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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팬덤이 가져온 출판시장의 변화
콘텐츠 팬덤이 가져온 출판시장의 변화
  • 브랜디스 최예림 www.facebook.com/brandis365
  • 승인 2018.02.1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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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디스의 팀플노트] 온라인서 발견한 콘텐츠, 책과 굿즈 소비로 이어져

[더피알=최예림] 온·오프라인 서점에서는 찾아볼 수 없지만 저마다의 판매 방식으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 책들이 있다. 햄스터가 바다를 모험하는 이야기인 ‘물찍찍이의 모험’, 이 시대의 모든 며느리를 포함한 많은 여성들에게 공감을 얻었던 ‘며느라기’가 그 대표적인 예다.

물찍찍이의 모험은 텀블벅을 통해 그림책과 봉제인형을 묶어 5500만원어치를 판매했고, 며느라기는 자체 온라인 팝업스토어에서 책·머그컵·에코백·양말 등 관련 굿즈와 함께 예약판매로 독자들과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

이 책들은 전통적인 유통 방식에서 탈피했다는 것과 함께 또 하나의 이색적인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바로 기성작가의 작품이 아니라,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던 평범한 사람들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취미로 개인 블로그,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온라인에 올린 콘텐츠가 인기를 끌어 출판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덕분에 책이 나오면 SNS 등으로 홍보를 하는 기존 방식이 아니라, SNS상에서 먼저 유명세를 탄 콘텐츠가 출판하는 역순으로 진행됐다. 출판 시장은 바야흐로 개인콘텐츠, 공개콘텐츠의 시대이다.

책으로 만들어진 ‘며느라기’. 이미지를 클릭하면 며느라기 온라인 팝업스토어로 이동합니다.

모든 것이 공개된 책을 사는 심리

SNS발(發) 인기로 출판사 계약을 하거나 인쇄나 굿즈 제작을 도와줄 협업업체를 찾아 1인 출판을 하는 것이 하나의 흐름이 되고 있다. 왜일까?

먼저 출판사 입장에서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정보와 지식을 넘치도록 얻을 수 있는 요즘 사회에서 책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밀려 점점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다. 때문에 출판계는 특정한 정보의 니즈가 있는 독자에게 원하는 정보가 담긴 책이 발견될 때까지의 과정이 점점 힘들어지는 ‘책의 발견성’ 문제에 시달려왔다.

해결책은 독자가 필요로 하는 책이 어디에 있는지 독자들이 접할 수 있는 통로에 있다. SNS는 독자와 작가, 그리고 출판사 사이의 통로로써 충분한 마케팅 채널이 되어 준다는 측면에서 강점을 갖는다.

콘텐츠 작가가 본인의 작품을 올리는 SNS 공간이 활발하다면 이미 어느 정도의 고정 팬이 있다는 의미이기에 출판사는 안정적인 초판 판매율을 예상할 수 있다. 해당 작품의 주제를 두고 시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측하기도 더 쉽다. 또 공모전처럼 해당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한 비용이나 출판 홍보비 같은 부가비용도 덜 들어간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SNS에서 충분히 소비된, 모든 것 이 공개된 콘텐츠에 지갑을 열게 될까? 이미 유명한 그리고 온라인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돈을 주고 책으로 구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젠가 해당 콘텐츠가 인터넷에서 삭제되어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너무 마음에 들어서 나를 표현하는 물건을 가지며 소장하고 싶다.”
“콘텐츠에 대한 대가를 작가에게 지불하고 싶다.”
“인터넷에서 볼 수 없는 추가 특전을 보고 싶다.”

한마디로 말하면 독자는 SNS로 이미 마음속에 ‘덕통’(덕질+교통사고) 당한 작품을 끝까지 보기 위해서, 작가의 창작을 응원해주려고 지갑을 연다. 물론 이렇게 돈을 투자하지 않아도 콘텐츠 소비자로서 볼 수 있는 무료 콘텐츠는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독자 입장에서도 지나치게 과잉 공급되는 콘텐츠의 개수만큼 본인과 잘 맞는 콘텐츠를 발견하는 게 더 힘들어졌다는 것도 중요한 지점이다. 모르는 것에 2만원을 선뜻 쓰기는 힘들지만, 이미 검증된 특히 자신이 너무나 재미있어 한 것이라면 2만원 쯤의 지출은 정말 쉬운 게 소비자의 마음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처럼 함께 한 시간만큼 익숙해지고, 익숙해진 만큼 호감을 갖게 되고, 그 호감이 구매로 이어지는 것이다. SNS에서 응원하던 작가를 도서와 관련 상품 구입으로 응원하게 되는 것은 아이돌 팬들의 활동과 유사하다.

아이돌 덕질이 처음엔 유튜브 영상과 음악, 멤버들 사진 몇 장처럼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시작했다가 취
향의 영역으로 넘어간 후에는 고가의 콘서트표도 덜컥 사고 여러 장의 앨범도 구매하고 수많은 포토카드도 사는 것처럼 도서가 갖는 본질적인 콘텐츠도 이러한 방향을 갖는 것이다.

‘물찍찍이의 모험’ 인쇄를 위한 펀딩페이지. 이미지를 클릭하면 해당 텀블벅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콘텐츠 발견성’ 높이도록

신간 출판과정은 단기간에 제품을 만들고 성과를 측정해 제품 개선에 반영하는 것을 반복하며 시장에서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경영 방법론 ‘린스타트업’과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책을 출판해 시장에 선보이고 나면 긴 시간동안 수정이 불가능한 채로 남아있어야 했다. 수정해서 개정판으로 내놓는다고 해도 그 비용은 전부 출판사에게 부담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누구나 본인의 콘텐츠를 인터넷으로 전달할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작가가 SNS로 콘텐츠를 제작하기에 그 비용이 상당 부분 생략될 수 있다.

콘텐츠 제작자는 독자 피드백을 온라인으로 실시간 받으면서 작품의 방향을 독자에 맞게 수정할 수 있게 됐다. 시제품을 제조해서 시장에 내놓고 반응을 살펴 제품을 수정해 나가는 것이 출판 작가에게도 가능해진 것이다.

출판사는 이 중 눈에 드는 작가들에게 협업을 제의하고, 출판하기까지 정돈과 이후의 다른 홍보를 맡기만 하면 된다. 이미 본인의 분야에서 충분한 응원과 관심을 받고 있는 작품들을 책으로 내면 위험은 줄고 성공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앞으로 출판업은 이러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그렇다면 제작자는 콘텐츠를 제조-측정-학습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꾸준히 혁신적인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창작물이 어떻게 유통되어 수익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출판업계를 포함한 콘텐츠 유통사는 ‘콘텐츠의 발견성’을 높이기 위한 유통 단계 세분화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brandis is...
도전을 통해 나와 이 사회의 성장을 이끌어가는 세종대학교 브랜드 전략 연구회. 캠페인 및 커뮤니케이션 사례 등을 마케팅을 배우는 학생의 시각으로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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