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리얼’을 원한다”
“소비자는 ‘리얼’을 원한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8.03.05 15: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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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브랜트 허스트(Brant Hirst) 나이키 코리아 마케팅 상무

[더피알=강미혜 기자] 나이키는 제품 너머 소비자의 워너비(wannabe)를 건드리는 브랜드다. 그것이 함축된 슬로건이 ‘저스트 두 잇(Just Do It·그냥 하자)’이다. 나이키가 젊은 에너지와 도전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이다.

나아가 올해 나이키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미친 존재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나이키 코리아 마케팅을 지휘하는 브랜트 허스트(Brant Hirst) 상무는 꽤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미친 존재감을 강조했다.

호주 멜버른 출신의 브랜드 허스트 상무는 18년간 마케팅 분야 및 스포츠 산업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라이온나단(lion nathan) 그룹의 맥주 관련 사업부에서 브랜드 매니저로 근무하며 스포츠 스폰서십을 진행했고, 2014년 호주 및 뉴질랜드 지역 스포츠 총괄 담당자로 나이키와 첫 인연을 맺었다. 여성 고객을 대상으로 한 나이키 호주 비즈니스 전략 수립과 실행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다 2017년 11월 나이키 코리아에 합류했다.

2018 브랜드 캠페인으로 ‘미친 존재감 JUST DO IT’을 론칭했다. 간단히 소개해 달라.

행동을 독려하는 캠페인이다. 한국 젊은이들이 자기 길을 개척할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것과 자신의 삶을 얼마든지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스포츠로 에너지를 얻고 운동선수와 인플루언서를 통해 스토리텔링하면서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아울러 나이키의 혁신 폼인 나이키 리액트(React·새로운 쿠셔닝을 적용한 제품)를 직접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미친 존재감’이라는 말은 수년 전 무한도전이란 예능에서 크게 유행했다. 저스트 두 잇의 시크함에 비해 다소 유치한(?) 것도 같다.

거기(무도)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온 건 아니지만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사용됐다는 말을 듣긴 했다. 나이키가 얘기하는 미친 존재감은 소비자들에게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목표를 성취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미친 존재감 발음이 꽤 정확한데 연습했나.

몇 번 하긴 했다.(웃음)

나이키는 올해 캠페인 시작과 함게 ‘런 잇(RUN IT)’ 영상을 공개했다. 박재범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만들어진 힙합곡을 BGM으로 쇼트트랙 선수 심석희를 비롯해 국내 최초 혼혈 모델 한현민, 한국의 대표 여성 래퍼 제시, 아이스하키 국가 대표팀, 탈북 복서 세계 챔피언 최현미 등이 등장한다. 스포츠와 대중문화를 넘나드는 스토리텔링 전략이다.

캠페인 영상 런 잇을 보면 스포츠와 힙합, 셀럽을 결합한 뮤직비디오 형태다. 글로벌적으로 최근 공개된 다른 영상을 봐도 공통적으로 힙합을 입고 있던데, 밀레니얼 세대들이 좋아하는 코드로 해석해도 되는 건가.

나이키는 지금껏 소비자들이 관심 있는 것들에 대해 소비자의 방식대로 소통해왔다. 이번 뮤직비디오에 인플루언서(래퍼)를 등장시킨 이유는 자기 길을 스스로 개척하면서 그만의 존재감을 드러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힙합이란 음악은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시키는 감성적인 매개체라고 판단했다. 여기에 스포츠는 나이키의 브랜드 DNA 그 자체이다. 스포츠와 음악, 인플루언서가 잘 어우러져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

스포츠 분야 모델 중에서 빙속 여제 이상화와 쇼트트랙 스타 심석희가 있던데 혹시 평창동계올림픽 특수를 노린 건가.(웃음)

그렇진 않다.(웃음) 나이키와 두 사람은 수년 전부터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올림픽을 떠나) 워낙 각자의 분야에서 열정이 크고 귀감이 되는 선수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나이키 역시 스포츠 브랜드로서 그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트레이닝이라든지 러닝에서 지속적으로 돕고 있다.

허스트 상무는 올해 나이키 캠페인의 특징으로 "소비자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운동선수와 인플루언서의 밸런싱"을 꼽았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두 선수가 특별히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기에 나이키 입장에서도 기분 좋은 뉴스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나이키가 올림픽 공식 스폰서가 아니기에 직접적인 후광효과는 없다. 그럼에도 놀라운(amazing) 선수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나 역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캠페인은 새내기들이 새롭게 출발하는 시점에 맞춰 진행되고 있다. 그런 만큼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젊은 세대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운동선수를 모델로 발탁했다. 비단 동계스포츠 선수 뿐 아니라 모델로 나선 복서나 축구선수 등도 마찬가지다.

종전 캠페인과 다른 혹은 새로워진 점이라면.

크게 두 가지에서 차이가 있다. 첫 번째는 소비자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운동선수와 인플루언서를 적절히 밸런싱 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소비자들과의 대화에 있어 나이키의 혁신을 보여줄 수 있는 제품을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영감과 혁신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이런 전략이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이키는 올해 ‘무브 새내기’란 이름의 오프라인 이벤트도 마련했다. 2월 3일부터 약 한 달 간 복싱과 댄스, 축구, 러닝으로 구성된 스포츠 이벤트를 서울 곳곳에서 순차적으로 진행, 3월 3일 스포츠와 음악이 공존하는 한강 페스티벌로 마무리됐다.

캠페인의 중요 매개체가 음악이어서 그런지 래퍼와의 협업이 눈길을 끈다. 차별화 포인트인가.

꼭 그렇진 않고 차이 중 하나이다. 나이키는 오랫동안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인플루언서들과 관계를 맺어왔다. 다만 사람들이 예전보다 더 인플루언서에 대해 많이 얘기하고 주목하다 보니 더욱 부각되는 듯하다. 물론 운동선수 외 인플루언서를 캠페인 전면에 내세운 건 새로운 시도였다. 약간의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을 했다고도 볼 수도 있는데, 다행히 선수들과 밸런스가 잘 맞았다.

많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그렇지만 나이키와 아디다스, 언더아머 등 유명 스포츠 브랜드의 경우 유독 젊은 소비자 대상 캠페인 전략을 잘 펼치는 것 같다.

모든 브랜드를 다 대변하긴 어렵지만 나이키의 경우 몇 가지에서 기본을 잘 한다. 우선 우리의 주 고객인 운동선수들이 어떻게 하면 최고의 잠재력을 발휘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고, 그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최상의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것이 모든 캠페인의 출발점이 되기에 나이키를 찾는 소비자들에게도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된다.

또 하나 나이키는 감성적으로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를 잘 찾아낸다. 즉,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읽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지금껏 나이키가 진행해온 여러 스포츠 캠페인과 지난해 미국의 평등(Equality) 캠페인 그리고 올해 미친 존재감 모두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지점을 파악해서 부응하려고 노력한 것이다.

나이키는 캠페인 론칭과 함께 오프라인상에서 '#미친 존재감 인스턴트 고 런' 이벤트를 개최했다. 사진은 지난달 24일 서울 신촌에서 진행된 행사 전경.

그렇다면 요즘 소비자들이 브랜드에 기대하는 바는 뭔가. 바꿔 말해 요즘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선택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뭐라고 생각하나.

캠페인을 차치하고 요즘 소비자들은 리얼(real)을 원한다. 브랜드가 무엇을 대표하는지 알기 원하고 그 브랜드가 나의 삶에 있어 유용하게 다가오길 기대한다. 단순히 기능적 유용성을 말하는 건 아니다. 공감할 수 있는 방법으로 브랜드와 소통하고 브랜드가 정말 나의 감정을 이해하는 느낌을 받길 원하며, 동시에 브랜드를 통해 자신의 니즈가 충족되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요즘과 같은 심각한 세상 속에서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어떤 재미(fun)를 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답변과 동시에 허스트 상무는 동일한 질문을 기자에게 던졌다. “당신이 생각하기에 요즘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선택하는 기준은?”

이에 대해 ‘팬(fan)’의 개념을 언급했다. “브랜드에 어떤 환상을 갖고 맹목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제품이나 스토리가 각자의 취향으로 다가올 때 요즘 소비자들은 그 브랜드의 팬이 되는 거 같다. 나이키가 얘기하는 혁신과 영감도 결국은 자기코드와 맞아야 하는 거 아닌가. 지금 시대엔 큰 틀에서 브랜드 가치와 철학을 보여주고 인공지능이든 빅데이터든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을 건드리는 세밀한 대화법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질문할 거리만 생각하다 역으로 당하니(?) 당황스럽다.(웃음) 다시 인터뷰어 역할로 돌아가서 나이키는 소비자이자 지지자로 활동하는 팬심을 끈끈하게 붙잡아두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궁금하다.

첫째로 소비자를 깊이 있게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이를 위해 고객 이야기를 경청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두 번째론 실질적인 혁신을 통해 제품 자체가 소비자들에 유용하도록 하고 있다. 골프가 됐건 테니스가 됐건 러닝이 됐건 우수한 퍼포먼스를 낼 수 있고,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것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노력한다. 세 번째로는 그런 이해와 혁신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거다. 진정성 있는 메시지로 감성적인 공감대를 형성한다.

요즘 주목하는 글로벌 트렌드 또는 이슈가 있다면.

글로벌적으로 공통된 이슈는 아니지만 프로젝트 하나를 소개하고 싶다. 호주에서 7년 반 정도 나이키 브랜드를 담당했는데, 지난해 호주에선 동성결혼 허용여부에 대한 중요한 투표가 있었다. 해당 이슈 자체가 스포츠와 관련은 없지만 나이키 호주도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꼭 스포팅 순간이 아니라도 소비자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에 있어 브랜드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 브랜드도 각자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평등(equality)'의 메시지를 담은 나이키 2018 에어 조던. 출처: 나이키 미국 홈페이지

사회적 의제에 대한 관여는 브랜드 철학을 드러내주기도 하지만 때로 부정적 여론에 휩싸이게 만드는 빌미가 되기도 한다. 한국의 경우 최근 들어 젠더이슈가 심심찮게 돌출되는데, 브랜드가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는 데 있어 조언해 줄 점은.

일단 해당 이슈를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 어떤 식으로든 목소리를 내긴 어렵다. 나이키도 브랜드와 관련 없는, 혹은 잘 모르는 사안에 대해선 관점을 표시하는 데 대단히 신중하고 조심스럽다. 하지만 이슈를 정말 깊이 있게 이해하고, 그것이 소비자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엔 뚜렷이 구분됐던 마케팅과 PR, 광고의 기능과 역할이 디지털로 모두 융합되고 있는 추세다. 이 일을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들을 ‘커뮤니케이터’라고 통칭했을 때, 당신이 생각하는 디지털 시대 커뮤니케이터가 당면한 도전은 뭐라고 생각하나.

디지털이 더 이상 하나의 채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비자 행태(behavior) 관점에서 디지털을 바라봐야 한다. 단순히 많은 소비자에게 도달하기 위한 크리에이티브를 펼치는 곳이 디지털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여정 일부라고 생각해야 한다. 소비자의 삶을 이해하려는 실질적인 관점에서 디지털을 봐야 어떻게 하면 좀 더 인터랙티브하게 소통할 수 있을 것인지도 이해된다. 항상 소비자 입장에서 소비자 환경을 생각하다 보면 커뮤니케이터가 당면하고 도전받는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젊은 마케터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소비자를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건 누구나 인정하지만 적합한 방법을 찾기는 어렵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나이키 코리아 로컬팀 자체도 늘 업무의 일부분을 할애해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소비자를 이해하기 위한 시간으로 삼는다. 이것이 소비자를 이해하는 방법(how)에 대한 답변이 되진 않겠지만, 이런 생각이 조직문화의 일부가 되면 잠재성이 좀 더 발현되지 않을까 싶다.

허버트 상무가 나이키 강남 매장에서 혁신적이라 자평하는 리액트(쿠셔닝 폼) 적용 신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나이키 코리아 마케팅 총괄로 부임한 걸로 알고 있다. 한국은 첫 방문인 건가.

한국과는 재미있는 스토리가 있다.(웃음) 호주 밖을 나서 처음으로 왔던 도시가 서울이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도 2011년, 2015년도에 두 번 정도 더 방문했다. 그만큼 더 애정이 가는 곳이다.

한국과 한국 소비자들에 느끼는 바는.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속도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굉장히 빠르게 트렌드와 기술을 받아들인다. 또 하나 인상적인 건 과거엔 한국이 다른 나라에서 영감을 받다가 이제는 영감을 주는 나라가 됐다는 점이다. 호주는 세계 여러 대도시에 영향을 많이 받곤 하는데 요즘은 서울이 패션, 기술, 스포츠 퍼포먼스 등에 있어 귀감이 되는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에 와서도 매일 매순간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고 있다.(웃음) 많은 에너지를 얻고 있어 기쁘고 앞으로 더 기대가 된다.

캠페인으로, 또 개인적으로 한국 시장에서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포부.

계속해서 캠페인의 여정을 이어나가길 바란다. 한국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고, 진정으로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나이키의 혁신을 계속 이야기할 것이다. 브랜드팀 입장에서도 올바른 행동, 의미 있는 영향을 줄 수 있는 일들을 만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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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ㅕㅇ 2018-03-08 07:32:15
나이키 사랑해요!! 미친 존재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