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큰 장 들어섰는데…마케팅은?
스포츠 큰 장 들어섰는데…마케팅은?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8.02.1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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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월드컵-아시안게임 등 빅이벤트 연이어…판 벌어졌는데 흥 제대로 안나는 이유는

[더피알=서영길 기자] 스포츠 이벤트는 기업들의 마케팅 전쟁터로 통한다. 특히 스포츠를 통해 국가 간 힘 대결을 펼치는 대형 이벤트에선 그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그런 면에서 올해는 특별하다. 이달부터 열리고 있는 평창동계올림픽을 필두로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등으로 이어지는 굵직한 국제 대회들이 예정돼 때문이다. 하지만 브랜드 마케팅과 기업PR을 위한 활동은 종전과 비교해 움츠러든 모습이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선수가 성화를 들고 인사하는 장면과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대한민국 선수단 입장, 2014 브라질월드컵을 맞아 축구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며 축구공에 쓴 희망 메시지. 뉴시스

각 대회를 위해 노력하는 건 대표팀 선수들만이 아니다. 이를 직간접적으로 후원하는 기업들도 효과적인 홍보·마케팅을 위해 대회 전후 노심초사한다. 전 세계 이목이 한 번에 쏠리는 기회가 흔치 않기에 글로벌 기업들은 저마다 전략을 갖고 스포츠 마케팅에 화력을 집중한다. 쉽게 말해 어떻게 하면 돈을 잘 썼다고 소문을 낼지에 대해 고심한다.

예컨대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모여 치르는 경기에서 자사 로고나 브랜드를 노출시켜 자연스런 홍보를 도모한다. 또 태극마크를 달고 싸우는 우리 선수를 후원함으로써 무형의 후광효과를 꾀한다.

물론 원한다고 모든 기업이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이용해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대부분의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선 주최 기관이 마케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후원 등급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식 후원사가 되기 위해 몇몇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돈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국제축구연맹(FIFA) 등에 선뜻 내놓는다. 배타적 권리를 부여받기 위한 ‘투자금’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연 1000억원 이상을 IOC에 후원해 올림픽에서 가장 상위 등급인 ‘올림픽 파트너(The OlympicPartner, 이하 TOP)’ 자격을 갖고 있다. 삼성은 TOP 지위로 올림픽과 관련한 마케팅을 전 세계적으로 펼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올림픽의 상징인 ‘오륜마크’ 등을 내걸고 원하는 대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펼칠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은 올림픽에선 국내 유일의 TOP이면서 이번 평창올림픽의 대회 파트너이기도 하다.

FIFA도 IOC처럼 금액에 따라 후원 기업을 구분해 마케팅에 제약을 두고 있다. FIFA에선 현재 현대·기아자동차가 최상위 후원사인 ‘FIFA 파트너’로 등록돼 활동 중이다. 현대기아차 또한 이를 위해 연 1000억원 가량의 비용을 들여 ‘월드컵’이나 ‘FIFA’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글로벌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브락 라던스키 선수가 올림픽 top사인 삼성전자에서 제공한 스마트폰으로 개막식을 촬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쌍두마차 움직임, 시장 전체에 영향

그렇다면 평창을 위시해 스포츠 빅이벤트를 잇달아 맞는 국내 분위기는 어떨까.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치러지는 올림픽과 대형 스포츠 이벤트들을 앞두고 있지만, 관련 기업들이 뚜렷한 활동을 보이지 않는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판은 차려졌는데 흥이 제대로 안 나는 셈이다.

국내 스포츠 마케팅의 큰손 격인 삼성이나 현대차도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박재항 하바스코리아 대표는 “올림픽 하면 삼성, 월드컵 하면 현대(기아)차일 정도로 이들은 업계 마케팅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쌍두마차다”면서 “하지만 두 회사 모두 근래에 내부 사정이 복잡해지면서 스포츠 마케팅에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고, 그로 인해 시장 자체가 잠잠해졌다”고 진단했다.

임우택 브리온컴퍼니 대표도 “아무래도 우리나라 스포츠 시장 자체의 침체 여파가 이어지는 것 같다. 지난해나 올해 특수한 상황에 놓이며 마케팅에도 걸림돌이 많았다”며 “지난해 최순실 사태로 평창올림픽 조차도 붐업이 잘 안된데다 올 초 북한과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문제 등의 잡음이 생기며 후원을 맡은 대기업들이 (마케팅에) 소극적으로 나온면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 평창올림픽을 맞아 한국 기업 중에선 삼성과 현대차, 기아차 등이 거액을 들여 홍보관을 열었지만 총수들은 현장에 참석하지 않거나 못했다. 재계에 대한 정부의 사정(司正) 바람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KT의 경우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5G 홍보’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황창규 회장이 홍보관 개관식에 참석하며 열의를 보였지만, 이날 경찰의 광화문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위축된 모습으로 마무리됐다. 알리바바 홍보관 개관식에 마윈 회장이 직접 자리해 자사 기술력을 과시한 것과는 자못 대비되는 장면이었다.

김도균 경희대 스포츠산업경영학과 교수는 “올림픽이 우리나라에서 30년 만에 열림에도 불구하고, 최순실 사건 이후 침체된 분위기가 좀처럼 반전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동계올림픽 이후 예정된 월드컵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축구든 야구든 글로벌 스포츠 스타들이 최근 많이 줄며 국내 관심도 자체가 전체적으로 떨어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월드컵 예선에서 대표팀이 좋은 경기력을 못 보여주며 국민적 기대감도 매우 낮아졌다”고 말했다.

스포츠 마케팅이 전처럼 활발하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엠부시(Ambush, 매복) 마케팅에 대한 제재가 강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엠부시 마케팅으로 달라진 토양

특히 이번 평창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조직위는 ‘매복 마케팅 금지’ 조항을 신설했고, 해당 법안이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되며 명문화 됐다. 이번 법 개정은 IOC가 지속적으로 평창올림픽 조직위에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후원 기업들의 독점적 권리를 십분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이 같은 흐름은 기업들이 IOC에 내는 후원 금액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IOC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1~2004년 솔트레이크시티·아테네올림픽 때 TOP에 속한 기업들이 내는 후원 금액은 6억6300만달러에서 2013~2016년 소치·리우올림픽 때 10억300만달러로 10년 새 약 51% 치솟았다. 큰돈을 내고 있는 기업들 입장에선 더욱 강력한 권리 보호를 IOC에 요구했을 테고, 이는 결국 평창올림픽 조직위를 통해 국내법 개정까지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평창올림픽에서 앰부시 마케팅으로 처음 제동이 걸린 sk텔레콤과 방송사가 내놓은 응원광고. 광고화면 캡처

이로써 공식 후원사가 아닌 기업은 올림픽과 관련된 그 어떤 것도 마케팅에 사용할 수 없다는 법적 제재 기반이 만들어졌다. 때문에 튀는 아이디어로 스포츠 마케팅에 활력을 불어넣던 기업들이 몸을 사리며 시장 자체가 전반적으로 쪼그라든 모양새다. ▷관련기사: ‘평창특수’ 노리는 무임승차 강력 단속

근본적으로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활용한 마케팅 활동이 변화를 맞았다는 점도 또하나의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김도균 교수는 “최근 기업들의 스포츠 마케팅을 보면 타깃을 딱 정해서 하는 방향이다. 매크로(macro·대규모)에서 마이크로(micro·소규모)로 가는 거라고 보면 된다”며 “이에 더해 스포츠를 통한 기업 마케팅 활동도 CSR(기업의 사회적책임)에서 CSV(공유가치창출)로 완전히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기사의 전체 내용은 더피알 매거진 2018년 2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구독신청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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