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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는 광고 실험장인가 우회로인가
SNS는 광고 실험장인가 우회로인가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8.02.28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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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성·허위·과장 콘텐츠 범람, 플랫폼 사업자는 ‘나몰라라’

[더피알=안선혜 기자] 기존 전통미디어에서는 불가능의 영역이자, 여러 제약으로 시도되기 어려웠던 광고적 실험들이 콘텐츠란 이름으로 소셜미디어에서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깨어지는 금기와 그럼에도 지켜야 할 규범 사이에 존재하는 구멍도 엿볼 수 있다.

온라인 광고 내지 콘텐츠에 대한 심의가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자료사진)

최근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 헤라(HERA)는 걸그룹 원더걸스 출신 유빈을 모델로 기용해 온라인 광고를 선보였다.

총 네 편으로 구성된 해당 캠페인 영상은 기존 화장품 광고에서는 쉬이 시도되지 않던 남녀 사이 성적 긴장감을 소재로 삼았다. ▷관련기사: 관련기사 바로가기

남자를 뒤에서 끌어안는 손길이 클로즈업되는가하면 ‘내가 못된 상상을 하고 있을 때면 너는 단박에 나를 알아차린다’는 내레이션과 함께 스킨십을 시도하고 ‘나의 못된 상상이 실현되는 순간’이라는 도발적인 멘트와 장면이 이어진다.

다소 파격적인 전개 탓에 영상을 본 소비자들의 평가도 엇갈린다. “매우 도발적이어서 시선을 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영아까지 보는데 광고가 선별되어야지 이건 19금 아닌가요”라며 불편해 하기도 한다.

헤라는 동일 제품을 위한 TV광고에서는 기존 모델인 전지현을 내세워 도회적 이미지의 일반적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지상파 TV 등에서는 시도할 수 없는 과감한 설정의 광고를 온라인을 통해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온라인은 TV에서 진행하기 어려운 광고의 우회로가 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옥션이 진행한 ‘맛있게 즐기고 싶을 땐, 어서옥션’ 캠페인은 외국인 남녀모델이 섹슈얼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이목을 잡아끌었다.

흑백의 화면에 빨간 옷을 입은 두 남녀가 분위기를 잡으며 서 있다가 쏟아지는 물을 탐닉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식으로 묘한 몰입감과 긴장감을 조성했다. 알고 보면 흑백 화면에서 홀로 선명하게 드러나던 색이 각 농산물을 상징하는 것으로, 허탈감과 안도감 속에 웃음을 터뜨리게 되는 구조다. 특유의 개그 요소 덕에 이용자들은 호평을 보냈지만, 해당 광고가 지상파TV에서 나오는 모습은 가히 상상하기 어렵다.

매체별 이중잣대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은 SNS에서 ‘가수들의 소주 술자리’를 영상 콘텐츠로 선보이며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이슬라이브’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유명 가수가 지인과 술자리에서 참이슬을 마시며 라이브를 하는 콘셉트다. 기존 정제된 광고가 아닌 스타의 일상을 보는 듯한 캐주얼함에 이용자들은 호응을 보냈지만 “24시간 접근 가능한 매체에서 청소년들의 모방 음주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함께 받았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종합유선방송을 포함한 TV의 경우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라디오는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주류광고를 할 수 없다. 청소년들이 주로 시청하는 시간을 피하기 위해서다. 영화관에서도 미성년자가 관람 가능한 영화 전후로는 주류광고를 상영할 수 없다.

또 현행법은 음주행위를 지나치게 미화하거나 음주가 운동능력 향상, 질병 치료,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표현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방송심의규정 역시 “음주, 흡연, 사행행위, 사치 및 낭비 등의 내용을 다룰 때에는 이를 미화하거나 조장하지 않도록 표현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시간 제약의 실효성은 보다 따져 봐야할 사안이지만 전통미디어에서는 불가능한 광고적 실험이 소셜미디어에선 콘텐츠란 이름으로 전개되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 해당 영상 콘텐츠는 성인인증이나 로그인 없이도 누구나 볼 수 있고, 온라인 특성상 시간에 관계없이 상시 노출된다.

어찌 보면 청소년들에게 TV보다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SNS에서는 주류 및 유해 광고에 대한 명문화된 규정이 부재한 상황이다. 공익적 차원에서 시청을 막고 있는 전통매체와 역차별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장석권 한국광고법정책연구소 소장은 “콘텐츠와 광고의 경계가 모호해진 상황에서 관련한 기본법은 물론이고 온라인 광고에 대한 정의조차 없는 게 현실”이라며 “법적규제가 아닌 자율규제에 대부분 맡겨져 있지만, 예산이나 행정상의 이유로 지금은 이마저도 거의 시행되고 있지 않다”고 현황을 전했다.

온라인광고에 대한 심의는 한국온라인광고협회(옛 한국인터넷광고심의기구) 내 한국온라인광고자율심의위원회 등에 의해 사전 및 사후 심의가 ‘자율’로 진행되고 있다. 사전 심의는 광고주, 광고회사, 미디어렙사, 매체사 등 유관 기관에서 심의 신청이 있을 때에 이뤄진다. 실질적 제재는 사후심의에 의존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유현중 가톨릭관동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정부 주관 타율규제 및 사전심의는 위헌 판결이 났다”며 “키소(KISO, 인터넷자율정책기구) 등이 가이드를 만들고 자율규제로 정리됐지만, 모니터링 범위가 너무 방대하기에 인력이나 비용 등에서 현실적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희복 상지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방송통신위원회나 방송심의위원회 등에서 보완하려고 수년전부터 연구하고는 있으나 쉽지 않다. 문제가 계속 커지는 건 맞다”며 “페이스북 등은 사실상 광고 매체니까 엄청나게 많은 광고들이 모여 있고, 지난해 발표한 미드롤(중간광고)까지 고려하면 형식과 내용 양쪽 모두에서 문제들이 커질 듯하다”고 바라봤다.

타임라인으로 배달되는 선정성

온라인 광고 내지 콘텐츠에 대한 심의가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여러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유통되는 제품 홍보를 위한 실험 영상들 가운데서는 과도한 설정이나 과장된 판타지들이 등장하는 사례도 심심찮다.

주로 남성을 주소비자층으로 둔 상품 광고들이다. 한 남성이 처음 보는 여자 3명과 키스한다거나, 처음 보는 여성이 상체에 수딩젤을 발라주는 등의 연출이 심심찮게 발견된다. 주로 제품 사용 전후를 비교하는 체험 후기 영상들로, 해당 제품을 쓰면 여성들이 남성에 호감을 느끼게 되는 전개가 대부분이다.

낯선 여성과의 스킨십이란 자극적 소재가 영상의 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활용되는 모습이다. 기존에도 광고 불쾌감이란 건 있었지만, 미디어 환경이 달라지니 훨씬 정교한 타깃팅을 통해 개개인에게 보다 직접적으로 도달되는 점도 문제다.

(왼쪽부터)처음보는 여성 3명이 한 남성에 키스하는 콘셉트로 제작된 체험형 광고와 한 성인용품 광고.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에 빈번하게 올라오는 모 성인용품 광고는 크기가 다른 여러 소시지들을 나열하고 이를 성기 크기에 빗대 한 여성에게 어떤 크기를 가장 선호하는지를 묻는다.

‘키 큰 남자, 그곳이 큰 남자 누가 더 인기가 많을까’란 타이틀을 달고 외모만 봤을 때와 남성의 성기 크기를 알았을 때 호감도가 달라진다는 식으로 실험을 했다. 최종 선택된 남성은 이 회사 제품을 사용해서 커졌다며 “주변 남성 10명 중 반 이상이 기구를 사용하고 있다”는 근거가 명확치 않은 홍보성 멘트를 전하기도 한다. 이들 영상은 민감한 부위를 직접적으로 노출하지 않기에 플랫폼 자체 검열을 피해 10대 이용자들에게도 전달된다.

여러 페이지에 집행한 광고에는 “ㅋㅋㅋ야 말이 되는 소리냐 이게. 그래서 월급이 언제야”와 같은 댓글이 몇 백개 단위로 달린다. 영상의 신빙성을 부정하나 끌린다는 류의 장난스런 댓글이 대다수로, 서로 태그를 통해 친구를 소환하면서 확산시킨다.

일반인 체험 후기 형태의 광고가 SNS에서 비교적 효과적으로 구매 전환을 일으키면서 유사 포맷이 늘어나는 가운데 허위·과장 광고들이 많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

체험형 광고를 보고 믿고 샀지만, 막상 구매하고 보니 효능이 떨어지는 제품이 많다는 보도는 여러 차례 있어왔다. 허핑턴포스트에 따르면 후킹(낚시)을 위해 잘생기고 예쁜 모델을 섭외하고 비포(before) 영상은 포토샵으로 작업해 피부 트러블 등을 꾸며 입히거나, 게시물 댓글에 건당 200원씩 보상하는 방식으로 알바를 동원하기도 한다. 댓글 등 이용자 반응이 많아질수록 영상 확산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워낙 방대한 양의 정보가 쏟아지는데다 법적으로도 사전심의가 불가능하기에 결국에는 다수 이용자들에게 이 같은 외설 내지 과장 광고가 노출되고 난 뒤에야 비로소 신고 등을 통해 게시 중단이나 삭제가 이뤄지는 형국이다.

‘마이웨이’ 해외 플랫폼

보다 관리를 어렵게 하는 건 이 같은 게시물이 올라오는 공간이 주로 외국 기업이 운영하는 SNS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유현중 교수는 “국내 사업자들의 시스템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자리 잡아가고 있는 데 반해,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의 유해정보 범람은 보다 큰 문제”라면서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해외 사업자들은 도통 협조가 되지 않는다. 회의 등에 참석을 요청해도 마이웨이고, 문제가 생기면 나중에 고치겠다는 식으로만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국내 신문사 닷컴 및 인터넷매체라고 예외는 아니다. 장석권 소장은 “사실 국내 포털들은 자체적으로 방송광고에 거의 준하게 규제를 지키고 있다”며 “반면 인터넷 신문사에서 규제가 거의 지켜지고 있지 않다. 자율심의가 그나마 운영돼 왔지만 2~3년 전부터는 거의 시행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외국 기업이 운영하는 sns 플랫폼은 사실상 규제 사각지대가 됐다.

독일 정부에서는 올해부터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폭력적이거나 개인 명예훼손 또는 신나치즘 성향의 콘텐츠 등 유해성 게시물을 발견하고도 24시간 내에 삭제하지 않을 경우 5000만 유로(약 655억원) 벌금을 물도록 했다. 꽤나 강력한 조치로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독일 풍자 잡지가 국수주의 정치인을 풍자하는 기사를 트위터에 올리자 이를 삭제하는 등 시행착오도 겪고 있다.

온라인광고 정책을 총괄하는 통합기구가 없는 점도 유해 게시물에 대한 강력한 정책을 추진해나가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온라인광고 관련 규제는 업종에 따라 주관부처가 나뉜다. 가령 주류 광고는 보건복지부가, 대부업 광고는 금융위원회가, 건강보조식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담당하는 식이다. 온라인 콘텐츠를 방송으로 볼지 전파로 볼지에 대해서도 해석이 엇갈려 업계 자정에 맡기는 자율심의를 대원칙으로 삼고 있다.

유 교수는 “한 곳에 주무부서를 둘 경우 독점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업종별 자율심의를 최선책으로 삼고 있다”며 “다만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주관부서 간 중복심의 등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다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도 있다”고 한계를 짚었다.

장 소장은 “초기에는 온라인 시장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방송광고만 주된 규제 대상으로 삼았는데, 법은 과거 그대로인 채 온라인 광고 시장이 급속하게 팽창했다”며 “결국 주류 광고라는 동일 사안을 놓고도 방송과 온라인이 다른 잣대로 규제를 받고 있는데, 동일콘텐츠는 동일 규제를 적용받는 게 궁극적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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