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홍보의 큰그림 복기할 때
평창올림픽 홍보의 큰그림 복기할 때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8.02.0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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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홍보 점검④] 정쟁 수단화, 언론보도도 ‘북한쏠림’…문화·환경·평화·경제·ICT 가치 어디로?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일이 한 자릿수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평화라는 대의와 올림픽이라는 가치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노력이 시급해 보인다. 뉴시스

[더피알=강미혜 기자] 얼마 전 포털에서 벌어진 ‘실검 배틀’은 코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평화올림픽 vs 평양올림픽’. 말장난 같은 유치한 싸움은 국제 스포츠 이벤트가 국내 정치의 이념화 수단으로 어떻게 왜곡되고 있는지 드러냈다.

소란이 잦아들지 않은 채 평창올림픽 개막일이 한 자릿수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동계올림픽을 향한 마지막 스퍼트 구간인 만큼 문화·환경·평화·경제·ICT라는 핵심가치를 복기해야 한다.

[평창올림픽 홍보 점검①] “올림픽을 내려놔야 평창이 ‘힙’해진다”
[평창올림픽 홍보 점검②] 올림픽 성화가 평창 열기로 이어지려면
[평창올림픽 홍보 점검③] “동계올림픽은 알아도 평창은 몰라요”

“평창동계올림픽은 한반도 평화를 넘어 동북아의, 그리고 세계의 평화를 앞당길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래서 평창올림픽은 평화올림픽입니다.”

평창올림픽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난달 23일 청와대가 밝힌 입장문의 일부다. 북한의 참가가 확정된 이후 이념 대립으로 비화되는 상황을 우려, 올림픽 성공을 위해 대승적 차원의 협력과 협조를 당부한 것이다.

정부의 말처럼 이번 동계올림픽은 수년간 경색된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기회이며, 국제사회를 향한 강력한 평화의 메시지이다.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생중계 방송을 보고 있다. 뉴시스

정치적 의미를 떠나서도 북한이란 키워드는 올림픽 흥행 자체에 청신호가 되었음은 분명하다. 미지근했던 국내외 관심도를 끌어올리는 한편, 대회 안전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단박에 불식시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평화라는 대의와 올림픽이라는 가치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노력은 시급해 보인다.

평화·평양에 밀린 평창

“경기가 임박할수록 스포츠적인 면, 축제적인 면이 부각돼 (2017년) 전반보다는 후반에 긍정적 이슈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평창올림픽을 6개월 앞둔 지난해 조직위 관계자는 더피알에 이같이 밝혔었다. 최순실 게이트로 덧씌워진 부정적 이미지와 동계올림픽에 대한 낮은 국민 관심이 대회가 다가올수록 반전될 것이라는 기대감의 표현이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하지만 조직위의 바람과 달리 평창올림픽은 지금 이념대결의 장이 돼버렸다. 정치권이 평창올림픽에 ‘평화’와 ‘평양’이란 단어를 각각 수식하더니, 진영논리에 맞춰 의미를 확대재생산하며 갈등과 대립을 야기하고 있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을 비롯한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강릉 아트센터를 방문하고 있다. 뉴시스

그 속에서 올림픽 본연의 의미는 퇴색했다. 10년 기다림 끝에 어렵사리 잔칫상을 차렸는데 손님들이 오기도 전에 집안 식구끼리 싸움박질하는 상황으로 비유할 수 있다.

여론을 환기해 올림픽에 대한 관심으로 유도해야 할 언론조차 ‘중재자’ 보다는 ‘중계자’ 역할에 그치고 있다.

정치권을 향해선 올림픽을 정쟁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쓴소리를 내면서도 정작 올림픽 관련 보도에선 대회 성공 개최에 대한 제언에 우선해 정치적 논란이나 북한 이슈를 담기에 급급하다.

평창올림픽을 둘러싼 뉴스의 쏠림은 눈으로도 알 수 있다.

한국언론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를 통해 평창올림픽 관련 최근 4개월 간의 언론보도 추이(2017년 10월 1일~2018년 1월 31일)를 보면, 지난 연말을 기점으로 스포츠 이벤트에서 정치적 이슈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음이 확인된다.

실제 10·11월은 평창올림픽 연관어로 ‘평창’ ‘강원도’ ‘동계올림픽’ ‘IOC’ 등이 추출된 데 반해, 12월엔 ‘문재인 대통령’ ‘남북관계 개선’ ‘청와대’라는 키워드가 전면에 부각됐다.

빅카인즈 '동계올림픽' 연관어 분석 결과. 2017년 10월 1일~11월 30일

그리고 올 1월 들어선 ‘남북관계’ ‘문재인 대통령’ ‘대표단’ ‘신년사’ ‘남북 대화’ ‘북한 선수단’ 등 관심이 온통 북한이슈에 쏠리면서 올림픽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빅카인즈 '동계올림픽' 연관어 분석 결과. 2018년 1월 1~31일

이에 대해 익명을 요한 한 전문가는 “분단된 우리 현실에서 북한의 무게감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올림픽은 국가 홍보, 스포츠 마케팅, 로컬(개최도시) 브랜딩이란 세 가지 축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지금은 모든 것이 정치적 의제로 수렴되고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외로운 외침

“아시아라는 잠재력이 큰 새로운 무대에서 세계의 젊은 세대들이 함께 동계스포츠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강원도와 대한민국에 지속가능한 유산을 남기는 것입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내건 비전이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는 5가지 핵심가치가 문화·경제·환경·평화·ICT다. 하지만 대회 개막을 코앞에 둔 가장 중요한 시기에 평화라는 화두와 그에 반(反)하는 주장들이 뒤엉켜 본질을 흐리게 하고 있다.

전문가는 “올림픽을 계기로 평화홍보는 A학점인데, 올림픽 홍보 점수는 걱정스러울 정도”라고 했다. ‘북한 참가’라는 빅이슈에만 집중한 나머지 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한 각계의 오랜 노력과 수고가 파묻히고 있는 것에 대한 지적이다.

나는 시속 145km, 4배 중력을 버텨낸다. 0.01초를 앞당기기 위해, 매일 3만2000개의 계단을 오른다 _ 스켈레톤 윤성빈 선수

나는 시속 180km, 매일 400여개의 퍽을 온몸으로 막는다 _ 여자 아이스하키 골리 신소정 선수

나는 완벽한 점프를 위해 수만 번 넘어지고 일어난다 _ 남자 피겨스케이팅 차준환 선수

LG전자가 최근 선보인 평창올림픽 응원 광고다. 올림픽이 빠진 올림픽 홍보로 선수들조차 좀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현 시점에서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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