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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보도하는 언론들, 이게 최선입니까
성범죄 보도하는 언론들, 이게 최선입니까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8.02.21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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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 속에서도 옐로저널리즘 반복…피해여성 “무엇을 위한 취재이고 누구를 위한 언론인지”

“제가 피해자라는 사실은 잊었는지 계속해서 더 자극적인 증언만을 이끌어내려는 기자분들의 태도가 저를 더욱 힘들게 했습니다. 무엇을 위한 취재이고 누구를 위한 언론인지요. 언론 또한 피해자를 또 다시 숨게 만드는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더피알=강미혜 기자] 배우 조민기의 성추행 정황을 폭로한 연극배우 송하늘 씨가 언론을 향해 완곡하게 당부한 말이다. 자극적 기사를 양산하며 피해자를 두 번 세 번 울게 하는 언론의 보도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그의 지적대로 각계에 만연해 있던 성추행·성폭행 문제가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으로 드러나는 와중에 언론의 ‘무개념 보도’가 급하게 고개를 들고 있다. 문제의 본질에 집중하며 사태 해결을 위한 공론화에 힘쓰기 보다는 휘발성이 강한 자극적 뉴스들을 내보내기에 급급하다.

특히 대중에 친숙한 연예인이 의혹의 중심에 서면서 성폭력이라는 무거운 범죄가 가십성 이슈 정도로 취급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실제 21일 오전부터 반나절이 넘도록 양대 포털의 실검(실시간 검색어) 1~2위는 ‘송하늘’이 차지하는데, 그에 발맞춰 분 단위로 비슷비슷한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 송하늘의 폭로성 글을 단순 전달하는 데 그칠뿐더러, 일부러 자극적인 워딩(wording)을 제목에 끄집어내는 경우도 쉽게 발견된다.

신인배우 송하늘이 조민기의 성추행 정황을 폭로한 이후, 그의 이름과 얼굴이 들어간 자극적인 내용의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네이버 뉴스 화면 캡처

말초적인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선정적인 표현을 사용해 클릭수를 높이려는 전형적인 옐로저널리즘이 이번에도 여지없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마련한 ‘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을 보면 “성폭력 범죄 보도는 사건의 특성상 취재와 보도과정에서 피해자와 그 가족 등이 2차 피해를 볼 수 있고,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매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10가지 실천 요강을 제언한다.

1. 언론은 취재와 보도과정에서 성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의 2차 피해를 유발하지 않도록 피해자의 신상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2. 언론은 성범죄 사건의 본질과 무관한 피해자의 사생활 등을 보도함으로써 피해자에게 범죄 유발의 책임이 있는 것처럼 인식되도록 하지 않는다.

3. 언론은 가해자 중심적 성 관념에 입각한 용어 사용이나 피해자와 시민에게 공포감과 불쾌감을 주고 불필요한 성적인 상상을 유발하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다.

4. 언론은 성범죄 사건의 이해와 상관없는 범죄의 수법과 과정, 양태, 그리고 수사과정에서의 현장 검증 등 수사 상황을 지나칠 정도로 상세히 보도하지 않는다.

5. 언론은 성범죄의 범행 동기를 개별적 성향-가해자의 포르노, 술, 약물 등 탐닉, 자제할 수 없는 성욕 등-에 집중함으로써 성폭력의 원인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강화하거나 가해자의 책임이 가볍게 인식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6. 언론은 겅범죄 피의자의 얼굴과 이름 등 신상 정보를 관련 법률에 의해 공식적으로 공개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보도하지 않는다.

7. 언론은 수사기관이 제공하는 정보라도 그 공개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해 자기 책임 하에 보도한다.

8. 언론은 미성년자 성범죄 사건을 취재, 보도하는 데 있어 미성년자의 인권에 미칠 영향을 세심히 고려해야 한다.

9. 언론은 사진과 영상 보도에서도 피해자 등이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특히 삽화, 그래픽, 지도 제공이나 재연 등에 신중을 기한다.

10. 언론은 성범죄 예방을 위해 법률적 정보 등의 제공과 성범죄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한 사항을 적극 보도한다.

그러나 이런 권고가 무색하게도 성범죄 피해자의 아픔을 들춰내 ‘클릭 장사’하는 언론들은 지금도 물 만난 고기마냥 활개를 치고 있다.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발언을 계기로 검찰, 문단, 연극계 등의 추태가 줄줄이 드러나고 있지만 이런 부조리와 만행을 고발해야 할 언론의 추태는 근절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러니 ‘기레기’ 소리를 들어도 할 말 없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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