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드러나는 독재관의 역할
위기에 드러나는 독재관의 역할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18.03.0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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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지난한 토론보다 과감한 대응이 초기 진화
이슈나 위기 발생시 관리를 위해선 어느 정도의 독재관이 필요하다.

[더피알=정용민] 위기시 강력한 리더십 부재는 초기 관리의 타이밍을 놓치고 뒤늦은 실행의 결정적 이유가 된다. 반면, 유사시를 대비해 독재 개념이나 독재관(獨裁官, dictator)의 역할과 책임이 존재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선,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대응이 빠르다. 만약 준비돼 있으면 그 대응은 더더욱 빠르고 정확해진다. 독재관 역할을 맡은 최고의사결정권자가 고도로 훈련 받은 사람이라면 초기 대응은 완벽에 가깝게 실행에 연결이 된다.

빠르게 진화하면서 자사에 압력을 행사하는 이해관계자들의 변화를 독재관은 보다 신속하게 취합 보고받을 수 있다. 지난한 토론보다는 정확한 정보의 공유를 통해 보다 과감한 대응과 지속적인 수정 대응이 가능해진다. 이때부터 위기관리위원회에 참여한 많은 부서장들은 그 독재관을 중심으로 정보 취합, 전달, 의사결정 지원에 우선적으로 집중하게 된다.

만에 하나 초기 실행에 일부 문제가 있었다면 그에 대한 수정 대응이나 개선도 보다 용이하게 된다. 독재관 스스로 초기 실행에서 발생한 문제를 그대로 인정하기만 하면 끝나기 때문이다. 여럿이 문제를 모두 함께 인정하는 것 보다는 이견의 여지가 적어지게 마련이다. 보다 신속한 수정과 개선이 가능해진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의사결정 과정 전반에서 독재관의 실질적 리더십은 점차 강화된다. 일부 초기 대응의 문제가 있었다 해도, 그 이후 신속한 수정과 개선이 잇따르게 되면서 위기관리는 어느 정도 안정화를 기할 수 있게 된다. 위기관리위원회를 구성하는 각 부서장들도 독재관의 의사결정 지원에만 집중하면서 부서별 실행 관제 역할을 맡게 되므로 위기 시 리더십을 독재관에게 의지하게 된다.

독재관은 지속적인 내부 공유와 관제를 바탕으로 부서별 대응 실행에 있어 사일로를 상당수준 방지할 수 있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상호 공유되면서 독재관은 물론 각 부서장들끼리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타이밍을 놓친 트라우마나 잘못된 초기 대응의 개선 수정이 불편하다거나, 조급증과 사일로 등 모든 것이 독재관 체계에서는 상당 부분 극복된다. 물론 독재관 스스로 위기 시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져야 한다는 부담은 있다. 그러나 위기관리가 제대로 되었을 경우에는 스스로의 리더십이 빛날 수 있다는 기회도 존재한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독재관의 역할은 기업 오너가 맡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기업 오너가 충분하게 권한을 위임한 대표이사가 그 독재관이 된다. 그렇기에 모든 의사결정에 있어서 이 독재관의 역할과 책임은 보장받게 되고, 지속적으로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로 조직이 이뤄진 특수집단의 경우에는 이런 독재관 체계가 존재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고민한다. 수평적인 조직 구조를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조직이라면 더더욱 취약하다.

그 대표적인 조직 형태가 대학과 병원 그리고 종교단체다. 대학의 경우 위기관리를 힘들어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위기관리 시 독재관 역할을 할 직책자의 부재를 꼽는다. 형식상 대학총장이 독재관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그 독재관의 리더십을 따르지 않는 강한 팔로어들이 위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각기 대응 전략과 방식을 가지고 토론에만 주로 집중하면서 골든타임을 보내는 현상이 그래서 발생한다.

수평적인 조직 구조는 위기시 오히려 의사결정 부재로 이어진다.

병원도 마찬가지다. 의료원장이나 병원장이라는 직책이 독재관의 역할을 해줘야 위기를 관리 할 수 있는데, 실제로 그런 강력한 리더십은 좀처럼 보기가 힘들다. 각 전문분야 시니어 의사들이 독재관 한 명의 의사결정에 동의하려 하지 않는다. 독재관의 대응 지시에 대해서도 각자 이견이나 불만을 표하게 되면 상황은 관리하기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종교단체나 협회 같은 특수집단도 별반 다르지 않다. 똑같이 독재관 체계가 존재할 수 없는 구조로, 위기관리에는 시종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조직 체계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도 상당히 많은 위기관리 실패 사례가 이와 같은 조직 체계를 가진 단체에서 발생한다.

이해하기 쉽게 군대에 비유해 보자. 적군과 전쟁을 해야 하는 조직이 군대다. 적이 전쟁을 개시해 오면 그에 대응해서 몇 분 내에 의사결정을 내려 군대를 움직여야 살아남는다. 이런 몇 분 내 대응이라는 의사결정은 이미 미리 준비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적이 이렇게 할 경우 우리는 이렇게 대응한다는 대응 시나리오에 따르기 때문에 의사결정에서 실행까지의 시간을 최대한 단축할 수 있게 된다. 독재관인 지휘자는 그에 따라 스스로 명령을 내린다.

반면, 적이 도발했을 때 지휘부가 모두 모여서 각자 상황에 대한 토론을 하고 상호간 합의를 도출해 대응을 결정한다고 상상해 보자. 쏟아지는 적군의 미사일 포화 속에서 우리 군의 일선은 대응 타이밍을 놓치게 될 것이다. 지휘부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일선의 대응은 체계성을 갖기 힘들게 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 그대로가 되는 것이다. 초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전세가 지속 악화되면 각 예하부대들은 각자 살기 위해 지역적인 대응을 하게 된다. 더욱 더 중앙에서 전세를 파악하기는 힘들게 되고, 각 부대별로 다른 부대가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모른 채 싸우는 사일로가 발생한다. 이런 상황은 피해야 한다.

위기관리위원회가 양질의 정보를 충분히 공유하고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원론적으로는 지향해야 하는 위기관리 체계다. 그러나 때때로 오너나 대표이사는 위기 시 독재관으로서 위기관리위원회를 물리고 홀로 판단해 결정해야 할 일도 있을 수 있다. 그럴 때는 철저하게 독재를 발휘해야 한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성공했던 위기관리 리더십은 대부분 지루한 토론이나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합의결정 된 리더십이 아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기업의 철학과 원칙에 기반했다면 그 독재관의 의사결정은 당연히 존중받고 평가받아야 한다. 그가 경험 있고 제대로 훈련 받은 자라면 더더욱 그의 의사결정은 탄탄하게 실행에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독재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조직과 독재관 스스로 공히 준비돼 있다면 위기관리를 위한 가장 이상적인 체계가 될 수 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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