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자살을 보도할 것인가
어떻게 자살을 보도할 것인가
  • 김주연 변호사 (thepr@the-pr.co.kr)
  • 승인 2018.01.05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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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위원회 기고문] 김주연 변호사
지난해 갑작스런 종현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샤이니가 올린 추모의 글. 출처:샤이니 인스타그램

얼마 전, 인기 그룹 샤이니의 멤버 종현이 자살하는 일이 있었다. 관련 기사들이 쏟아졌다. 자살한 장소며, 자살한 방법이며, 상주가 누구인지, 조문은 누가 다녀갔는지 등이 시시각각 보도되었다. 조문객으로 보도되지 않은 어떤 연예인은 ”왜 조문을 가지 않았냐?”라는 네티즌의 악플 메시지를 받았다고 또 보도가 됐다. ▷관련기사: 종현 보도, ‘언론다움’ 필요하다

모방 자살을 막을 방법이 있을까. 자살 보도를 아예 금하는 편이 가장 강력할 것이지만, 언론의 자유나 알 권리와 충돌하지는 않는지 검토를 필요로 한다.

이에 자살 예방을 위하여 보도 가이드라인 등이 만들어졌는데 보건복지부는 자살의 수단, 방법 등 구체적인 내용을 최소화하고, 자살에 대한 미화를 피하며, 자살 예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라는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을 배포하였고, 언론중재위원회는 자살 장소나 자살 방법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거나, 충분하지 않은 정보로 자살 동기를 단정하는 보도에 대해서 시정권고를 내리고 있다.

자살 보도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외국도 거의 비슷하지만, 자살의 원인을 어떻게 보도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미국, 호주 등 외국은 기본적으로 자살은 질병이므로, 치료와 예방이 가능하다는 점을 기사를 통해 적극 알려야 한다는 쪽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자살의 원인은 한 가지로 특정할 수 없으므로 차라리 이에 대해 말을 아끼는 편이 낫다고 보는 듯하다.

자살 보도가 끼치는 사회적 영향과 관련해서 보면, 자살 원인을 보도하지 않으면 자살은 단지 개인의 선택 범주로만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잠재적 자살 가능자들에게 이러한 자살 보도 내용은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반면 자살이 정신 질환에서 비롯되는 점을 밝히면, 독자들은 자살의 전조 증상으로서 정신 질환을 보게 되고, 자살을 피치 못하게 닥친 사고가 아니라, 치료하면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열린다.

2016년 화제작,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는 미국 콜럼바인 총격사건 가해자의 엄마인 수 클리볼드가 총격사건의 참상이 자신이 미처 아들의 정신질환을 알아채지 못한 잘못에서 비롯되었음을 절절히 써 내려간 책이다.

수 클리볼드는 자신의 아들이 자살하고 싶었지만 이를 실행하지 못하는 상태였는데, 타인을 살해함으로써 비로소 자살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스스로 만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녀는 이러한 반성적 분석을 통하여, 정신질환에 대한 각성과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의 예방을 진심으로 바랐다.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된 아들의 민낯을 대중에게 공개한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을 후비는 일이었을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작가의 아들에 대한 감정적인 용서 문제는 별도로 하고, 이러한 접근이 사회적으로 주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분명하다.

어느 연구에 따르면 자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신질환, 이에 대한 자살예방 전문가의 인터뷰, 예방 프로그램에 초점을 둔 정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기관명이나 홈페이지 등이 기사로 전달되면 자살률이 감소한다고 한다. 그의 자살이 언론사의 잘못된 자살 보도 관행과 관련하여 사회적인 반성 및 논의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글은 언론중재위원회 블로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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