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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불확실성’이 책을 읽게 한다
‘즐거운 불확실성’이 책을 읽게 한다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8.01.30 1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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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업계 활기 불어넣는 아무거나 마케팅

▷아무말에서 아무거나로…이유 있는 파생에 이어...

[더피알=조성미 기자] 최근엔 ‘아무거나 마케팅’이 도서업계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포장된 책이 뭔지 모르게 소개글만으로 구매를 결정하도록 유도하는 해외 마케팅 사례를 참고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출판사 마음산책, 북스피어, 은행나무는 ‘모르고 산 책’을 진행했다. ‘개봉열독’이라 이름 붙여진 이 이벤트는 출판사가 나서서 제목, 저자, 표지를 가리고 인터넷 서점 네 곳 MD들의 스포일러 없는 추천글을 받았다.

특히나 먼저 책을 받아 본 이들에게 다른 사람들과 서프라이즈의 즐거움을 공유하자며 비밀유지 동참을 요청했다. 단순히 책에 대해 말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4개 온라인 서점의 이벤트 페이지를 통해 작가와 제목을 제외한 아무말을 남길 수 있는 대나무숲을 마련해 또 다른 소통의 재미를 만들어줬다.

마음산책이 선보인 ‘모르고 산 책’

대학생들은 중고서적을 활용한 랜덤도서를 기획했다. ‘설렘자판기’에 5000원을 넣고 로맨스, 추리, 여행, 힐링, 아동, 자기계발, 지식교양 그리고 랜덤까지 8가지 장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면 포장된 책이 나온다.

사라져가는 청계천 헌책방을 살리고자,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국제 비영리단체 인액터스(Enactus) 연세대지부 산하 ‘책 it out(잇 아웃)’팀이 기획한 이 프로젝트의 책들은 청계천 헌책방 주인장들이 추천해준 것이다. 알 수 없는 책을 기다리는 설렘으로 입소문을 타며 자판기가 늘어난 것은 물론, 다양한 기업들과 협업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나에게 무엇이 주어질지 모르는 ‘즐거운 불확실성’을 이유로 들었다. 여 교수는 “사회적으로 사람들이 불안하고 미래에 대한 확실성이 없을 때에는 운에 기대고 또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추구하는 심리가 있다”며 “많이 언급되고 있는 히든·블라인드·럭키·시크릿 등 뭐가 걸릴지 모르는 마케팅의 근간에는 불확실성의 즐거움이 깔려있다”고 분석했다.

범상규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블라인드 도서 마케팅에 대해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요즘 제일 어려운 것이 무얼 읽을지 정하는 것”이라며 “큰 맘 먹고 서점에 들러도 빈손으로 나오기 일쑤인 이들의 결정장애를 재미있게 해소해 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언급했다.

‘아무거나’에 담긴 자신감

누가 썼는지 모를 아무책을 받아드는 것과 함께 책을 사면 주는 사은품에도 아무거나 대잔치가 따라온다.

일례로 열린책들은 ‘노르웨이의 나무’ 출간 기념으로 노르웨이 미니 장작 증정 행사를 진행했다. 노르웨이 저널리스트가 쓴 이 책은 장작을 패고 쌓고 말리는 법을 담고 있다. 제목부터 왠지 따분할 것 같지만 장작으로 그런 선입견을 쪼개버렸다. “(사은품으로 받은) 장작 조각을 휴대폰, 사무용품 거치대 혹은 정 쓸데없으면 태워버리라”는 마케터의 재기발랄한 아이디어 덕분이다.

이색 사은품으로 화제가 된 ‘노르웨이의 나무’과 ‘문어의 영혼’

외계생물 같은 문어에게도 영혼을 있을까라고 의문을 던지는 글항아리의 ‘문어의 영혼’은 문어를 모티브로 한 과자 자갈치를 사은품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다소 아이러니해 보이는 이 행사 역시 소셜미디어 상에서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해 범상규 교수는 “사은품들이 얼핏 막무가내로 보일 수 있지만, ‘아무거나’라고 해서 마케팅 논리가 없는 건 아니다”며 “이성적·논리적 연계성을 탈피했을 뿐, 타깃들이 생각하는 의외성이 무엇인가를 탐색해 내려진 결론일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여준상 교수 역시 “쳇바퀴 돌 듯 뻔하게 예상되는 것들 사이에서 내 예상을 깨고 갖게 되는 소소한 일상 속 즐거움은 그만큼 부가적인 베네핏이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 역시 사람들의 기대를 벗어나게 될 경우 역효과가 날 수 있으니 철저한 분석을 통해 진행돼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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