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맛집
소문난 맛집
  • 문기환 (khmoon@saturnpr.co.kr)
  • 승인 2011.06.1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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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기환의 홍보 한마디

주 5일 근무제 덕에 토요일 아침엔 대개 늦잠을 자고 일어나 TV를 보곤 한다. 그때마다 각 채널에선 군침이 돌게 하는 맛집을 경쟁적으로 방송한다. ‘어째서 저렇게 맛있는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우리동네엔 없나’ 탄식하며 맛있게 먹고 있는 손님들을 부러워하곤 한다. 그런데 이겐 웬일인가. 최근 폐막한 전주 국제영화제에 출품돼 상을 받은 다큐멘터리 영화 하나가 바로 이런 TV의 맛집 프로그램이 대부분 가짜라고 폭로한 게 아닌가. 일부 외주제작사들이 음식점에서 이른바 협찬비를 받고 소문난 맛집으로 꾸며 방송으로 내보냈다는 것이다.

음식점 손님들이 “맛이 끝내줘요~” 라고 엄지 손가락을 쳐드는 것까지 동원된 아르바이트들의 잘 짜진 각본에 의한 연출이라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TV 맛집 프로그램은 대부분 가짜”

요즘 웬만한 음식점을 가보면 그야말로 홍보의 대가들만 모여있는 듯 마케팅 홍보전쟁이 한창이다. 자기 음식점을 보도한 신문, 잡지 기사를 액자에 모셔 놓은 집은 차라리 애교다. 아예 음식점을 방문한 정치인, 연예인, 스포츠인 등 유명인사들의 멋진 서명과 방문 소감 등을 음식점 내 사방 벽면에 도배한 곳도 적지 않다. 대형 음식점의 경우는 멀리에서도 볼 수 있게 플래카드를 걸거나 아예 음식점 상호 간판 위에다가 ‘ooo TV xxx 프로그램에 나온 곳’이라고 대문짝 만하게 써 붙인 곳도 수 없이 많다. 하다못해 어떤 곳은 ‘ooo TV, xxx TV에 안 나온 곳’ 이라고 써 붙인 것을 보고 실소를 금치 못한 적도 있었다. 차라리 신선해 보이고 솔직해 보여 한 번 가봐야지 할 정도다. 하여튼 분명한 홍보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에 음식점들이 너도나도 이렇게 하는 것이리라.

몇 해전 강원도 일대로 여름휴가를 다녀온 적이 있다. 출발하기 전 매번 그만그만한 수준의 호텔 음식을 피하고 그 지역 별미를 맛보기 위해 근처 유명 음식점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봤다. 그리고 휴가지 도착 다음 날, 가족에게 큰 소리 치며 어느 유명 언론사 소속 잡지에서 추천한 음식점을 택시를 대절해 물어 물어갔던 적이 있었다. 두부 전문 음식점이었는데 산골 구석에 위치해 있었지만 우리처럼 사전 정보를 입수하고 왔는지 전국 각지에서 온 피서객들로 붐벼 보였다. 몇 십분 기다리다 겨우 자리를 잡고 잔뜩 기대하며 음식을 기다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 평균 이하의 음식 맛과 서비스 수준은 차치하더라도 반찬 이곳 저곳을 윙윙대며 분주히 날아다니는 파리들을 목격하고선 왕복 택시비조차 아까울 정도였다. 가족의 실망한 모습을 보고 그런 곳을 버젓이 추천한 그 잡지에 대한 원망의 마음까지 갖게 됐다.

맛있는 음식점 소개 기사의 경우 음식 전문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체험한 것도 있지만, 직접 가보지도 않고 그야말로 광고 판촉 차원에서 광고비를 받고 음식점에서 제공한 자료를 기사처럼 쓰는 소위 ‘기사식 광고 (Advertorial)’ 를 일부 매체에서 집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마디로 정식 보도가 아니라 독자의 눈을 현혹시키기 위한 광고였던 것이다. 독자나 시청자는 자신이 신뢰하는 신문과 방송 기사를 대부분 그대로 믿는다.

그러나, 아무리 큼지막한 글자로 현란하게 포장돼 있더라도 광고 문구라면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드물 것이다. 음식점에서 한번 광고를 집행했다고 해서 당장 찾아가지는 않지만 ‘이 음식점이 맛있다’ 는 기사 한 줄, 방송 한편이 보도되면 우르르 몰려가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일회성 구매가 아닌 말 그대로 한번 선택이 10년을 좌우하는 가구, 자동차, 전자제품 등 고가 상품일 경우는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30여 년 전통의, 규모는 작지만 기자와 홍보맨 세계에서 소문난 어느 음식점 주인 말이 기억난다. “나는 취재를 한다고 하면 극구 사양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우연히 잡지에 맛 집으로 소개 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손님이 너무 몰려 단골들이 불편해 했기 때문입니다.”

 

문기환 khmoon@saturnpr.co.kr

새턴PR컨설팅 대표
前 (주)대우 홍보팀장 (1990~1999)
前 이랜드그룹 홍보총괄 상무 (2000~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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