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커뮤니케이션은 건강하십니까?
당신의 커뮤니케이션은 건강하십니까?
  • 온라인뉴스팀 ( thepr@the-pr.co.kr)
  • 승인 2011.06.0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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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인 에세이] 김동석 엔자임 대표

“모든 길은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으로 통한다” 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복잡한 정치 사회적 문제, 가정사, 대인관계도 궁극에는 소통, 즉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라는 겁니다. 늘 낮은 데로 임하는 직업이라고 투덜대곤 하지만, 사실 PR인들은 엄청난 ‘권력’ 의 소유자들입니다. 모든 길로 통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원리와 활용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PR인의 커뮤니케이션은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곤 합니다. 제품을 마케팅하고 민감한 이슈를 다루는 과정에서 많은 PR인들이 건강한 PR과 건강하지 못한 PR 사이에서 때로는 흔들리고 때로는 고집을 부리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게 됩니다. 균형을 잡아 주는 봉을 자칫 잘못 다뤘다가는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관중들은 PR인의 줄타기에 온갖 관심을 집중합니다. PR회사가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여론을 조작했다느니, 세계적인 IT기업이 상대 회사를 헐뜯는데 PR회사를 이용했느니 하는 누명(?)을 뒤집어쓰곤 하죠.

제가 몸담고 있는 헬스커뮤니케이션(Health Co mmunication)의 세계는 이런 도덕률이 더 많이 요구되는 분야입니다. 사람의 생명, 건강과 직결되는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커뮤니케이션보다 헬스 커뮤니케이션이 어렵다고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가 두 가지의 ‘건강한 커뮤니케이션 능력’ 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나는 도덕적으로 건강한 커뮤니케이션, 또 하나는 관습에 노예가 돼 그저 그런 PR이 아닌 건강하고 신선한 오래 기억될 커뮤니케이션 능력 말입니다.

다소 생소하지만 어느 커뮤니케이션 분야보다 건강해야 할 헬스 커뮤니케이션 열풍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의료계에 때 아닌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열풍이 거셉니다. ‘환자 의사 대화술’ 이 의사 국가고시에 포함되기 시작했고, 각 의대에서 해당 과목이 줄줄이 개설되고 있습니다.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 등 학술단체도 새로 생겨 배움의 열기가 뜨겁습니다.

미국 보건복지부(U.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는 헬스커뮤니케이션을 “개인, 조직, 공중에게 중요한 건강 이슈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며, 동기를 부여하는 기술과 방법” 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주로 ‘환자와 의사의 커뮤니케이션’, ‘건강이슈와 관련된 대국민 캠페인’ 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헬스 커뮤니케이션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조직 구석구석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는 분야입니다. 그럼 왜 헬스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관심이 이토록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걸까요? 생활수준의 향상과 이에 비례해 건강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몇 가지 실질적이고 중요한 사실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건강분야에 있어 정보의 비대칭성이 점차 해소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시장(Market), 혹은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는 정보의 상호 공유를 통해 서비스나 상품이 오가거나 합의가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의료시장은 정보의 난해함과 전문성으로 인해 혹은 제도적인 문제 등으로 인해 정보의 비대칭성이라는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돈 내고 구매하는 사람에게 오히려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거죠. 하지만 매체와 정보의 홍수 속에 의료정보의 비대칭성도 크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이는 구매자의 입김이 커지고 있는 것을 의미하고 제공자로서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구매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둘째는 건강(Health)이라는 영역을 둘러싸고 있는 관련 공중의 특수성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헬스커뮤니케이션의 주요 대상자인 환자(Patients)는 ‘아픈 사람’ 입니다. 건강한 상황에서의 커뮤니케이션도 쉽지 않은데 아픈 상황, 심하게는 생사가 오가는 상황에 있는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쉬울 리 없습니다. 그 행동 양태도 일반적이지 않겠죠. 당연히 그 특수성을 이해하고 학습하지 않고 건강한 사람을 대하듯 하면 낭패를 보기 쉽습니다. 일반 대중 역시 건강과 관련해서는 다른 상황인식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분야보다 생명이나 건강에 대한 대중의 관여도가 높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헬스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이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건강 관련 ‘행동변화’ 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입니다. 습관을 바꾸고 행동자체를 변화 시키는 일이 그리 녹록하지는 않을 겁니다.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지난해 신종플루 이슈의 최대 성과가 수 십 년간 실패해왔던 ‘손 씻기의 중요성’ 을 알리고 실천할 수 있게 한 계기였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니 말입니다.

셋째는 경제적 실익과 좋은 평판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현실적으로 헬스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해와 실천 여부에 따라 병원, 약국, 제약사, 정부에 커다란 경제적 실익을 가져다줍니다. 요즘은 권위 있는 명의보다 따뜻한 명의를 원합니다. 아니, 명의의 정의 자체에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반드시 포함되는 형국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환자가 북새통을 이루는 국내 대형병원의 명의들도 요즘은 바쁜 시간을 쪼개 환자나 환자 가족과의 대화와 교류에 기꺼이 시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환자들이 존경하지 않을 수 없고, 이 분들 주위에 환자가 더 모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이 모든 과정이 인식하고 있든 그렇지 않든 모두 헬스 커뮤니케이션의 한 과정입니다.

질병의 치료나 건강한 행동변화는 약과 수술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건강한 커뮤니케이션은 그 자체가 강력한 위약효과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진료실에 들어오는 환자를 미소로 맞이하기 보다는 컴퓨터를 보며 첫 인사를 나누는 의사. 약국의 판매대가 지나치게 높거나 찾아오는 고객을 앉아서 맞이하는 약사. 어린 환자를 간호하며 눈높이를 맞추지 않아 어린 환자들에게 ‘거인’ 으로 인식되는 간호사. 혹은 무조건 질병에 대해 겁을 주는 것만이 국민의 건강한 행동 변화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헬스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 그리고 ‘목적’ 과 ‘도덕’ 사이에서 부끄럽지 않은 힘을 가진 건강한 커뮤니케이터가 되기 위해 매일 고군분투하시는 여러분. 지금 당신의 커뮤니케이션은 얼마나 건강하십니까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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