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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에 필요한 ‘넛지’
커뮤니케이션에 필요한 ‘넛지’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8.02.05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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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저항감 부드럽게 낮춰…일상의 모든 것에 접목 가능

[더피알=박형재 기자] 제철과일이 세일이라 마트에 가서 필요한 것들을 담았는데 예상보다 많이 지출했다. 새해 들어 사용하고 있는 스타벅스 다이어리는 커피 17잔의 결과물이다. 저녁 대신 맥도날드에 들렀다가 다이어트 중인데도 햄버거 사이즈를 업그레이드했다. 대체 난 무슨 짓을 한 걸까. 마치 유행어처럼 주목받고 있는 ‘넛지’에 그 답이 있다.

‘팔꿈치로 슬쩍 찌르는’ 넛지식 커뮤니케이션이 스마트한 이 시대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기법이다.

넛지는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와 법률가 캐스 선스타인이 집필한 <넛지(nudge)>를 통해 세계적으로 주목 받게 된 개념이다. 사전적 의미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이다.

탈러와 선스타인은 이 단어에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는 정의를 새로 내리고, ‘자유주의적 개입주의(libertarian paternalism)’라는 인기 상품을 만들었다.

넛지를 비롯한 행동경제학은 “인간은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지 않는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인간은 대체로 합리적이지만 다양한 심리적·사회적 요인의 영향을 받아 가끔씩 비합리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심리를 잘 이용하면 작은 변화만으로도 공공정책이나 마케팅, 캠페인을 보다 효율적으로 바꿀 수 있다.

‘의사결정의 지름길’을 택하는 심리를 파고들며 마케팅에서도 넛지가 활용된다.

실제로 우리는 대형마트에 쇼핑하러 갔다가 생각지도 않던 1+1 제품을 잔뜩 사거나, 패스트푸드 매장 직원의 “500원만 추가하면 라지 사이즈로 변경 가능”이라는 제안에 선뜻 큰 버거를 선택한다. 족발 음식점에서 메뉴판에 ‘중(中)’자와 ‘대(大)’자의 가격 차이를 적게 두어 대자 주문을 유도하는 것도 맥락효과를 활용한 넛지의 일종이다.

김지헌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존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합리적이라고 전제했으나, 사실 우리는 완벽하게 합리적이지 않다”면서 “정보량이 지나치게 많은 요즘 소비자는 이를 처리할 능력과 동기가 없기 때문에 ‘의사결정의 지름길’을 택하게 되는데 넛지는 이를 잘 충족시켜준다”고 설명했다.

넛지의 근거가 되는 심리학, 사회학적 이론들은 다양하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저서 <넛지 활용법>에서 이를 7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인지적 효율성 △유도성 △흥미성 △긍정성 △비교성 △일관성 △타성 등이다.

메뉴판부터 조직도까지

넛지는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달리 보면 일상의 모든 것이 넛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의 한 맥주바에서 메뉴판 가격을 비싼 것부터 내림차순으로 정리했더니 오름차순으로 정리한 경우보다 매출이 더 늘어났다. 사람들이 통상 메뉴판을 위에서 아래로 보는 성향을 고려한 것이다. 처음 눈에 띄는 가격(기준점)이 비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싼 메뉴를 고르게 된다.

슈퍼마켓에서 세제를 진열할 때 손잡이가 오른쪽으로 향하도록 하는 것도 알고 보면 넛지의 일종이다. 전세계 인구는 대부분 오른손잡이기 때문에 이들이 쉽게 잡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런 방향 차이만으로도 매출에 영향을 준다.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이마트 쇼핑 카트.

이마트는 쇼핑카트 디자인을 인체공학적으로 바꿨다. 카트 재질을 철에서 플라스틱으로 교체하고, 카트 안에는 아이들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카트 양 옆에는 컵홀더와 휴대폰홀더를 마련했다. 이는 쇼핑의 즐거움과 몰입도 극대화를 위해 손에 걸리적거리는 요소들을 카트에 내려놓으라는 의미다. 게다가 아이들의 시야는 카트 진행방향과 정반대라서 부모가 지나친 물건들(장난감이나 과자)까지 추가로 구매하게 만든다.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은 할인 상품 가격을 표시할 때 기존 가격에다 빨간줄을 긋고, 그 옆에 할인 후 가격을 적는다. 소비자는 빨간선 덕분에 할인 후 가격만 제시하는 것보다 ‘싸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또 할인 행사가 끝날 때까지 남은 시간을 표시해 얼른 사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한 보험회사는 자동차 보험 가입자 서류 양식을 조금 수정해 보다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했다. 보험 가입자는 간단한 인적사항과 함께 전년도 주행거리를 기재하는데, 주행거리가 길수록 보험료가 높아져 많은 사람들이 실제보다 짧게 적었다. 보험회사가 서류 맨 아래 있던 서명란을 맨 위에 배치했더니 사람들이 더 정직하게 반응했다.

기업 조직도에도 넛지는 접목된다. 조직도를 그릴 때 보통은 위쪽에 대표이사를 놓고, 높은 직위부터 순서대로 배치도를 그린다.

이때 조직도에서 대표이사와 임직원과의 거리를 종적으로 멀게 그린 조직도가 대표이사와 임직원과의 거리를 가깝게 그린 조직도보다 더 권위적으로 보인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그래서 일부 기업은 조직도의 위쪽에 평사원을 배치시킨 후 아래쪽에 대표이사를 놓아 의도적으로 조직문화가 수평적이란 인상을 주기도 한다.

조직도를 변형시켜 수평적 조직문화를 강조하기도 한다.

메시지의 인지적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행동의 단계를 줄여주는 것도 넛지의 일종이다. 예를 들어 온라인 쇼핑을 하려면 옛날에는 따로 회원가입을 해야 했지만, 이제는 페이스북이나 네이버와 연동해 이런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

황부영 브랜다임앤파트너즈 대표는 “사람들은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해도 그 과정이 복잡하거나 귀찮다면 하지 않는다”며 “기업이 원하는 행동을 할 때 필요한 과정을 줄여서 쉽게 만드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넛지 커뮤니케이션의 전체 내용은 더피알 매거진 2018년 1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구독신청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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