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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리젝션 피 도입’하루만에 4500여명 동참, 업계 종사자들 “너무나 당연한 상식…공공기관과 대기업부터 시행해야”

[더피알=박형재 기자]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리젝션 피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불합리한 업계 관행에 대한 문제 제기에 하루만에 4500여명이 동참했다. 이번 청원을 계기로 경쟁입찰을 둘러싼 해묵은 이슈가 공론화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온 PR업계 리젝션 피 관련 글.

8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광고, 홍보 등 PR업계의 리젝션 피 제도가 시급합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등장했다.

리젝션 피(Rejection Fee, 탈락보상금)는 광고나 홍보 업무를 맡길 외부 전문업체 선정 입찰(bidding)에서 탈락하는 업체에 주는 일정 액수의 보상금이다. 고객사가 요청한 경쟁에 참가한 만큼, 준비 과정에서 들어간 아이디어나 제작비, 제안서 작성에 쓰인 인건비 등을 지불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리젝션 피에 대한 논의가 수십년 째 진행 중이지만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곤 아직까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자신을 홍보출판업 종사자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공공기관과 대기업에서는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거치지 않는 프로젝트가 거의 없는데, 클라이언트들이 ‘갑’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양질의 제안을 공짜로 받는 걸 당연시하는 문화가 너무나도 팽배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쟁입찰 제안 작업은 비용, 시간, 노력, 인력 외 업체만의 노하우까지 집약적으로 쏟아 붓는 작업이며 시안 출력비 등 제작비가 만만찮음에도 오로지 최종 1개 업체만이 선정되고, 나머지 업체의 비용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보상해주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특히 “더 심각한 것은 최종 수주를 받지 못한 업체의 아이디어와 제안 내용이 버젓이 도용된다는 점”이라며 “경쟁 입찰 제안에 대해 정당한 비용(리젝션 피)을 지불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상식으로 공공기관과 대기업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청원에 대해 에이전시 업계 종사자들은 “내가 할 말을 대신 해줘서 속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월8일~3월10일까지 진행되는 청원이지만 하루만에 4657명(9일 오후 4시 기준)이 동의 의사를 밝혔다.

해당 게시글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확산되며 공감과 동참을 이끌어내고 있다.

하루 만에 4600여명이 공감하며 청원에 참여했다.

이와 관련, 한 PR회사 대표는 “정부입찰 제안서를 보면 용역업체로 선정되지 않아도 제출한 내용물의 권리는 발주처에 있다는 항목이 포함되기도 한다”면서 “이런 식으로 떨어진 업체의 아이디어를 가져다 쓰는 건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찰제안서에 제작물이 포함되는 경우는 수십만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데, 리젝션 피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경비는 보장해주면 좋겠다”고 의견을 전했다.

다른 PR회사 대표는 “청원 주제는 리젝션 피 보장이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비딩 절차에 대한 공정성”이라고 봤다.

민간 기업에서 진행하는 경쟁입찰의 경우 ‘짜고 치는 고스톱’ 식으로 이미 낙찰업체를 정해놓고 나머지는 들러리 서는 상황이 적지 않고, 입찰심사에서 점수를 주는 사람의 자격과 역량 역시 수준 미달일 때가 많아 불만이라는 것이다.

그는 “최근 대기업 경쟁입찰에 들어갔는데 심사위원으로 나온 8명 중 4명이 신입이라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면서 “그런 사람들에게 수십년의 노하우를 녹여낸 PPT를 줘야 하는지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여러 불합리가 이번 리젝션 피 청원으로 불거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리젝션 피가 도입되면 비용이 아까워서라도 RFP(입찰제안요청서)에 대한 최소한의 고민도 없이 수십개 업체를 부르는 관행이 조금은 개선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사정은 광고업계도 마찬가지다. 광고주를 대상으로 설득하려면 아이디어를 보여줄 수 있는 실물작업이 필요하다. 자원과 인력이 투입되는 일이지만 입찰에서 떨어지면 고스란히 광고회사 비용으로 떠안게 되는 구조다.

한 광고회사 임원은 “광고업계는 제작물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입찰에 참여할때마다 수백만원씩 깨지는데, 광고주가 리젝션 피를 주게 된다면 과업 수행에 최적화된 대행사만 불러 무분별한 경쟁을 막을 수 있다”면서 “리젝션피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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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젝션피#거절비용#청와대국민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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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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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노 2018-02-20 13:49:40

    와 이번에 홍보용역 경쟁PT 돌렸는데, 진짜 제안사들.. 핵노답이었어요. 그날 심사위원으로 모시고온 교수님들께 내가 더 챙기하고 내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수준 낮은 제안서들. 마치 광홍과 3~4학년들 조별발표 수준 보는듯 했고, 내용은 물론 발표실력까지 엉망이었음. 이런곳들 중 한곳하고 6개월 계약을 한다는게 너무 지옥 같았고 꿈이었길 바랬음. 그런데 이런곳들에게 리젝션피를 준다? 아이고..택도 없는 말씀.   삭제

    • 동의 2018-02-12 20:33:21

      공감합니다. RFP 대충 써놓고 제안업체 되는 대로 다 부르고 아이디어만 쏙쏙 빼먹는 게 갑질이지 다른 게 갑질이 아니죠.   삭제

      • ㄱㄱㅇ 2018-02-12 13:53:20

        1.수십개업체에 제안요청할수밖에 없는 이유 : 안불러주면 민원넣음.
        2. 리젝션 피 줄 수 없는 이유 : 대충준비해도 받을 돈이면 이걸 악용하는 업체 생김. 가능성 낮은 입찰 참가를 사원 교육용으로 쓸 확률 높음.   삭제

        • 좋은기사네요 2018-02-12 09:10:55

          다같이 고민해보고, 그간의 관행이 앞으로는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해 줄 이러한 기사 아이템을 찾고 기사로 만든 더피알에게 박수를 쳐 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기사 많이 많이 부탁드려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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