 11월 ‘감정노동 종사자 건강보호 핸드북’을 발간한 바 있다. 감정노동에 대한 개념부터 건강보호 조치, 기업별 우수사례 등을 담아 유관기업들이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일각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상담사들에게 ‘전화 끊을 권리’를 부여하고 있지만 욕설이나 성희롱 등 다소 극단적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에는 이마저도 쉽지 않기 때문. 따라서 고객의 불만과 고충을 해결하지 못하는 고객센터의 체질개선이 우선돼야 한다.

실제로 넥슨의 상담사 보호 정책이 발표되자 고객센터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덩달아 높아졌다. 고객의 문의나 불편사항에 대해 매크로(일련의 작업을 반복수행하는 것) 답변만 늘어놓는다는 그간의 누적된 불만이 반영된 것이었다.

또한 고객센터에 걸려오는 전화 가운데는 상담원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경우도 많다. 일례로 많은 주문이 밀리는 명절 시즌엔 배송 불만이 폭주하는데 이에 대해 상담원이 할 수 있는 말은 ‘죄송합니다, 고객님’뿐이다.

고용노동부 지침서 내용 중에 ‘고객과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업무처리 재량권 부여’ 항목이 있긴 하지만, 현장에서 어느 정도 적용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한국GM에서 진행한 GM마음이음 연결음 영상을 봤다는 한 30대 남성 소비자는 “마음이 짠했다”면서도 “차량 등은 재산상으로 커다란 의미를 지닌 품목이기에 고객센터에 연결을 시도하는 이들의 경우 예민할 수 밖에 없다. 상담원을 통해 원하는 답변을 듣지 못하거나 소관 업무가 아니라며 전화를 뱅뱅 돌리기만 하면 솔직히 고운 말만 하기가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고객의 입에서 욕 나오게 만드는 서비스와 그 화를 고객센터에 풀어버리는 고객 사이에서 애먼 상담사 등이 터지지 않으려면 결국 ‘전화 끊을 권리’와 더불어 시스템 개선 등을 통한 근본적인 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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