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시대 생존하는 PR인의 정체성
지금 이 시대 생존하는 PR인의 정체성
  • 김광태 (doin4087@hanmail.net)
  • 승인 2018.02.05 13:1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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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의 홍보一心]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기능 이관 가속…홍보조직도 선택과 집중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다양화로 바뀌고 있는 홍보 조직은 내부 구성원들의 변화도 부채질하고 있다.

[더피알=김광태] 새해 인사를 나눈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한 달이 지나있다. 작년 말부터 있었던 기업들의 인사도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이제 무술년 한해를 달리기 위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그런데 신년 인사를 쭉 들여다보니 예년과 달리 신임 홍보임원들이 크게 눈에 뜨지 않는다.

삼성, LG, SK, 현대 등 주요 그룹사만 놓고 봐도 삼성물산 1명, 삼성전자 해외홍보 1명에 불과하고 현대차의 경우 퇴임 임원 1명을 보충하는 차원에서 승진 인사가 났을 뿐이다. SK와 LG는 전무하다.

이런 이유에 대해 모 그룹 홍보임원은 “홍보업무의 확장성이 멈추고 그 기능이 오히려 언론홍보 중심으로 집약되고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 말대로라면 앞으로는 더욱 더 홍보 한 우물을 파서는 경쟁력이 없을 것이 아닌가.

홍보 조직의 변화는 사실상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다양화되면서부터 시작됐다.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서 기업의 대외 커뮤니케이션 통로는 전통언론이 유일했다.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언론관계 업무를 관장하는 홍보팀을 거치지 않고서는 불가능 했고, 신제품 하나를 팔기 위해서라도 영업부서는 홍보팀에 제품 홍보를 부탁해야만 했다.

그러나 스마트폰 등장과 함께 초연결사회가 형성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개인 미디어 시대가 열리면서 굳이 홍보팀을 통하지 않고도 직접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수단이 다양화됐다. 그것도 과거의 일방적 소통이아니라 쌍방형 소통이다.

여기에 진일보한 커뮤니케션 개념으로 브랜드 저널리즘(Brand Journalism)이 도입됐다. PR과 마케팅을 위한 브랜드 스토리를 기업에서 전략적으로 생산하고 관리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커머스(Commerce)까지 연결해 제품 홍보에서 판매 유통에 이르기까지 고객주문에 원스톱(ONE-STOP) 체제로 응하기 시작했다.

홍보 입장에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기능 이관은 큰 손실이다. 기업에서 홍보 조직 탄생은 제품 홍보에서부터 비롯됐다. 기업의 규모가 점차로 커지면서 제품에 국한했던 홍보 기능이 기업이미지 홍보로 확대되고, 기업 안팎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홍보로 수렴되면서 오늘날의 홍보 조직이 됐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디지털 시대 미디어 환경 변화는 홍보 조직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만들었다. 그동안 정들었던 제품 홍보는 마케팅으로 이관하고 언론홍보 중심으로 점점 영역이 좁혀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홍보부서는 이슈와 위기관리 업무가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되고, 홍보 수장도 언론인 출신으로 교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구성원의 면면도 기자 출신으로 채워지는 케이스가 늘고 있다. 모 그룹의 홍보실장은 “언론 홍보에 기자 출신들을 투입해 보니 경쟁력이 뛰어나다. 차후엔 전부 기자 출신으로 교체 할 생각까지 있다”고 했다.

이러한 변화에 많은 기업 홍보맨들은 좌절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왔는데, 기자 출신과의 경쟁에서 밀려 임원 승진도 바라보기 힘들게 됐기 때문이다. 한 후배 홍보인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거나 마케팅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미래가 보이질 않게 됐다”고 푸념했다.

또 기업(인하우스) 홍보인 출신으로 현재 PR회사에서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모 이사는 “이젠 고객과 직접 연결된 모바일을 통한 홍보가 대세다. 그러다보니 고객 특성에 맞는 매체발굴과 이를 확보하는 매체 바잉(buying) 업무가 중요해 지고 있다”고 하면서 “결국 기업 출신 홍보 담당자는 언론홍보 관점이 아닌 마케팅 관점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주 드물게는 기업 홍보맨에서 기자로 변신한 사례도 있다. 뒤늦게 왜 기자가 됐느냐는 질문에 그는 “지금 시대 홍보가 전문성이 있나요? 은퇴하면 받아 주는 데 없어요. 기자가 돼보니 나쁜 기사나 막는 무의미한 일에 자신을 소모시키는 것에서 벗어나 좋고, 무엇보다도 능력만 되면 매체 창간에서 정년 걱정 없이 자유롭게 기사를 쓸 수 있는 전문성을 확보한 것이 가장 큰 보람입니다”고 했다.

홍보의 전문성? 언젠가 대학 교수인 후배가 한 말이 생각난다. “한국에는 홍보 전문가 없다”고 했던 그 말이… 기업 홍보맨이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을까? 2018년에는 그 답을 찾아보자.


김광태

(주)온전한커뮤니케이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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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읽었습니다. 2018-02-06 11:30:40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싱그런복숭아 2018-02-09 00:31:02
다시금 사회의 변화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