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착오적 조직문화도 ‘죄’가 되는 세상
시대착오적 조직문화도 ‘죄’가 되는 세상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8.01.1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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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약 행군’ ‘간호사 장기자랑’ ‘절대복종각서’ 등 내부이슈→위기…외부 시각으로 관행 점검해야

[더피알=박형재 기자] ‘국민은행 피임약 행군’, ‘성심병원 간호사 장기자랑’, ‘다이소 절대복종각서’…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기업 위기 이슈들이다. 공통점은 지금 시대와 맞지 않는 낡은 조직문화가 외부로 새어나오면서 잇따라 구설에 올랐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조직 내에서 수용되던 관습들이 바깥으로 드러나 문제가 되고 있다”며 명성관리 차원에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민은행 신입사원 피임약' 논란을 보도한 tv조선 방송 화면.

KB국민은행은 지난달 신입사원 연수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틀간 100km를 행군하면서 여직원에게 피임약을 제공한 일이 최근 알려져 비난 여론에 직면했다. 장거리 행군도 전근대적인 발상인데 피임약 제공은 더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은행 측은 “행군 날 생리주기가 겹치면 힘들 것 같아 피임약을 준비했으며 행군을 마쳐야만 연수를 통과할 수 있다는 식의 강제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신입사원 연수의 특성상 나홀로 행군에 불참하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성심병원은 연례 체육행사 때마다 간호사들에게 배꼽이 드러나는 옷을 입고 선정적인 춤을 추도록 강요한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샀다. 간호사들은 장기자랑 준비를 위해 야근을 하거나 휴일까지 반납했다.

성심병원 간호사들이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과정을 심층 보도한 jtbc 프로그램 화면.

관련 보도가 나간 직후 성심병원 측은 변명에 가까운 말만 되풀이하다가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자 다소 뒤늦게 사과문을 발표했고, 이후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성희롱 관련 근로감독에 착수했다.

다이소는 무려 16년 동안 노동자들을 상대로 ‘절대 복종 이행각서’를 작성하게 한 사실이 최근 밝혀지며 파문이 일었다. 문제의 각서에는 △상사의 업무상 지시, 명령에 절대 복종 △회사 허가 없이 방송, 집단행동, 시위 등을 할 경우 어떠한 조치도 감수 등의 내용이 담겨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

이러한 논란들은 시대착오적인 조직문화가 바깥으로 공개되면서 불거진 것이다. 과거에는 기업 내부의 불합리한 관행이 전통으로 포장되고 잘 드러나지 않았다면, 지금은 조직 구성원 누구나 페이스북, 대나무숲 등 SNS를 통해 나쁜 관행을 폭로하기 쉬워지면서 더욱 표면화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은 장기자랑이나 극기훈련 등이 팀워크와 소속감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명성관리 차원에서 긍정적인 면보다 리스크가 더 크다.

강함수 에스코토스 대표는 “최근 성심병원 장기자랑 논란이나 국민은행 사례 모두 조직 내부 이슈가 바깥으로 드러나 문제가 됐다”면서 “의심 없이 해왔던 전통이나 관습이 문화적, 사회적 기준에 적합한가를 기업들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역시 “직장 내 단합을 위한 극기훈련 등은 과거에나 가능했던 것인데,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계속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앞으로 패미니즘이나 여성인권 문제는 더 불거질 것이다. 이제는 조직문화가 언제든지 공개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좀 더 민감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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