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혁신을 도모할수록 기업은 머리가 아파온다?
언론이 혁신을 도모할수록 기업은 머리가 아파온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8.01.2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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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광고·협찬 요청, 홍보임원들 “도망이라도 다녀야 할 판”…언론 혁신의 두 트랙이 하나로 귀결되고 있어
언론사들이 바깥으론 생존을 위한 조직 혁신을 이야기하지만, 안으로는 혁신적 수준의 광고·협찬을 꾀하고 있다.

[더피알=강미혜 기자] 수년 째 국내 언론계의 모토가 되고 있는 ‘디지털·모바일 퍼스트’와 ‘콘텐츠 차별화’는 올해도 핵심 키워드다.

신문과 방송을 막론하고 전통매체들은 기술로 급변한 미디어 생태계에 적응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으로 변화와 혁신을 꼽고 있다.

그러나 2018년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언론을 마주하는 기업들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언론사들이 바깥으론 생존을 위한 조직 혁신을 이야기하지만, 안으로는 혁신적 수준의 광고·협찬을 도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 유력지는 엄청난 ‘협찬 열정’으로 언론계 안팎에서 입길에 오르고 있다. 2018년을 ‘온라인 원년의 해’로 삼겠다고 천명한 이후, 그것을 실현할 재원 마련을 위해 광고주에 엄청난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단 이 언론사뿐만이 아니다. 매년 늘어나는 매체수 만큼 광고·협찬 요청이 증가하고 있지만, 올해는 그 정도가 ‘역대급’이라는 게 다수의 전언이다.

한 대기업 홍보임원은 “신년 초부터 언론들이 손 벌리고 다니는데 이렇게 심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임원은 “도망이라도 다녀야 할 판”이라고 했다.

통상 1~2월은 기업들의 한해 예산이 확정되지 않는 시기라 매체사들 입장에선 ‘보릿고개’에 해당된다. 여기에 지난해 삼성 미래전략실이 해체하면서 삼성그룹 광고가 사라진 게 2018년 초입부터 허리띠를 더 바짝 조이게 만드는 요인이다.

문제는 생존을 위해 자기 혁신을 꾀하는 노력 이상으로 타자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위 메이저라 불리는 언론부터 일찌감치 주요 기업을 조준해 올해 경영 터전을 공고히 하는 데 적극적인 협조와 전방위적인 협력을 당부한다.

선도주자의 ‘스킬’을 벤치마킹하는 후발주자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한 인터넷매체 관계자는 “솔직히 먹고 살려면 (광고가) 나올 만한 곳을 공략할 수밖에 없다. 그런 기업 리스트를 잘 정리해 실탄을 준비해 놓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언론계 전반에 드리워진 이 같은 그림자에 대해 한 중견 기자는 “우리나라에는 언론의 혁신과 관련해 두 가지 트랙이 있다. 온·오프라인을 통합해서 시너지를 내는 것과, 온라인을 분리독립시켜 강화하는 것”이라며 “시작은 다른데 과정을 보면 두 비즈니스 모두 구식의 질서와 관행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 산업의 본질은 신뢰 비즈니스이고 그것이 영향력으로 수렴된다. 좋은 뉴스, 좋은 기자, 좋은 소통 및 협력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게 진정한 혁신임에도 국내 언론계에는 ‘좋은’이 생략돼 있다”면서 “그러니 똑같은 비즈니스 모델로 귀결되는 것”이라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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