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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vs 평양’…평창올림픽 앞두고 벌어진 불편한 ‘실검 배틀’文대통령 생일 기념 지지자들 ‘평화올림픽’으로 축하, 반대진영 ‘평양올림픽’ 맞불…전문가들 “여론 조작 우려돼”
문재인 대통령 65번째 생일인 24일, 지지자들은 축하 선물의 의미로 '평화올림픽' 실검 올리기를 진행했고, 반대진영에선 '평양올림픽'으로 맞불을 놓았다.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단을 격려하는 문재인 대통령(가운데)과 북한 인권 단체 총연합회가 '평양올림픽 결사반대' 기자회견 중 김정은의 초상화 사진을 찢는 모습.

[더피알=강미혜 기자] 24일 오전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평화올림픽’이 등장했다. 뒤이어 곧장 ‘평양올림픽’이라는 키워드가 따라붙었다.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여야 정치권의 다툼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원인은 다른 곳에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과 그에 반(反)하는 진영의 ‘실검 배틀’이었던 것.

“평창올림픽을 평화의 계기로 삼자”고 호소한 문 대통령의 뜻을 반영해 일부 지지자들이 대통령의 65번째 생일(1월 24일)을 기념해 축하 선물의 의미로 ‘평화올림픽’ 실검 올리기를 제안, 여기에 동조하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빚은 결과였다.

반대 진영에서 질 수 없다며 ‘평양올림픽’으로 맞불을 놓았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가 확정되면서 정부가 지나치게 북한 눈치를 본다는 비판을 함축하는 단어를 똑같이 실검 상위에 올림으로써 반대 의견을 표출했다.

국가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동계스포츠 잔치를 코앞에 두고 정치권이 소모적인 정쟁을 벌이는 것도 모자라, 온라인 여론의 집결지에서도 올림픽이 이념 싸움의 소재로 변질된 셈이다. 결과적으로 소수의 행동파들에 의해 다수의 포털 이용자들이 원치 않는 ‘노이즈’를 경험하게 됐다. ▷관련기사: 평창올림픽, ‘평화’ 뒤 ‘올림픽’이 안 보인다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다음 실검 1위도 '평화올림픽'이 차지했다.

이에 대해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실검올리기는 대중문화에서 보면 팬덤 현상의 한 양태고, 정치적으로 보면 해시태그(#) 운동과 같이 디지털 기술을 매개로 한 유사한 집단행동”이라고 설명하면서, 여론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했다.

“실시간 검색어는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의제를 알려주는 기능을 하는데, 집단행동을 통해 정치적 의제를 선점하고 대립되는 프레임 싸움으로 끌고 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양한 의견과 관심사가 반영되는 포털이란 온라인 광장을 특정 집단이 논쟁의 장으로 만드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포털 광장을 프레임 싸움에 이용해서야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지나 반대의 뜻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 수면 아래에서 이뤄지는 조직적 행위가 아니라서 그 자체가 불법적 행위는 아니”라면서도 실검 속성을 이용한 여론 조작의 가능성을 짚었다.

포털 실시간 검색어는 사람들의 관심도를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그 자체가 여론을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다. 어떤 단어가 실검 상위에 올라오면 관심 없던 사람들도 주의 깊게 보게 되고, 결과적으로 실제보다 훨씬 더 크게 화제성을 키우는 기능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민 교수는 이 부분에 주목하며, “조직적이든 자연발생적이든 집단적 행동을 통해 실검을 인위적으로 바꿀 수 있다라는 점은 포털 알고리즘 자체의 맹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론 조작을 유도하거나 방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실검 서비스를) 이대로 계속 가져가는 게 맞는가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포털 관계자는 “실검 순위는 단순히 포털 검색의 총량이 많은 단어가 아니라, 평소 대비 증감을 따져서 반영하는 것이다. 상대적인 개념으로 보면 된다”면서 “어뷰징 프로그램을 통한 (인위적) 개입에 한해선 배제시키는 장치가 있다”고 전했다.

황용석 교수는 “정치적인 사안 말고라도 아이돌 신곡을 띄우거나 베스트셀러를 만들기 위해 실검이 이용되기도 한다”며 “포털 시스템 문제로 보기 보다 이용자들 스스로 사회 여론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이해하고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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