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원수 권한’ 설명에 박근혜 사진 실은 중등 교과서
‘국가원수 권한’ 설명에 박근혜 사진 실은 중등 교과서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8.02.07 14: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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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교육 2018년도 중학교 사회2…탄핵 대통령 어울리지 않는다 지적에 출판사측 “앞으로 더욱 신중하게 검토할 것”

[더피알=강미혜 기자] 올해 중학교 2·3학년생이 배울 사회과목 검정교과서에 ‘국가원수 권한’을 설명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역대 많은 대통령이 있는데도 굳이 국정농단 사태로 파면된 대통령을 자료사진으로 실었어야 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비상교육에서 2018년 3월 1일자로 발행(6쇄)한 중등 사회2 교과서 내용. 국가 원수(대통령) 권한을 설명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이 들어가 있다. 독자 제공

비상교육에서 출판한 중학교 사회교과서 2권의 10단원 ‘헌법과 국가기관’을 보면 ‘대통령은 국가 원수로서 국가를 대표하는 지위를 갖는다’는 내용과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정상회담 사진이 들어갔다.

또 국가 원수의 다른 권한인 ‘대통령은 국정을 조정하고,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법원장, 헌법 재판소장, 감사원장 등 국가 기관의 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임명장을 수여하는 사진을 삽입했다.

3월 새 학기를 앞두고 최근 해당 교과서를 받은 중학교 2학년 이모군은 “작년에 중고등학생들도 촛불집회에 참가해서 탄핵된 대통령이지 않나. 지금은 우리끼리 503(박근혜 전 대통령 수감번호)으로 부르는데 그런 사람 사진을 보고 대통령 권한을 공부한다는 게 솔직히 웃긴다”고 말했다.

이군은 이어 “이유가 궁금해서 선생님께도 물어봤는데 출판사에서 구판을 수정하지 않고 인쇄한 것 같다고만 하시고 별다른 설명은 없으셨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 사진이 실린 해당 교과서는 초판은 2013년 3월 1일이고, 올해 발행본(6쇄)은 2018년 3월 1일자로 명시돼 있다.

통상 교과서 수정이 매년 9월경에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2017년 3월 10일)에 따라 치러진 조기 대선과 문재인 대통령 당선 결과 이후 인쇄한 교과서가 수정 없이 나온 것이다.

‘국가원수 권한’ 내용을 가르치며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을 실은 비상교육 사회2 교과서 발행일자는 2018년 3월 1일이다. 독자 제공

서울 소재 한 중학교 교사는 “채택된 교과서를 사진 하나 때문에 (다른 출판사 것으로) 교체하는 일은 잘 없다. 더욱이 국영수 과목과 달리 1,2권으로 구분된 사회는 학년제로 끊어지지 않아 2권만 바꾸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돼 불명예스럽게 퇴진한 대통령을 국가원수 권한을 가르치는 내용에 그대로 배치한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과서를 만든 비상교육 측은 실수를 인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원래(초판 당시)는 이명박 대통령 사진이었는데 최초 여성 대통령이기도 해서 다른 대통령 사진과 성(性) 균형을 맞추는 차원에서 (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 교체한 것이었다”며 "기존에 개발된 2009 개정 교육과정의 교과서에 대해 정국 변화 내용을 반영했어야 하는데 수정 보완이 이뤄지지 않은 점 사과드린다. 앞으로는 더욱 신중하게 검토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교과서를 채택한 각급학교에서는 올해는 그대로 사용할 수밖에 없고 2019년도부터 수정본으로 가르치게 될 전망이다.

한편, 교육부의 위탁을 받고 검정교과서를 심사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이번 사안에 대해 묻고자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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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크 2018-02-07 15:57:26
우리가 몰랐던 503의 권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