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을 손에 쥐는 신문사들
골프장을 손에 쥐는 신문사들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8.01.0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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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지에서 활발한 인수 움직임 보여…모기업 돈벌이 수단에 언론이 이용된다는 비판도

[더피알=서영길 기자]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 광고매출 감소와 구독률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신문사들이 신사업에 손을 뻗히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근 몇 년 새 골프장 인수 및 사업권 확보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그나마 먹고 살만하다는 경제지에서 더욱 활발하게 일어나는 모양새다.

최근 몇 년 새 언론사들의 골프장 인수 및 사업권 확보가 두드러지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없음) 뉴시스

실제 국내 7개 주요 경제지(매일경제, 한국경제, 서울경제, 아시아경제, 이데일리, 머니투데이, 파이낸셜뉴스) 중 절반 이상이 직·간접적으로 골프장 사업에 손을 대고 있다.

이들 언론사 중 골프장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곳은 <아시아경제>다. 전면에 나선 건 모기업인 KMH로, 아시아경제와의 지분 투자를 통해 지난해 2개의 컨트리클럽(이하 CC)을 수하에 넣었다.

KMH는 신라CC를 인수하며 이 회사가 보유한 파주CC 지분까지 추가로 사들이는 방식을 통해 대형 인수합병(M&A)을 매조지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신라CC를 보유했던 KA레저도 인수하며 해외 레저사업 확장에 발판을 마련했다.

<한국경제>는 계열사인 <한국경제TV>와의 컨소시엄을 통해 포천힐스CC를 자회사로 만든 케이스다. 양사는 골프장을 새로운 수익 모델로 만들기 위해 지난해 각각 800억원, 500억원 안팎의 사내 유보금을 동원했다. 포천힐스CC 최대주주였던 은강LND와 적당한 투자처를 물색해 왔던 한경의 니즈가 맞아 떨어지며 성사된 M&A였다.

<이데일리>도 모기업인 KG그룹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골프장 사업에 뛰어든 바 있다. 지난 2015년 써닝포인트CC를 거느린 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 FLC를 인수하며 타 경제지에 비해 비교적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그 밖에 <서울경제>는 약간의 지분을 통해 골프장 사업에 발을 담그고 있는 경우다. 서경은 광릉CC에 약 8% 정도의 지분을 보유해 간접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주요 종합일간지 중에선 3곳이 인수 혹은 지분 투자로 골프장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모기업인 중앙그룹이 (주)보광과의 출자전환을 단행하며 골프장을 보유하게 됐다. (주)보광을 갖고 있는 보광그룹은 평창휘닉스파크 등을 보유한 레저전문기업이다. 이로써 중앙일보는 휘닉스CC과 태기산CC 등 두 마리 토끼를 손에 넣었다.

<한국일보>와 <세계일보>는 지분을 통해 골프장 사업에 손을 대고 있다. 한국일보는 한 지붕 아래 있었던 서울경제와 같은 광릉CC에 약 18%의 지분을, 세계일보는 통일교 재단에서 운영하는 용평리조트에 약 6%의 소유권을 갖고 있다. 용평리조트는 현재 버치힐골프클럽, 용평골프클럽 등 3곳의 골프장을 운영 중이다.

지역일간지 중에선 <한라일보>가 있다. 한라일보를 부영그룹이 인수하며 본의 아니게 골프장을 갖게 된 것. 부영그룹은 현재 부영CC와 더클래식CC를 보유하고 있다. <인천일보>도 부영이 지난해 50%의 지분을 사들이며 이들 CC의 간접적인 관계사 됐다.

언론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골프업계 한 관계자는 “수익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언론이 골프장에 눈독을 들이는 게 아니겠느냐”며 “특히 언론사들이 보유한 골프장은 회원제가 아닌 대부분 수익률이 좋은 대중제(퍼블릭)다. 재작년엔 골프장 영업이익률이 평균 30%정도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언론사로선 수익도 낼 수 있고, 행사나 마케팅 차원에서도 골프장 운영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골프장을 보유한 언론사 한 고위관계자는 “골프장을 갖고 있으면 회사의 자산가치가 높아지는 측면도 있고, 수익률 면에서도 지난해 6~7% 성장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자의든 타의든 언론사들이 골프장 운영에 뛰어드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모기업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골프장을 선택하며 언론사들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중견언론인은 “언론사 모기업들의 골프장 보유가 언론 본연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라기보다 다른 부수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게 있을 것”이라며 “아무래도 어느 언론사에서 해당 골프장을 운영한다고 하면 당국의 까다로운 규제에서 상당부분 자유로운 측면이 있다. 이런 이점을 갖고 시작해 영업 우위를 가져가게 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자들이 광고 영업도 모자라 골프장 손님 유치까지 나서는 일도 비일비재 하다”며 “그나마 여기서 나온 수익이 저널리즘 발전을 위해 재투자 되면 모를까 모기업 배만 불리는 꼴이라면 이런 흐름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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