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보다 잿밥? 지방에서 횡행하는 ‘기자갑질’
취재보다 잿밥? 지방에서 횡행하는 ‘기자갑질’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8.01.1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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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력 과시하려 공무원에게 고압적 자세 일삼아…주차요금 대신 내라며 티켓 던져놓고 가기도

▷지역기자들, 과잉 넘어 난립?에 이어..

[더피알=서영길 기자] 지역에서 활동하는 기자들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은 인터넷신문 등록 요건을 다시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낳고 있다. 종이신문보다 상대적으로 창간하기 쉬운 매체 특성상 난립이라고 볼 정도로 많아져 기자수도 늘었다는 판단에서다.

지역 시·도청 기자 과밀화 현상은 각종 폐단도 낳고 있다. 픽사베이

정부는 지난 2015년 11월 신문법 개정을 통해 인터넷신문 창간 요건을 강화시킨 바 있다.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인터넷매체의 진입 장벽을 높이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시행 1년이 채 안 된 지난 2016년 10월, 헌법재판소로부터 ‘언론의 자유를 제한한다’며 위헌 판결을 받으며 해당 법안은 사라졌다.

일각에선 ‘언론적폐’로까지 치부되는 출입처 기자단을 오히려 더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우후죽순 격으로 기자들이 많아지다 보니 제각각의 의견을 도저히 수렴하기가 힘들다는 주장이다. 그러다보면 자신의 의견이 무시된 것으로 여기는 기자들로부터 일종의 ‘갈굼’을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D광역시청 홍보담당자는 “인터넷이나 지방지가 늘면서 여러모로 의견이 많아졌다”며 “기자단이 폭넓게 운영되면 간사가 이래저래 하자고 하면 우리도 그대로 따라주면 되는데, (기자가 많아지니) 그게 안 된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지방 소재 공기업 임원을 지낸 E씨는 “공무원들이 오죽하면 그러겠느냐”면서도 “기자단 확대 운영은 현실성이 없는 얘기”라고 단정했다. 지역 언론 사정에 밝은 그는 “지역 기자단은 청와대 기자단만큼 진입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소위 마이너 매체 기자끼리 연합을 잘 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들은 각개전투 방식을 고수한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시‧도청에 수많은 기자들이 몰리다보니 매체 파워를 보여주기 위해 애먼 공무원에게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거나 갑질을 하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11월 경기도 오산의 한 지역지 기자는 평소 자신의 말을 잘 듣지 않는 것에 불만을 품고, 팀장급 공무원에게 막말을 하고 폭행을 가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최근엔 전북지역 언론사 대표가 기사를 빌미로 도내 기관과 단체로부터 광고비를 ‘땡겨’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기자의 갑질을 못 견디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행정원이 해당 기자에 보낸 문자메시지. 뉴시스

그에 앞서 지난해엔 기자의 갑질과 협박에 못 이겨 시에서 운영하던 기관의 행정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있었다. 그는 자신이 처리할 수 없는 업무에 있어서 수차례에 해당 기자에게 양해를 구했지만, 기자는 막무가내로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려 부당한 내용을 기사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행정원은 해당 기자에게 ‘당신은 펜을 든 살인자’라는 문자를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이런 굵직한 사례 외에 경미한 ‘갑질’도 있다. 광역시청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우리 청에 출입하는 한 기자는 자기가 사용한 공영주차장 티켓을 우리 보고 내라며 던지고 간 적도 있다”며 어이없어 했다.

매체파워 이용 이권사업 개입도

각 시‧도청이나 공공기관에 이처럼 기자들이 몰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해묵은 얘기지만 광고·협찬 수주나 지역 이권사업 개입 등의 목적으로 출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언론 본연의 임무인 취재를 위해 출입하는 기자들도 많지만, ‘잿밥’에 더 관심을 보이는 기자들도 적지 않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특히 해당 지역이 광역시가 아니거나 주변에 공기업 혹은 대기업 등이 없는 곳이라면 각 지자체로 지역 기자들의 쏠림현상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실질적으로 지역 언론 대부분은 관에서 나오는 행정 광고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과정에서 밥그릇 싸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공무원들에 대한 기자들의 갑질이나 고압적인 자세도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 광고·협찬을 끌어내는 잘못된 관행에서 기인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F시청 홍보담당자는 “다른 목적을 가지고 계속 찾아오며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기자들이 있다”며 “신문 구독 요구 정도는 점잖은 편이다. 처음부터 대답을 정해 와서는 ‘우리가 이런 거 추진하는 데 시가 함께하자’고 통보하는 식이다”라고 일례를 들려줬다.

지방의 한 공공기관 홍보팀장은 “군소 지역지 기자들은 자신들의 출입처를 정할 때 광고를 줄 수 있는 곳인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삼는다”며 “우리는 이런 일이 하도 많아 출입을 몇 달 이상해야 광고를 받을 수 있다는 기준을 만들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어떤 기관은 네이버 같은 곳에 능동적으로 기사가 게재되거나, 객관적으로 아웃풋을 측정할 수 있는 언론사에 1차적으로 광고를 집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부연했다.

또다른 지방의 한 공기업 홍보실 관계자는 “취재를 위해 기자들이 몰리면 이해라도 된다. 실상은 우리가 규모도 크고 예산도 많으니 매체가 몰리는 경향이 크다”며 “그래서 아예 지역지를 모아 간사 한 명을 정해 놓고 (광고)집행 비용을 뽑아 달라고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OO광역시 한 공기업은 지역 언론이 아예 사장을 맨투맨으로 감시한다고 들었다. 이유가 무엇이겠느냐”며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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