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담]“‘소프트 파워’라뇨? ‘울트라’예요”
[방담]“‘소프트 파워’라뇨? ‘울트라’예요”
  • 염지은 (senajy7@the-pr.co.kr)
  • 승인 2010.05.28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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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PR 임원 5인의 방담


“왜 여성PR인이란 걸 기획하신 거죠? 이런 시각 자체가 불평등이에요.”

The PR은 6월호 스페셜리포트 ‘여성PR인시대’를 기획하며 임원급 여성PR인 5명간의 네트워킹을 시도했다. 하지만 ‘여성PR인’을 주제로 한 모임에 참석한 여성 임원들은 불만부터 토로했다. “여성이란 걸 떠나서 일을 하는 사람들인데, 업을 놓고 보면 여성이든 남성이든 다 똑같다”는 주장이었다. 일하는데 여성, 남성이 있을까마는 그래도 별 중의 별이라는 여성 임원이기 때문에 여성이란 특별함이 더해졌을 것이란 상상은 산산이 부서졌다.
김숙경 듀폰코리아 이사, 박찬희 스타벅스코리아 실장, 이정희 웅진홀딩스 상무, 이지영 프레인 상무, 홍종희 로레알코리아 이사(가나나 순) 등 여성PR 임원 5명의 수다를 지상중계한다.

지난달 17일. 삼청동 한옥들이 굽어 보이는 와룡공원 도로 끝자락에 이름만 대면 웬만한 PR인들은 다 아는 여성 PR인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여성PR 임원분 몇 분 모시고 저녁 식사 자리를 만들까 하니, 식사하시면서 여성PR인으로 느끼시는 점들에 대해 담소를 나눠 달라”는 본지의 요청에 따라서였다.(당초 참석을 약속했던 신연숙 크라운해태제과 상무는 이 날 심한 몸살로 부득이하게 불참했다.)

약속 시간인 저녁 6시 30분에 제일 먼저 나타난 사람은 김숙경 듀폰코리아 이사였다.
이어 이지영 프레인 상무, 이정희 웅진홀딩스 상무가 차례로 약속 장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모임 장소는 김만기 전 롯데백화점 홍보 이사의 3층 자택. 케이크 디자이너로 유명한 아내 전미경씨가 특별히 손수 만든 퓨전 일식이 준비됐다.


“소프트파워라니요? 울트라예요.”

아직 도착하지 않은 사람들을 기다리는 동안 여성PR인들의 소프트한 파워가 요즘 눈에 띈다는 말에 바로 반박이 나왔다. 임원이라서일까? 그녀들의 카리스마가 심상치 않다.
길을 헤매던 박찬희 스타벅스코리아 실장, 늦는다는 홍종희 로레알코리아 이사까지 모두 도착하자 이날의 모임을 기념하기 위한 촬영이 1층 케이크카페 테라스에서 진행됐다. 성공한 여성 임원으로서 강한 눈빛을 보내 달라는 사진작가의 주문에 시원한 웃음이 터졌다.
다시 계단을 올라 3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통유리창으로 삼청동 한옥이 운치 있게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식전 어린 포도 품종으로 만든 독일와인의 건배 제의에 이정희 상무가 ‘사랑은 뜨겁게’를 외치며 ‘지구는 차갑게’라고 후창을 권했다. ‘사랑은 뜨겁게, 지구는 차갑게’는 웅진그룹이 올해부터 전개하는 저탄소경영 슬로건이다.

“글로벌 기업에 윤리는 선택 아닌 필수”

음식이 서비스되는 동안 PR테크닉이 화제에 올랐다. 박찬희 실장은 “우리나라 언론환경도 미국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운을 뗐다. 박 실장은 “새삼스러운 건 아니겠지만 기존 메이저 매체 말고도 온라인 매체 등도 동등하게 기사화가 많이 되니까 기존의 소수 매체만을 위한 맨투맨 홍보에 한계가 있다는 걸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정보를 가급적 공평하게 주고 정보에 대해 관심 있는 언론사와 얘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는 것.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미국 스타벅스의 경우 특정 매체만이 아닌 모든 매체에 일괄적으로 공평하게 릴리즈하고 취재 의뢰 시 깊이 얘기하는 홍보 활동을 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얘기는 자연스레 글로벌 기업들의 PR전략으로 계속됐다. 김 이사는“BtoB도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코어밸류 쪽을 많이 하고 있다. 회사의 홍보 방향이 제품 하나 하나보다는 환경, 기후, 에너지 문제 등 메가 트렌드와 관련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며 듀폰의 PR전략을 설명했다. 홍 이사는 “로레알은 올해 101년 된 역사를 가졌지만 그동안 CEO가 5번만 바뀌었다. 그 자체가 탄탄한 메시지이다. 특히 로레알은 기업재단을 만들어 글로벌한 사회활동을 많이 한다. 글로벌 화학, 교육, 소외계층 등 3가지 사업을 하고 있다. 최근 포춘지의 50대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글로벌 23개 브랜드에서 14개가 한국에 들어와 있다”고 로레알의 간단한 기업 소개를 했다.

이어 박 실장이 “아무나 글로벌 기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나라에서 검증받은 후에야 글로벌해질 수 있다. 윤리, 사회공헌 등 홍보도 언론홍보 하나라기보다 총체적인 것이다” 며 글로벌 기업의 윤리에 대해 화두를 던졌다.

“기업 성장 원동력은 변치 않는 핵심가치”

김숙경 이사가 윤리 등 기업의 핵심가치가 기업 성장의 원동력이 되며 기업을 존속시킨다고 얘기를 이었다. “듀폰은 역사가 208년이 됐다. 한 우물 파는 게 전략일 수 있지만 항상 얘기하는 것은 핵심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듀폰은 큰 변화를 3번 겪었다. 화약의 발견에 이어 20세기 때는 나일론 테프론을 발명해 인류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스타킹, 낙하산, 자동차 소재는 물론 인류 생활에 기여한 가장 큰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힌 칫솔도 다 나일론이다. 2000년대 와서는 종자산업, 농업 쪽 비중이 제일 커져 25%에 달한다. 바이오 연료 등 바이오기술도 굉장히 많지만 화학과 폴리모도 있다. 변하는 21세기에서 항상 변하지 않는 게 있고 변하는 게 있다. 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은 변하지 않는 핵심가치다. 글로벌 기업은 어느 한 지역에서 망하면 세계 전체가 망하는 것이다. 굉장히 고지식하다고 할 수 있지만 기업이 글로벌화되면서는 윤리, 환경, 안전, 인간존중 등 핵심가치를 엄격히 지켜야 한다”.

박 실장은 “신세계와 손잡은 이유 중 하나는 윤리 등 스타벅스의 기업가치가 맞아서다”며 윤리 경영의 중요성을 거듭 언급했다. 스타벅스는 신세계가 50%의 지분을 갖고 있다. 홍 이사는 “로레알은 CEO가 1년에 한번 윤리 웹캐스팅을 실시한다. 실시간으로 전 직원이 마주앉아 직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한다”며 CEO의 의지를 역설했다.
이정희 상무는 “웅진은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기본적인 기업 가치는 투명 윤리이고 창의적 기업을 거쳐 현재 환경경영으로 가고 있다. 가치 부문에 있어 정말이지 투명하지 않으면 안된다. 대기업뿐 아니라 세계적인 기업과의 경쟁을 위해 외부에서 젊은 직원을 높은 연봉을 주고 영입해 와도 내부에서 반발이 없다. 그만큼 경영을 오픈시켰기 때문이다. 옆에 있는 친구가 일을 열심히 하고 잘하는 것은 곧 내 성장이기도 하다는 식의 문화가 있다”고 했다.

“PR 역사는 왜 기록하지 않는가?”

화제는 ‘PR’ 자체에 대한 고민으로 옮겨갔다. PR에 대한 생각과 각자의 정의가 내려지고 채용에 대한 기준도 논의됐다.

홍 이사는 “홍보가 말을 하고 글로 쓰는 직업인데도 불구하고 PR의 역사에 대해서는 기록하지 않는다. 홍보업을 키우기 위한 것에는 확실히 소홀하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업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자기 비즈니스를 파악한 다음에 크리에이티브를 해야 한다. 메시지를 통제하는 건 문제가 있다. 메시지를 좋은 흐름을 탈 수 있도록 약간의 장치를 걸어줘야 한다”는 조언도 곁들였다.

박 실장은 “창의성이 필요한 게 홍보다. 약간의 진정성도 있어야 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자료를 보내는 것도 있지만 그걸 갖고 릴레이션을 맺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홍보 업무는 정직하다. 내가 발로 뛰는 것만큼 성과물의 질이 다르다. 사진기자들도 사전에 기록 등을 설명해주면 더 많이 관심 갖는다. 인간적 관계만 갖고 하면 안 된다”며 자신의 경험을 털어놨다.

이정희 상무는 “홍보는 아이디어 싸움인 것 같다. 제일 중요한 것은 정보다. 또 노골적으로 우리 잘났다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연말 남산 사랑의 열쇠고리 철조망에 의자만 만들어 놓고 포토존을 만들어줬더니 다양한 사진들이 많이 올라오며 계속 연쇄반응을 일으켜 자연스럽게 홍보가 됐다”는 사례도 곁들였다. 이지영 상무는“PR은 소통이다. 소통을 잘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느끼지 못했던 숨어 있는 매력을 느끼고 사랑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열정은 뜨겁고 머리는 차가워야”

얘기는 홍보실 인사 채용으로 다시 옮겨갔다.
이지영 상무는 “기본적으로는 홍보에 대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을 뽑는다. 열정은 뜨겁고 머리는 차가워야 한다. 얼마나 전략적인 사고를 하고 합리적으로 본인 사고를 잘 표현하는지를 본다. 1년에 15명 정도 공채 직원을 뽑는데 신입은 본인이 생각하는 걸 얼마나 설득력있게 얘기하는가를 보고 경력직은 기본 스펙과 어느 정도의 퍼포먼스인지를 본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문장력을 보면 나온다. 던져주고 써 보라고 한다. 인터뷰할 때는 대언론 관계, 사회관계 등을 보게 된다. 감성적인 사고와 데이터를 잘 분석할 수있는 합리적인 사고, 신뢰와 창의성도 보지만 기본적으로는 소양과 품성을 본다”고 했다. 이정희 상무는“리더로서의 역할과 참모로서의 역할 등 역할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화제는 다시 남자 기자들과의 스킨십 등 대 언론 관계로 이어졌다.
이정희 상무는 “남자기자들과 만나면 폭탄주를 생각하기 쉽지만 대부분 점심때 만나고 저녁때는 꼭 나가야 하는 자리 말고는 1차에서 빠져준다. 허를 찔러주거나 요즘 관심 있는 얘기를 해준다. 공연도 보고 맛집도 찾아가고 기념품도 챙겨주고 한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얘기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준비해온 기념품을 일일이 나눠주며“자, 이렇게 홍보합니다” 하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디저트로 나온 케이크접시까지 비우고 나니 시간은 어느 덧 저녁 9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2시간 내내 요리를 나르고 요리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곁들여준 안주인 전미경 제이크케익 대표가 “남자분들하고 대등하게 사시는 모습이 참 좋다. 개인적으로 다음에 또 뵈었으면 좋겠다”고 인사를 건넸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자리를 정리했다.
이 날 모임에 몸살로 참석하지 못했던 신연숙 상무는 The PR측에 다음 모임도 만들어 주길 부탁했다. 여성가족부 이복실 대변인도 각계 여성PR인들과 만나 ‘일과 가정이 조화로운 가족친화 문화 확산을 위한 공동 캠페인’을 제안해 보고 싶다고 했다.


The PR은 이번 모임이 공식적인 여성PR인 모임이 발족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취지로 이 모임을 기획했다. 다음 모임은 여성PR인들의 몫이다.


# 참석자 프로필 #

<좌측부터>

김숙경 이사는

2005년 4월부터 듀폰코리아의 이사로 재직중이다. 1983년 듀폰코리아 입사, 전자재료사업부 및 커스터머사업부를 거쳐 1989년부터 홍보 업무를 맡고 있다.

박찬희 실장은

2006년부터 스타벅스코리아 홍보 사회공헌팀장을 맡고 있다. 월마트 대외협력상무(2003~ 2006), 르네상스호텔 홍보실장(1993~2001), KPR 부장(1991~1993), 나라기획 PR팀장(1989~1990), 하얏트리젠시 서울/부산 홍보과장/실장(1985~1988) 등을 지냈다.

이정희 상무

2010년 1월부터 웅진홀딩스 홍보실 상무로 재직중이다. 1989년 7월 웅진그룹 종합홍보실에서 홍보업무를 시작했다. 그룹의 평판 관리, 브랜드 관리(CEO 브랜드 관리, CI개발 등), 그룹 사내외 커뮤니케이션(사보, 웹진, 브로슈어, 사사, 영화 등)을 총괄하고 있다.

이지영 상무

2009년부터 프레인 상무로 재직중이다. 마케팅 업무를 하다가 홍보에 매력을 느껴서 PR 펌으로 이동하며 1999년부터 홍보일을 시작했다. 2002년 프레인에 대리로 입사, 2007년 이사로 승진했다. IT Device가 전문 분야.

홍종희 이사

2008년 로레알코리아로 이직, 그룹홍보실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1998년 글로벌 홍보컨설팅회사인 버슨-마스텔러 코리아에 입사하면서 PR업계에 입문, 10년간 버슨-마스텔러 코리아에서 다양한 산업군의 국내기업, 다국적기업의 PR컨설팅 업무와 국내기업과 정부기관의 해외 PR업무를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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