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의 순발력, 기억력,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홍보의 순발력, 기억력,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 이명주 (kjyoung@the-pr.co.kr)
  • 승인 2011.06.10 1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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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주의 生生홍보

오전 11시, 마침 점심약속이 없어 모처럼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한데 갑자기 12시까지 기획특집 자료를 보내달라는 연락이 왔다. 1시간 안에 자료를 만드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특히 새로운 부문의 자료는 찾는 것부터가 큰일이다. 급히 해당부서에 자료를 요청하려고 보니 담당이 자리에 없다. 마감시간에 맞추기 위해 시간절약을 해야 했다. 담당기자와 다시 방향을 협의한 뒤 급히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고 나니 점심시간이다. 자료송부 완료 문자를 보내니 사진자료도 마저 보내달라고 했다. 일을 마무리하고 나니 그제야 숨이 크게 쉬어진다. 짧은 순간에 어디에 자료가 있는지를 바로 찾아내는 홍보업무의 순발력이 무척 필요한 상황이었다.

언론 업무를 하다 보면 이처럼 급하게 자료를 만들어야 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러려면 회사의 변화 상황은 물론이고 동반성장, 물가정책 등 최근 정부의 새로운 방침이 기업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평소 관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 출입기자가 어느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도 파악하고 있어야 그 흐름에 따라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기도 수월하다.

신문기사를 읽으면서 기사 하단에 있는 기자들의 이름을 꼭 확인하게 된다. 출입기자뿐 아니라 출입처가 바뀌어 자주 못 보는 기자들의 반가운 이름을 찾는 재미도 있다. 그들의 최근 관심사와 동정도 알 수 있고 아는 사람 이름이 나오는 기사는 더 재미있다. 좀 더 부지런하면 온라인 기사 밑에 댓글도 달면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즐거움도 함께 하면 좋겠다 싶은데 아직 잘 안된다.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생각도 의미가 없다. 소통에 적극적인 홍보담당들은 온라인을 통해 이미 유대감을 돈독히 하고 있을 것이다. 카카오톡 같은 매체도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보다 깊이있는 메시지 전달에 고심

홍보업무 담당은 점심시간에 기자들을 주로 만나기 때문에 개인시간이 별로 없고, 점심약속이 많다. 특히 사업부문이 다양하면 화학, 식품, 의약 등 만나야 하는 기자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매번 점심시간에 새로 온 기자들을 만나 회사의 경영활동과 최근 근황 등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를 갖는다. 기자들도 워낙 여러명의 홍보담당을 만나기 때문에 그 사람들과 회사에 대해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역시 두 번 이상은 만나야 얼굴을 기억하게 되고, 기사를 쓸 때 특히 관심을 두는 부문에 대해 인지할 수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그나마 덜어주는 것이 회사에 대해 쉽게 알도록 만든 프레스킷(Press Kit)과 브로슈어다. 프레스킷에는 회사 재무정보와 사업부문 소개, 주요제품, 회사 역사 등 기본적인 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회사에 대해 압축해 설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요즘에는 동영상 자료를 노트북으로 보여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눈으로 보면 이해도 빠르고 기억에도 오래 남을 것 같아서다. 어떻게 하면 보다 심도있는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을 것인가가 늘 고민이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홍보를 잘 하려면 특히 기억력이 좋아야 한다. 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데, 자주 만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다음에 만났을 때 이전에 주고받았던 얘기들을 잘 기억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런 것을 유난히 잘 기억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 비결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얼마전 모 언론사 주최 행사에 다녀왔다. 그 자리에서 참석한 분들과 명함을 주고받으며 인사를 나누다 보니 어떤 분이 ‘어’ 하며 얼굴을 다시 쳐다본다. 명함을 주고받고 보니 3년 전에 한번 뵌 분이었다. 점심을 함께 했는데, 너무 오랜만이어서 순간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스스로 기억력의 한계를 자책했지만 당황스러운 상황은 이미 벌어졌다. 사실 이런 일들이 가끔씩 벌어진다.

홍보책임자에 경영마인드는 필수

실제 현장에서 기사 관련해 자주 연락하는 기자분이 아닌 준데스크 역할을 하는 언론사 분들은 자주 만나지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몇 년만에 한번씩 얼굴을 뵙게 되고, 다시 만났을 때 한참은 기억을 되짚어야 한다. 명함을 다시 교환하고 나서야 기억이 나는 경우에는 더 난감하다. 부문이 많은 경우에는 출입기자도 마찬가지일 때가 있다. 2년 정도 지나면 출입처가 바뀌기 때문에 한 두 번밖에 만날 수가 없다. 때로는 만나기도 전에 담당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명함을 받으면 바로 인상착의를 메모하거나 특장점을 간단히 기록해둔다. 모임에 갈 때마다 변명처럼 ‘명함 5장 모아 식사하기’ 라는 우스갯소리도 해본다.

이처럼 홍보업무의 태반은 기억력이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의 전반적인 경영실적부터 경영의 현재, 미래 그리고 과거의 의미있는 역사적인 부분까지. 국내외 영역의 구분이 없게된 요즘엔 글로벌 시장환경, 기후 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멀리 브라질의 가뭄과 인도의 경기활황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까지.

그래서 홍보담당은 끊임없이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전문적인 영역을 사전에 학습하고, 부족한 부분은 메모를 통해 보완하면서. 홍보부서의 책임자는 단순 기술자가 아닌 조직의 경영적 마인드를 갖고 있다. 우수이론의 대가인 그루닉도 홍보부서의 책임자는 단순 기술자가 아닌 조직의 경영적 마인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영욱도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조직은 중요한 공중들과 좋은 관계를 쌓을 수 있고, 궁극적으로 조직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커뮤니케이션은 전략적인 공중과의 관계를 증진시키고 조직이 이러한 공중들과 상호작용하는 것을 도와준다. 따라서 우수한 PR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하는 기업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The PR’ 창간 소식을 들은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났나 보다. 창간 1주년 기념호를 내다니 감회가 새로울 듯하다. 홍보전문가들이 뭉쳐 만든 홍보전문 미디어여서, 그리고 그곳에서 발간하는 책이라서 더 많은 관심을 모았다. 온전한 ‘소통’ 을 화두로 태어나 지난 1년 동안 활발하게 커뮤니케이션 통로역할을 잘 해오고 있다. 급변하는 커뮤니케이션 환경에서 혁신적 마인드로 소통의 방향을 제시하고, 새로운 미디어 발전의 단초를 마련하며 커다란 거목으로 우뚝 서 있을 ‘The PR’ 의 향후 10주년호를 기대해 본다.

이 명 주

삼양사 홍보팀 홍보기획담당 부장

한국사보협회 부회장

숙명여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서강대 언론대학원 졸업

서강대 영상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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