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이상열풍, 언론도 자유로울 수 없다
암호화폐 이상열풍, 언론도 자유로울 수 없다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8.01.23 16:1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달자 역할’에 대한 불만·불신 극대화…“체계적인 재교육 고민해야” vs “기자들이 이해하기 힘든 사안”

언론의 자극적인 코인기사들이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심각합니다. 서로 가상화폐라는 제목만 올리면 트래픽 올릴 거라는 기대감으로 펜대를 굴리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한OO 기자처럼 사실을 넘어서는 과한 기사내용으로 투자자들을 울리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부디 언론계의 자성을 촉구하는 기사도 올려주시면 어떨런지요? 기사 제목 및 내용이 위험 수위를 넘고 있습니다.

[더피알=이윤주 기자] 암호(가상)화폐의 ‘이상 열풍’으로 인한 ‘이상 현상’을 지적한 기사 아래로 달린 수많은 댓글 중에서 시선을 잡아끈 독자 목소리다. 과열된 투자자들의 자제를 촉구하면서도 은연중 이를 부추기는 언론의 보도행태를 꼬집는 건설적인 의견이었다.

국내 암호화폐 시장이 기사 하나에 출렁이다 보니 투자자들의 언론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실제로 비트코인 등의 암호화폐는 투자자뿐만 아니라 언론들에게도 뜨거운 감자다. 기자가 직접 코인 판에 뛰어들어 체험기를 쓰고, 2030 세대의 한탕주의를 꼬집거나, 전문가와 토론회를 여는 등 하루에도 수십 수백건씩 기사가 쏟아지는데 자칫 잘못하면 ‘공공의 적’이 돼버리고 만다. ▷관련기사: “가즈아~!” 외치는 20대들의 속내

이 와중에 암호화폐 규제방안을 놓고 최근 빚어진 정부부처 간 불협화음은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정부발(發) 소식을 실시간 뉴스로 전달한 언론 역시 여론의 뭇매를 피할 수 없었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정확하지 않은 기자의 ‘뇌피셜’(자신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 검증된 것처럼 말하는 행위) 기사로 인해 시세가 폭락‧폭등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관련기사: 기자 신상터는 암호화폐 투자자들, 위험수위 넘었다

암호화폐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기자들.. 떨어지니까 호재뉴스 올리는 것 보소” “저점 잡으려고 쓴 기사” “떨어지는 이유가 기레기 뇌피셜 한 줄” 등 피해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언론을 지목하는 게시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코인 투자자이자 뉴스 소비자인 이들은 ‘가상화폐’ ‘암호화폐’ ‘블록체인’ 등 새로운 기술에 대한 개념부터 정확하게 알고 기사를 쓰라고 꾸짖고, 다방면에서 팩트체크 하지 않은 ‘설익은 기사’는 내놓지도 말라고 일갈한다. 암호화폐라는 새로운 시장이 뜨는 이면에는 전문 지식과 정보로 무장하지 않은 언론에 대한 불신이 몸집을 키우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기자 신상터는 암호화폐 투자자들, 위험수위 넘었다’ 기사에 달린 댓글 일부 캡처.

출렁이는 시장, 언론에 기대하는 바

이에 대해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암호화폐 관련 보도는 공신력에 의문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며 “(언론이) 충분한 진단이나 해설 없이 널뛰는 가격에만 집중한다. 정확한 이해와 전망이 매우 힘든 새로운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명성에 기댄 비전문가의 의견이나 인터뷰가 넘쳐난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위원은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보도가 소위 대형 언론사에서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언론 전반의 공신력이 하락한 사례로 꼽힐 만하다”고 비판하며 “다양한 플랫폼과 미디어에서 손쉽게 암호화폐 관련 현상을 확인할 수 있기에, 언론사는 현상에 대한 단순한 기술보다는 분석과 해설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문 식견을 가진 언론인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점을 주지시키며, “개인적 교육이 불가능하다면 언론 산업 차원에서 체계적 언론인 재교육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의 역할과 기자의 책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하는 데는 십분 동감하지만,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란 낯선 세계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쓰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전문가 견해도 있다.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는 “암호화폐는 언론계 종사자들이 이해하기에는 복잡성을 가지고 있는 현안”이라며 “가령 암호화폐를 화폐를 볼 것인가, 말 것인가, 지금은 역할을 못하지만 향후에는 기능을 할 수도 있다는 등 (기본적인) 측면에서부터 기자들도 헷갈릴 수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각도에서의 해석이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미국 언론을 봐도 암호화폐에 대해 포괄적으로 다 알고 쓰는 건 전문가 기고‧칼럼 등이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어디까지 팩트를 체크해야 하고, 어떤 자세로 접근해야 하는지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기사 하나에 폭락하거나 흔들리는 시장이라면 (그 자체로) 건강성이 없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추천해드리고싶은사람 2018-01-23 17:57:55
중앙일보 고란 기자의 기사를 읽어보시면 다른 언론사들의 기사와는
조금 다르다는 걸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