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혜란 SK텔레콤 브랜드전략실장
[인터뷰]박혜란 SK텔레콤 브랜드전략실장
  • 염지은 (senajy7@the-pr.co.kr)
  • 승인 2010.05.28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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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유일 女임원 - ‘생각대로 T’ 히트 주역

“남에게 지기 싫은 근성이 성공 동력…오늘 최고의 시간을 즐겼다”

1.7초의 멜로디 ‘생각대로 T~’로 소비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그녀. 국민송 ‘되고송’과 마법의 주문 ‘비비디바비디부’로 ‘T’를 국민 브랜드 반열에 올려놓은 그녀. 여성성에 초점을 맞추면 인터뷰어와 절대 마주하지 않는다는 그녀. SK텔레콤의 유일한 여성 임원, ‘생각대로 T’의 신화를 창조한 박혜란 상무를 만났다.

그녀는 요즘 T의 새로운 브랜드 캠페인 ‘한마디로’와 ‘2010 남아공 월드컵 마케팅’으로 바빴다. 사진을 찍고 자리에 앉자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매력적인 허스키톤의 목소리로 쉴새없이 지성과 감성을 쏟아냈다.

SK텔레콤에 오시기 전까지 광고업무만 20년 가까이 하신 베테랑 광고인이신데요, 광고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신 건가요?

“1985년 (주)대우 기획조정실 공채로 들어갔습니다. 여대생 공채는 최초였죠. 제작부에서 카피라이터일을 하며 광고와 인연을 맺었고, 대우의 광고 업무가 광고대행사로 넘어가면서 사회생활 2년 6개월차에 LG애드 광고팀으로 입사했어요. 답이 없는 광고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하는 게 좋았습니다. 제가 입사할 때만 해도 여성 직장인들이 드물었기 때문에 회사에서 여성에 대해 큰 기대를 갖지 않았어요. 기대치가 낮았기 때문에 조금만 노력하면 남보다 눈에 쉽게 띄었죠.”

지금의 위치까지 오게 된 남다른 노력이나 비결은?

“‘근성’입니다.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근성 때문에 열심히 했습니다. 야근도 즐거웠고 일하는 게 좋았어요. 조직의 차장, 부장, 팀장으로 일했지 여자로서 일한 적은 없습니다. 업무라는 게 혼자 하는 게 아닙니다. SK텔레콤에 오게 된 것은 인생의 큰 모멘텀입니다. 광고회사 크리에이티브쟁이에서 더 큰 광고주 입장에서 브랜드 전략과 방향을 구상하게 됐죠. LG애드에서는 길이 보였지만 SK텔레콤으로의 이적은 도전이었습니다. 오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지만 일에 대한 욕심이 있었고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SK텔레콤에 오시자마자 T 브랜드의 일대 변혁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으셨습니다.

“오자마자 ‘생각대로T’를 만들게 됐습니다. SK텔레콤에 오기 전까지는 LG텔레콤을 쓰고 있었고 SKT는 부러운 브랜드였죠. 1등이기 때문에 차갑게 느껴졌고 따라가야 하는 브랜드였습니다. 하지만 소유하고 싶은 자부심이었던 011은 010으로 바뀌면서 소유하고 싶은 브랜드가 아니라 사용가치가 있는 브랜드로 전파됐어야 했어요. 자부심 이상의 가치와 명분을 주어야 했습니다.

고객의 생활, 문화 브랜드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광고의 화법’을 바꾸자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T에다 ‘생각대로’를 붙였습니다. T는 브랜드이자 로고이자 상징이어서 너무 무거웠어요. 브랜드를 다시 봐야 했죠. 이전까지의 ‘T’의 브랜드아이덴티티는 유비쿼터스나 네트워크를 지향했습니다. 기술지향적이었요. 우리의 목표가 단순한 기술지향적이라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고객의 삶과 문화 속에서 성장하는 컬처 워크로 바꿨습니다. 기업에서 고객 중심으로 시각을 전환했고, 브랜드 엑세스를 고객이 현실에서 뭔가 실현하고 이뤄지게 하는 ‘리얼라이징(realising)’으로 삼고 ‘생각대로T’라는 언어로 풀어냈죠.”

최근의 ‘한마디로’ 캠페인, ‘안드로이드’ 마케팅은 어떻게 진행하고 계십니까?

“‘한마디로’ 캠페인은 생각대로 캠페인의 연장선입니다. 상품과 서비스를 명쾌하고 간결한 메시지로 전달하는 ‘한마디로’ 캠페인으로 T의 상품 혜택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는 것입니다. 안드로이드는 스마트폰과 T와 너무 닮았습니다. 아이폰이 폐쇄적이고 독점적이라면 안드로이드는 개방과 공유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리딩 브랜드로서의 T의 지향점과 맞죠. 윈윈하는 브랜드 전략을 고민 중으로 최고의 안드로이드폰, 최고의 어플을 계획하고 있으며 스마트폰 대중화 활동들도 준비중입니다.”

월드컵 마케팅 준비는?

“올해는 FIFA에서 굉장한 견제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공식 스폰서가 아니면서 FIFA의 영광을 가져가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의도죠. 대한축구협회와 현대도 같이 ‘공식’ 스폰서임을 강조하며 마케팅이 치열합니다. SK텔레콤은 국민의 응원을 후원하는 기업입니다. 응원 문화를 만들어 주고 싶은 의지와 사명감이 있습니다. 아디다스와 공동 기획한 월드컵 T셔츠는 ‘다시 한번 대한민국’이라는 문구를 야광으로 처리해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저녁과 새벽 시간에 감동적인 연출이 가능합니다. 18만장을 무료로 배포할 계획입니다. 월드컵 성지 시청은 또 다른 명소로 만들어 낼 것입니다. 놀랄 만한 응원문화를 준비하고 있죠. 인터넷 팝업창처럼 순간적으로 떴다 사라지는 ‘월드컵 팝업 스토어’도 명동 한복판에 준비 중입니다. 한강 반포지구 인공섬인 플로팅 아일랜드 미디어 갤러리에 있는 1000inch LED 스크린과 분수쇼도 활용해 또 다른 응원 장소로 만들 계획입니다.”

좋은 광고란?

“광고인은 개그맨 같아요. 영화나 노래는 반복 재생할 수 있고 저작권이 있지만 광고는 한번 무대에 세워지고 나면 다음은 재미없고 소장가치도 없습니다. 또 다른 새로운 것을 만들어 줘야 하죠. 광고가 주는 1회성에 많이 지쳤었는데 여기 와서 그런 광고가 쌓여 브랜드의 방향성이 만들어졌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광고할 때는 좋은 크리에이티브만을 고민했는데 브랜딩을 하다보니 ‘좋은 광고’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 광고를 통해 브랜드가 파워를 갖고 지속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을 갖는 것이 좋은 광고입니다. 한 때 인기 있었지만 지나친 깨방정이나 유머로 브랜드 방향을 해치는 것은 좋은 광고가 아니죠. 되고송의 경우 브랜드의 방향성을 보여준 좋은 광고였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꼭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면ㆍ

“여자이기 때문에 특별한 임원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성은 두 배로 노력해야 합니다. 남자들한테 일을 시키다보면 결혼, 육아를 배려하는 생각을 하지 않지만 여직원은 하게 됩니다. 어떤 여직원은 그런 생각을 전혀 안 들게 하기도 하죠. 그런 마음가짐을 보여줄 수 있는 노력이 정말 필요합니다. 두 개를 다 잘해야겠다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습니다. 가정과 일 둘 다 비중을 둘 수 없다면 엄마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사람, 시스템을 찾아야 합니다.”

여성 임원으로서 갖춰야 할 중요한 점은?

“임원이라기보다 리더란 입장에서 얘기하고 싶군요. 임원이라고 하면 문턱이 높고 어려운 사람, 보고해야 할 사람으로 생각됩니다. 저는 더 높은 자리에 가더라도 같이 상의하고 의견을 나누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리더란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일을 잘하는 것과 팀장이 되는 것은 다르더군요. 리더에겐 ‘결정과 책임’이 중요합니다. 결정을 잘 해야 하고 책임을 잘 지워야 합니다. ‘리더십이란 1%의 결정과 99%의 눈물이다’라는 카피를 쓴 적이 있어요. 리더는 1%의 결정을 위해 나 혼자 싸워야 하는 99%의 외로움을 견뎌야 합니다.”

미래에 대한 계획은?

“매래에 대해 그려 본 적이 없습니다. 20년간 늘 새로운 것을 찾아야 했고 오늘이 너무 버거웠어요. 내일을 위해 오늘의 에너지를 아끼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오늘의 시간에서 베스트를 찾기 위해 일이 좋아하고 일을 즐기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야망, 포부를 갖고 계산하면서 살았더라면 오늘의 내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또 저는 한 번도 적을 만든 적이 없습니다. 배척하고 등 돌리는 것은 가슴 아픈 일입니다.”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은?

“미련하게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사람들은 아날로그적인 부분에 대한 소통과 근본적인 감성 회귀 본능이 있어요. 아울러 자신이 어떤 브랜드로 커 갈지 고민해야 합니다. ‘T’는 SK 가문의 맏이로 막내랑 틀리게 의젓하고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사람도 다 각자가 자기가 브랜드라고 생각해야 해요. 또 너무 욕심을 내 과욕을 하면 빨리 좌절하고 실망할 수 있으니 꿈은 크게 가져도 욕심은 내지 말아야 합니다.”

 

박혜란 상무는?

대우 기획조정실 제작부를 거쳐 1988년 LG애드에 입사했다. 1998~1999년 다이아몬드베이츠 사치앤사치코리아를 거쳐 1999년 LG애드로 복귀, CD팀 상무로 재직 중 2008년 SK텔레콤 브랜드전략실장(상무)으로 영입됐다.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학사, 중앙대 PR광고 석사, 미국 뉴스쿨대학교대학원(석사)을 나왔으며 수상 실적으로 한국방송광고대상, 뉴욕페스티벌 파이널리스트, 깐느 쇼트리스트 등에 오른 바 있다. 저서로는 ‘빵이요, 꿈이로다(운정출판사,1992)’, ‘프로냐 포로냐(과꿈,1995)’가 있다. 1964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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