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관리 관점에서 본 여자 팀추월 ‘왕따 논란’
이슈관리 관점에서 본 여자 팀추월 ‘왕따 논란’
  • 더피알 (thepr@the-pr.co.kr)
  • 승인 2018.02.22 15: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름없는스터디,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제언

[더피알] 평창동계올림픽이 당초의 우려를 씻고 성공적인 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다. 특히 여러 경기를 통해 보였던 스포츠맨십, 동료애는 메달을 떠나 큰 감동을 안겼다.

이 좋은 분위기 속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의 이른바 ‘왕따 스캔들’은 평창의 최대 오점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지난 19일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 경기 장면. 김보름·박지우 뒤 멀리서 노선영이 따라붙는 장면이 나오며 '왕따 스캔들'이 불거졌다. 뉴시스

경기 중 벌어진 비정상적 플레이와 이후 진행된 선수들의 ‘네 탓 인터뷰’는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왔고, 급기야 진실공방과 마녀사냥 사태로 번지며 연일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여자 팀추월 논란이 커지게 된 데에는 경기를 망친 ‘팀킬’ 못지않게 이해하기 힘든 커뮤니케이션 대응이 크게 한몫했다.

이와 관련, 현업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담당자 모임인 #이름없는스터디 멤버들이 이슈관리 측면에서 이번 논란을 짚으며 제언했다. 답변자 요청에 따라 소속과 신분은 익명 처리했다.

현장 인터뷰와 긴급 기자회견

지난 19일 여자 팀추월 경기 직후 김보름·박지우 선수는 현장 인터뷰를 가졌다. 하지만 팀 동료인 노선영 선수를 탓하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으로 논란을 키웠다.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자 다음날인 20일 백철기 대표팀 감독과 김보름 선수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더 큰 의혹만 남겼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팀 동료를 탓하는 듯한 발언이 논란을 키웠다. sbs 화면 캡처

Comment> 미디어사 ㅂ님, 에이전시 ㅌ님

최초 인터뷰 내용이나 태도가 아쉽긴 해도 흥분된 심정에서 그 나이대에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이후 기자회견은 분명한 실책이다. 대중들은 ‘기만당했다는 느낌’을 참지 못한다. 쉽게 기만당하지도 않는다. 실제 온라인에 올라온 풀타임 영상과 그동안의 SNS 기록까지 살피며 나름의 ‘판단 근거’를 확보한 상태였다.

빙상연맹의 가장 큰 오판은 기자회견 후 노선영 선수의 반발이다. 올림픽 기간에다 세계 모든 언론이 평창에 있으니 그만큼 언론 접촉이 쉽다. 다른 선수들 인터뷰 보면 선수단 PR담당자가 썩 잘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데, 빙상연맹은 대체 왜 그랬을까?

김보름 선수와 백철기 감독이 팀추월 예선 결과 후 일어난 불협화음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긴급 기자회견을 20일 가졌다. 뉴시스

Comment> 제조사 ㅂ님

'긴급'이 아니라 모든 경기가 끝나고 입장 정리한 다음에 공식적인 발표를 해야 했다. 오해 소지나 문제가 된 것은 깔끔하게 인정하고 구체적인 개선방향이 필요했다. 그냥 ‘아니다, 사실 잘 지낸다'고 하면 누가 믿겠나?

기자회견도 프로답지 못했다. 사태를 진화하기 위해 나선 감독은 톤과 메시지 정리가 안됐고, 선수는 감정에만 호소하는 모양새였다. 공식적인 코멘트를 전달할 중재자가 없었기에 빚어진 일이다. 사태의 원인을 감독과 선수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듯한 모습도 비겁하게 비쳐졌다. 핵심 이해관계자인 노선영 선수를 빼놓고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것 자체도 상식적이지 않다.

Comment> 에이전시 ㄱ님

최악의 시기에 최악의 방법으로 최악의 결과를 만들었다. 청와대 청원을 비롯한 뜨거운 여론의 불길이 집중된 상황에서 홀로 그 열기에 들어가 기자회견을 강행하기엔 너무나 많은 맹점이 있었다. 게다가 내부 관리도 되지 않아 곧바로 2차 이슈가 터졌고, 관리 안 된 3차 메시지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슈거리만 제공했고 논란만 커졌다. 이제라도 솔직하게 방향을 정해야 한다. 이런 식의 접근은 디지털 시대에 좋은 먹잇감만 던져줄 뿐이다.

빙상연맹 이슈관리

긴급 기자회견 이후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빙상연맹은 이른바 ‘빙X연맹’으로까지 매도되며 연일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과거 안현수 선수 파문부터 가깝게는 이 일의 도화선이 된 노선영 선수 대표팀 제외 사건까지, 빙상연맹의 이슈관리는 어느 지점에 있는가?

긴급기자회견 이후 노선영 선수가 그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 보도되면서 빙상연맹 책임론이 더욱 거세게 불고 있다. sbs 뉴스 화면 캡처

Comment> 생활건강사 ㅊ님

빙상연맹에게 지금까지의 여론 악화는 큰 위기가 아닐 수 있다. 국민이 아닌 선수나 그 부모들을 상대하는 입장에서 그에 맞는 최적화된 커뮤니케이션을 해왔고 지금까지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보인다.

하지만 이번 이슈는 국내에서 30년 만에 열리는 올림픽 경기에서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돌출됐다. 기자회견을 열어 수습에 나서려 했지만 상황을 더 악화시키기만 했다. 일반 국민과 선수, 업계가 빙상연맹의 행정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를 수밖에 없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최초 메시지가 사태를 진화하기는커녕 2·3차 이슈를 만들어냈다.

Comment> 공기업 ㅇ님

결과와 엘리트 스포츠를 중시했던 과거에서 이제는 과정과 공정함을 더 중시하는 분위기로 변화되고 있다. 이 속에서 일종의 ‘금메달 공장'으로 인정받아온 협회가 이제는 청산해야 할 적폐로 포지셔닝되는 형국이다. 시대의 흐름이 바뀌었으니 빙상연맹도 빠른 태세 전환이 필요할 것 같다.

Comment> 공공기관 ㅇ님

진정성 있는 사과의 전제 조건은 주체와 논점이 명확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논란에 대해 책임져야 할 빙상연맹이란 주체가 빠져 있으니 대중들은 더 분노하고 여론이 악화되는 거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감독이 아닌 그 이상의 책임자가 나와 진정성 있는 사과와 공감할 수 있는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

청와대 청원과 새로운 현상

미디어 환경과 개개 구성원들의 의식 수준 등의 변화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새롭게 살펴볼 지점들도 눈에 띄었다. 대표적인 것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다. 여자 팀추월 논란 직후 김보름과 박지우에 대한 대표팀 자격 박탈과 빙상연맹의 ‘적폐 청산’을 요청하는 글이 올라왔고, 청와대 답변 기준 충족 인원인 20만명을 역대 최단 기간에 돌파했다.

여자 팀추월의 ‘왕따 스캔들'에 성난 여론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으로 옮겨가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화면 캡처

Comment> 여행사 ㄱ님

현재 청와대 청원 게시판은 본 취지와 다르게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이슈는 결국 ‘작은 사회' 내에서의 문제로 규정할 수 있는데, 여론의 힘에 기대 처벌을 요구하는 건 또 다른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물론 빙상연맹의 평판관리 실패가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점은 짚어야 할 점이다. 그럼에도 명확한 진상 규명 전에 가치 판단이 결여된 소스들이 그 어떤 거름망 없이 SNS와 언론보도를 통해 무분별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만에 하나라도 진실이 다르다면 20만 중 누가 책임을 질 건가.

Comment> 스타트업 ㄱ님

부분 편집된 동영상이 온라인에 확산되며 선수들에 대한 무분별한 비판이 빠르게 퍼져나간 것도 당황스러웠지만, 청와대 청원글 역시 다소 충격적이다.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팀워크를 깬 선수를 처벌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군중심리를 이용한 떼쓰기에 다름 아니다.

모 스포츠 브랜드는 이슈가 불거진 바로 다음날 논란이 된 선수의 스폰서십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까딱 잘못하면 ‘적폐 기업’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겠지만, 좀 더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접근했으면 어땠을까. 우선 기자들에게 ‘확인해보겠다’ 혹은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 정도로 답변하고, 최종 결정은 명확히 팩트가 가려지고 난 다음에 해도 늦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Comment> 매체사 ㅂ님

과거와 같은 미디어 환경이라면 시간이 해결해준다. 기자 관계만 잘 가져가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다. 하지만 1인 1미디어에 자발적 유저가 넘쳐나는 지금은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불리해진다. 특히 국민 이목이 집중된 이런 소재는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증폭되기 마련이다. 결국 재발방지와 그에 따른 단계별 실천안을 고민해야 한다.

다만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여론에 의한 마녀사냥은 위험하다. 물론 김보름 선수의 최초 인터뷰가 기분 나쁘게 비쳐질 수는 있다. 다만, 그건 뉘앙스라든가 주관적 판단의 영역이지 명확히 잘잘못을 판단하는 근거가 되진 않는다. 여기서 언론과 연맹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태의 원인을 파악하고 팩트체크를 해서 고지를 해야 하는데 이슈 따라잡기에 급급하다. 섣불리 ‘피해자 vs 가해자’ 구도를 만들면 안 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