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화_시대의_브랜딩1
#무인화_시대의_브랜딩1
  • 정지원 (jiwon@jnbrand.co.kr)
  • 승인 2018.02.23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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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텔링 1+1] ‘고객편리’ 의도가 ‘고(Go)’ 명칭으로 현실화…기준은 결국 사람
브랜드텔링 1+1이란..?
같거나 다르거나, 깊거나 넓거나, 혹은 가볍거나 무겁거나. 하나의 브랜딩 화두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과 해석.

[더피알=정지원] 공교롭게도 최근 무인화 기술(Unmanned Technology) 관련한 프로젝트를 여러 건 진행하게 됐다. 브랜딩을 업으로 하다보면 결국 프로젝트를 통해 트렌드를 체감한다. 책과 뉴스로만 접하는 내용과는 조금 다른 관점과 깊이로 소위 ‘핫’하다는 트렌드를 접하게 된다.

무인화 매장의 상징인 아마존 고(amazon go). 물건을 구매하려고 하면 인공지능 센서와 카메라가 이를 인식한다. ap/뉴시스

요즘 한창 거론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수많은 기술 중 우리 생활에서 가장 밀접하게 체험하게 되는 기술은 IoT(사물인터넷)일 것이다. 이번 CES 2018에서 알리바바그룹의 쑤닝(Suning)은 얼굴인식, RFID(무선식별)를 핵심 기술로 한 ‘쑤닝 스포츠 뷰(Biu)’를 무인상점 시스템으로 선보이면서 자신 있게 리테일의 미래를 얘기했다.

2018년은 무인판매의 원년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미·중·일 유통사들은 너도나도 올해 수백개 무인점포 오픈을 선언하고 나섰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돼버린 무인화 시대의 브랜딩은 과연 어떤 방향이어야 할까?

궁극의 편리만을 남기는 심플함

‘무인화’라고 할 때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여러 형태의 로봇일 것이고 그 다음은 2017년 최대 이슈가 된 아마존 고(Amazon Go)일 것이다. 인공지능마트(A.I mart)라고도 불리는 아마존 고는 계산부터 재고정리까지 모두 인공지능으로 운영되는 리테일이다. 계산대에 줄서지 않고 바로 필요한 물건을 들고 나가면 된다.

저스트 워크 아웃 테크놀로지(Just walk out technology, 그냥 걸어 나가는 기술)가 지향하는 ‘고객편리’라는 의도는 ‘고(Go)’라는 명칭으로 암시된다. 아마존 고의 론칭 영상을 보며 인상적이었던 점은 바로 메시지의 심플함이었다. 복잡한 매커니즘을 설명하지 않고 고객을 편리하게 할 기술이 탑재돼 있으니 당신은 그저 줄서지 않고 걸어 나가면 된다(Just go)고 말한다.

아마존 고 매장에 들어서는 사람이 앱을 다운받은 스마트폰으로 자동 체크인을 한다. ap/뉴시스

아마존 고를 넘어선 궁극의 편리, 궁극의 스마트함을 보여준 모비마트(MobyMart)는 무인화 기술 뿐 아니라 GPS를 통한 자율주행, 인공지능, 클라우드, 드론 등의 기술이 집약됐다. 내가 편의점에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편의점이 내게로 직접 와준다면?’이라는 상상을 실제로 구현한 모비마트는 스웨덴의 자전거 카페 휠시(Wheelsy)와 중국의 허페이 대학교, 그리고 히말라피(Himalafy)라는 리테일 회사가 공동 개발했다.

고객은 간편하게 스마트폰 앱으로 모비마트를 불러올 수 있고 설치된 무인 자판기에서 직접 물건을 구매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지붕에 장착된 4개의 드론은 앱을 통해 주문된 상품을 직접 배송하기도 한다. 이 모든 기술과 기능을 단 세 개의 동사만으로 설명한다. 스마트폰 앱을 열고(You Open), 원하는 제품을 스캔하고(You Scan), 계산한다(You Check out).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고객에겐 궁극의 편리만을 남기는 단순한 접근이 필요하다. 같은 맥락으로 미국의 크로거(Kroger)매장의 무인화기술 역시 스캔(Scan), 백 고(Bag Go)라는 고객편익만 남긴 심플함을 지향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재미’가 있는 콘텐츠

무인화가 주는 진짜 경험, 진짜 편익은 무엇일까? 앞선 사례에서 보듯 속도, 효율, 혹은 비대면성이 주는 편리함이 기본이다. 그러나 그 이면의 감정에는 새롭고 생경함에서 오는 호기심, 기존 쇼핑 환경과 다르다는 점에서 느끼는 재미가 깔려있을 것이다. 기능적인 편리보다 감성적인 차원의 재미는 지속적으로 호기심을 채워줘야 유지될 수 있다.

2. 온갖 첨단 기술이 집약된 모비마트 매장 전경. 출처: 트위터 (클릭시 해당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국내에서도 작년 가을 강남역에 오픈한 올리브영 플래그십 매장에 일부 무인화가 시도됐다. 직원 도움 없이도 가상 메이크업 거울, 스마트 테이블, 키오스크, 스마트 스피커 등이 적용돼 수많은 방문과 공유가 일어났다. 곳곳에 자리한 스마트 테이블에서는 제품 위치, 브랜드 영상, 제품 정보 등을 다이내믹하게 보여주기에 직원과의 접촉 없이도 자유롭게 뷰티제품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직원 없이 구동되는 스마트 기기의 영상에서 고객이 원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그저 브랜드 광고만이 나온다면 초기 관심도 오래가진 못할 것이다. 무인화를 통해 구현된 기술과 콘텐츠 효용은 그것이 지속할 수 있는 재미로 남을 때만이 의미가 있다.

스타필트 고양에 입점한 남성 편집샵 하우디(Howdy)에는 거대한 자판기가 설치돼 있다. 이 대형 벤딩머신은 투명하게 제작돼 주문한 상품을 로봇이 픽업하고 나에게 전달하는 전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제품을 구매하는 순간의 경험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이자, 오프라인 매장으로 집객을 도모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무인화 상품은 이미 검증된 아이템들에 한정한다. 자판기에서 현재 판매되는 상품은 피규어와 나이키 조던 운동화다. 15만원이 넘는 피규어를 자판기로 구매하는 경험, 투명한 대형 벤딩머신에서 보이는 다이내믹한 로봇의 움직임은 그 자체로 유니크한 공간 디자인이자 재미있는 체험이다. 하지만 이 콘텐츠 역시 적절한 변주가 이뤄져야 지속적인 재미를 주는 경험으로 남을 수 있다.

사람이 없어도 기준은 결국 사람

무인화 브랜딩 방향의 큰 지분이 ‘인간’에 있다는 점은 한편에선 참 당연한 얘기이고 어떻게 생각하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최근 무인화 관련된 브랜딩을 진행한 과정을 돌아보며 공통적으로 수렴되는 논의의 핵심 또한 ‘인간’과 연결된 방향이었다. 첨단 기술을 탑재한 제품은 그저 사물일 뿐이지만 브랜드는 차가운 기술 혹은 무신경한 기계로 느껴지지 않도록 인간의 개성과 속성을 대입하게 되는 것이다.

기술을 접하게 되는 메시지와 정보는 고객이 인식하기에 명료할 정도로 단순해야 한다. 무인화로 접수되는 경험과 콘텐츠는 꾸준한 피드백과 트래킹을 통해 지속적으로 고객에게 재미를 줄 수 있어야 한다. 무인화 브랜딩의 기준은 오히려 더 사람일 수밖에 없다.

최첨단 기술의 집합체처럼 보이는 모비마트는 가게나 마트가 없는 외곽지역이나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 활용될 것을 바라면서 개발됐다고 한다. 일본의 편의점 로손은 구인난을 극복하고자 레지로봇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여전히 고객을 응대하고 반갑게 인사하는 직원의 자리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 강조한다. 이처럼 인간을 대체하게 될 미래의 무인화 기술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궁극적인 인간의 편리와 즐거움을 위한 장치들인 셈이다.

필립 코틀러가 말했듯 마케팅 4.0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게임 체인저는 ‘연결성(Connectivity)’이다. 이는 마케팅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켜왔고 이러한 변화 속도가 둔화될 조짐은 전혀 없어 보인다.

무인화는 속도감 있게 그 범위와 분야를 확대시켜갈 것이고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자동화, 효율화해 지금과는 또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새롭게 만들어 갈 것이다. 사물과 사물의 연결성이 고도화될수록 인간과 인간간의 연결성 역시 새로운 의미와 역할을 찾아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정지원
제이앤브랜드(J&brand) 대표이사

정교한 맥락과 매력을 통해 이 시대에 필요한 브랜딩 솔루션을 찾아내느라 골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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