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이 지자체를 행주 짜듯 쥐어짜서야…”
“기자들이 지자체를 행주 짜듯 쥐어짜서야…”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8.01.18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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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장 차고 지역 내 각종 이권사업 개입까지…정부의 제재·관심 필요
지자체 기자 과잉에 따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자료사진)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을 밝힙니다. 뉴시스

[더피알=서영길 기자] 지자체 시·도청이나 지방 소재 공기업에 기자들이 몰리는 것은 뉴스거리 외 생존을 위한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기자 과밀화 현상에 옵션으로 따라붙는 폐해가 지역 언론의 생태계까지 망친다는 지적이다.

▷앞선기사: ①지역기자들, 과잉 넘어 난립? ②지방에서 횡행하는 ‘기자갑질’

때문에 경기도청에선 언론홍보심의위원회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너도나도 달라는 매체들의 광고 요청에 못 이겨 경기도가 광고홍보비를 적절하게 배분하기 위해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역 몇몇 매체들의 알력 등을 이유로 발족 1년여만에 제대로 기능을 못 하는 실정이다.

이를 두고 한 지역 언론인은 “취재를 갔지만 기사는 나오지 않는다. 광고를 땄느냐 못 땄느냐라는 결과만 있을 뿐이다”고 비난하며 “우물안 개구리처럼 시‧도청을 비롯한 지자체들만 행주 짜듯 쥐어짜지 말고 큰 물에서 인정받기 바란다”고 일침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지역 기자들이 시나 도에서 하는 사업에 크든 작든 이권 개입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부적절한 메리트를 보고 불순한 의도로 창간되는 매체도 부지기수다.

물론 관언유착 문제가 지방에 한정된 것은 아니지만 서울이나 수도권에 비해 여타 지자체는 해당 지역 언론에 의해 여론이 좌지우지 되는 경우가 많아 그만큼 관이 언론에 휘둘리는 경향이 크다. 실제 지방에선 중앙지 주재기자보다 지역지 기자들의 파워가 더 세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기사를 무기로 광고 유치는 물론 각종 이권 사업에 개입하는 기자들도 있다.

이와 관련해 지방 소재 대기업 홍보임원을 지낸 G씨는 “시청이나 도청에 등록된 출입기자가 지역에선 핵심 기자라고 보면 된다. 이들 중 지역 메이저 언론사로 분류된 곳의 소속 기자는 해당 지역의 유지급이다”고 설명했다. G씨는 지역지 기자들의 관급 사업에 관한 이권 개입이 도를 넘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어 시에서 버스터미널을 만들면 여기 입점하는 커피숍 같은 걸 지역 메이저 기자 중 누군가 하겠다고 얘기하고, 시는 (영업을) 하도록 해 줄 정도”라며 “지역 언론인 사이에선 기자로 돈 벌려면 중앙지 기자가 아닌 지역지로 가야 한다는 말도 있다”고 귀띔했다.

지역 언론 생태계 악순환…고리 끊으려면

그렇다고 지역 언론의 잘못된 행태를 모두 기자 개인의 욕심이나 일탈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그들 뒤엔 기자 본연의 임무를 할 수 없도록 몰아넣는 구조적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 폐단이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지역 언론사들이다.

전국적으로 인지도 있는 언론사 간판을 달고 OO지역본부로 운영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본사와 법인이 달라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쉽게 말해 유명 언론사 제호를 사용하며 매달 수수료를 내는 가맹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 사주(지역본부장) 중에선 지역 언론에 대한 사명감이나 신문 자체의 사업성보다는 언론 외적 이익이나 자신의 영향력 확대에 뜻을 두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보니 자기 입맛에 맞는 기자를 채용해 광고가 나올만한 시‧도청 등에 출입을 시키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기자 과밀화로 이어진다. 또 이들 기자는 회사 방침에 따라 무리하게 광고영업을 하며 지역 언론 생태계를 망치는 악순환의 숙주가 되는 상황이다.

때문에 최근 언론 학자들을 중심으로 피폐해져 가는 지역 언론을 살려야 한다는 의식이 고개를 들고 있다. 건강한 지역 언론은 지역 발전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중앙에 집중된 정책들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는 등 지방분권 민주주의의 근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재정 건전성 회복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취재 현장이 돼야 할 출입처가 광고를 놓고 이전투구 하는 전장으로 변질된 데는 지역 언론사의 영세함이 자리 잡고 있다는 이유가 크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7월 한국지방신문협회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임철수 신문협회 경영사업부장은 “지역신문기금이 고갈되며 지역 저널리즘의 질적 향상 논의는 실종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임 부장은 “우후죽순 생겨난 매체들로 인해 기금 지원에 효율성이 떨어졌다”고 지적하며 “객관적 기준에 따른 지원과 법을 위반하는 신문 등에 대한 정부의 제재, 관심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병철 부산일보 편집국장은 조금 더 문제의 본질로 들어가 “정부 광고의 공평한 분배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객관적이고 공인된 발행부수가 있음에도 정부 광고는 특정 언론에 집중돼 지역 신문은 불공평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주장처럼 건강한 지역 언론을 만들기 위해선 지역 언론사에 대한 공정하고 투명한 지원 체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은 언론계에서도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난립한 지역 매체들 중 어디를 지원할 것인지는 풀어야 할 숙제다.

이와 관련, 최현 제주대 사회학과 교수가 자신의 칼럼에서 밝힌 방법처럼 종이신문의 경우 유료 구독자수로, 인터넷신문은 구독, 추천, 댓글 등을 객관적 수치로 만들어 평가하는 것도 적절한 대안으로 볼 수 있다.

최 교수는 “이런 수치를 통해 지역 주민들의 신뢰를 받는 언론에 적절한 운영비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교수는 “지역 신문이 제 역할을 다할 때 지역 공론장이 활성화될 수 있고, 불량 신문을 퇴출할 수도 있다”며 “지역 신문에 정부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낭비가 아닌 지방 자치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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