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_어떻게_살_것인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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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충렬 (maynineday@naver.com)
  • 승인 2018.01.22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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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텔링1+1] 스타워즈 시리즈서 보는 고유의 매력과 생명력
브랜드텔링 1+1이란..?
같거나 다르거나, 깊거나 넓거나, 혹은 가볍거나 무겁거나. 하나의 브랜딩 화두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과 해석.

#브랜드_어떻게_살_것인가1에 이어...

*주의 – 이 글에는 영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와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게다가 이 영화들을 안 보신 분이라면 심히 공감하기 어려운 글일 수도 있습니다.

첫 작품 이후 40년의 시간을 두고 개봉한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포스터.

[더피알=원충렬] 지난 연말에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를 봤다. 스타워즈 문외한과 극성 제다이교 신자의 중간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을 필자도 화면 가득한 ‘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 자막에 이어지는 존 윌리엄스의 장엄한 스코어에 가슴이 요동치고, 광선검의 웅-웅-거리는 소리에 손가락이 간질거리는 느낌이었다.

스타워즈는 분명 하나의 브랜드이다. 실제로 이 영화는 스토리로써의 서사만이 아니라, 문화 현상에서 쌓아온 서사 역시 브랜딩 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고 많다. 당장 당면한 브랜딩 이슈에 대입해보더라도 스타워즈는 분명 좋은 텍스트가 될 수 있다.

이 거대한 프랜차이즈의 연식과 이름값에 눌릴 필요는 없다. 애초에 모든 브랜드가 짧은 생애를 목표로 탄생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브랜드의 먼 미래상을 그리는 일은 어떤 브랜딩에 있어서도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아주 먼 옛날 은하계 저편에서 벌어진 일들을 살펴보는 것은 필시 도움이 될 것이다.

줄다리기는 내 운명

이번 영화를 보면 수시로 지난 에피소드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마치 스타워즈 올드팬들을 향해 ‘잘했지? 칭찬해줘!’라고 구애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모든 올드팬들에게 이 새로운 에피소드는 칭찬 일색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많은 스타워즈 팬덤 사이트를 중심으로 불평이 쏟아졌다. 특히나 오리지널 시리즈의 주인공인 루크 스카이워커에 대한 새로운 설정들은 올드팬들을 기겁하게 한다.

뻔히 예상되는 관객 반응을 두고, 역시 스스로도 스타워즈의 오랜 팬임을 자처해 온 영화 제작자들은 어떤 고민을 했을까? 그리고 어떤 선택을 했을까? 결국 수명연장이다.

1977년 선보인 '스타워즈 에피소드4-새로운 희망'의 한 장면.

이 시리즈의 첫 작품인 스타워즈 에피소드4가 나온 지도 벌써 40년이 넘었다. 주인공을 맡은 배우들이 나이 들고 심지어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배우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팬들도 그렇다.

이 프랜차이즈는 기업 입장에서도 매우 소중할 것이다. 지속가능한 브랜드로서 장수를 이어가려면 반드시 새로운 팬덤이 깨어나야 한다. 하지만 아직 새로운 팬덤의 화력은 기존 올드팬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미 구축된 우군에서 새로운 세대로 구애의 시선을 돌리는 일은 유명한 아역배우가 성인 배역에 캐스팅되는 순간보다도 아슬아슬하다.

하지만 선택은 해야 한다. 많은 브랜드들이 의외로 변화해야 할 시기를 놓친다. 트렌드가 바뀌고 세대별 라이프스타일도 달라진다. 그냥 멈춰진 시간 속에 사는 브랜드들은 시장에서 확보된 충성 고객을 기반으로 안주하다 어느새 노후화된 브랜드 인식 지표와 마주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브랜드는 변화의 추진 기어를 당겨야 할 시점을 언제로 봐야 할까?

‘늘’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확히는, 늘 그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물론 기존 충성도 높은 고객과 세대를 달리하는 미래 신규 고객을 동시에 타깃팅 한다는 것은 샴푸와 린스를 하나로 합치는 것 마냥 간단한 일은 아니다.

그래도 줄다리기는 필요하다. 만약 새로운 세대의 신규 고객을 향한 변화가 실패한다면? 두려울 수 있겠지만 차라리 이렇게 생각해보자. 새로운 고객을 향하지 못하는 브랜드는 이미 실패라고.

관객들의 포스와 공명하라

스타워즈가 개봉하기 전 팬들을 가장 슬프게 만들었던 소식이라면 아마도 레아 공주역을 맡은 배우 캐리 피셔의 별세일 것이다. 그의 유작이 된 이번 영화를 보면 배우에 대한 제작진의 애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것은 오리지널 시리즈에 등장했던 홀로그램 씬(scene)을 재현해주는 것과 같은 직접적인 방식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드러나지 않는 부분에서 더욱 그러하다.

스타워즈에서 레아공주 역을 맡은 배우 캐리 피셔의 사망 소식에 팬들은 크게 안타까워했다. 출처: epsem.tistory.com/708

배우의 정면 샷을 길게 클로즈업하는 순간, 혹은 배우의 표정을 아주 약간씩 더 긴 템포로 잡아주는 연출처럼 은근하면서도 노골적이지 않게, 그러나 관객의 감정선을 건드리기에 딱 충분한 만큼 섬세한 방식이 느껴진다. 그렇다. 이런 굵직한 스토리텔링의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에서 이렇듯 섬세한 연출은 이미 배우와 배역이, 혹은 그를 바라보는 제작자와 관객이 서로 이분되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때로 브랜드는 공급자와 소비자라는 관계의 틀을 깰 필요가 있다. 단지 진정성의 문제가 아니다. 진짜로 서로 교감하고 있음을 느낄 때 그 공명은 상당히 크다. 최근 이를 느끼게 하는 브랜드가 있다. 온라인으로 구매하고 집으로 배송해주는 침대 브랜드 삼분의일이다.

물론 이런 회사가 한국에도 곧 탄생할 줄은 미국의 매트리스 회사 캐스퍼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부터 예상할 수 있었다. 다만 이들이 하고 있는 ‘고객 중심’ 행보는 여전히 주목할 만하다. 제품을 개발하는 방식, 배송이나 CS를 처리하는 방식,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에서 일관되게 고객 관점을 유지한다.

예를 들어 기존 침대 매트리스는 너무 비싸다. 그런데 삼분의일은 싸다. 또한 품질은 좋고, 게다가 구입 과정도 간편하다. 좀 지나치게 매력적인 이야기 아닌가? 근데 그게 침대 매트리스를 바라보는 기존 고객의 바람이었고, 그걸 해결해줄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실제로 제공하고 있다.

삼분의일 브랜드는 침대의 고정관념을 깨며 소비자 호응을 얻고 있다. 출처: 삼분의일 페이스북

게다가 막강한 매스미디어를 바탕으로 강력하게 푸시하는 기존 시장 강자들의 마케팅과 다른 방식으로 소셜미디어 중심의 마케팅과 확산을 노리는 커뮤니케이션 역시 매우 적절해 보인다. 결국 고객이 지닌 포스(힘)란 다름 아닌 니즈이다. 그 포스와 함께 공명한다면, 어떤 브랜드라도 시장의 룰을 가로지를 새로운 광선검을 펼칠 수 있다.

맥락을 뛰어넘는 강렬한 매력

사실 이게 진짜 핵심이다. 브랜드의 지속가능한 미래도 중요하다. 고객과의 섬세한 교감도 중요하다. 이런 것들은 촘촘하고 끈기 있게 지속돼야 할 전략이고 실행이어야 한다. 하지만, 결국 그 브랜드의 강렬한 존재감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매력이다. 이미 사람들이 끌리고 있던 그 브랜드의 근원적 매력이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혹은 자산화 된 매력을 어떻게 더욱 강렬하게 발산할 것인지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에서도 그런 장면이 있다. 제다이가 거대 병기들을 앞에 두고 광선검을 뽑는 장면에서는 각본의 허술함이나 무리한 세대교체와 같은 복잡한 감정들을 말끔하게 잠재우고, 그저 열광과 짜릿함으로 지배된다.

제다이가 등장하지 않는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는 또 어떠한가? 숨겨진 히어로들의 이야기에 어느 정도 흥미로울 수는 있겠지만, 결국 만세를 부르고 싶을 정도로 숨 막히는 전율의 순간은 다스베이더의 붉은 광선검이 켜지며 시작되는 마지막 10분에 몰려있다.

브랜드는 분명 현재에 안주해선 안 되고, 새로운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도 있어야 한다. 또한 고객의 니즈에 진심으로 공명할 수 있어야 한다. 맞지만 그 보다 근본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있다.

브랜드가 진정 브랜드로서 살아남기 위해 가장 중요한 생명력은 결국 그 브랜드만이 지닌 고유의 매력이라는 점이다. 그것이 없다면 과연 브랜드라고 할 수 있을까? 혹은 그것을 잃었을 때 그 또한 여전히 브랜드라고 할 수 있을까?

원충렬

브랜드메이저, 네이버, 스톤브랜드커뮤니케이션즈 등의 회사를 거치며 10년 넘게 브랜드에 대한 고민만 계속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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