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덮친 미투, 본질 흐려질라
정치권 덮친 미투, 본질 흐려질라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8.03.07 09: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디어리뷰] 안희정 성폭행 후폭풍…경향신문 “더 이상 성역은 없다”
주요 이슈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논평, ‘미디어리뷰’를 통해 한 눈에 살펴봅니다.

오늘의 이슈 안희정 성폭행 파문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뉴시스

[더피알=이윤주 기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행 파문이 정치권의 미투 운동을 촉발시킬까.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꼽혔던 안 전 지사의 이중적 모습이 국민들에게 큰 분노와 실망감을 안긴 가운데, 사회 곳곳에서 불어닥친 미투 열풍에서 비교적 빗겨가 있던 정치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안 전 지사의 여성 정무비서 성폭행 사건은 당사자인 김지은씨가 지난 5일 JTBC에 출연해 직접 폭로하면서 드러났다.

김씨는 “수행비서로 일하던 지난해 6월 말부터 8개월 동안 4차례 성폭행과 수시로 성추행을 당했다”며 “지사님 표정 하나 일그러진 것까지 다 맞춰야 하는 수행비서였기 때문에 아무것도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권력관계에 의한 성폭력임을 짐작케 한다.

이 사실이 알려진 직후 안 전 지사는 직을 사퇴하고 정치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후폭풍은 곧장 정치권을 향했다.

민주당 의원실에서 일했던 여성 보좌관이 남성 보좌관으로부터 3년간 성폭력을 당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권위주가 팽배한 정치문화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미투로 상징되는 인권 문제를 정치적 이슈로 연결시켜 본질을 흐리면 안 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한국일보는 “여야를 막론하고 권력 추구와 권위주의가 팽배한 정치권은 성 범죄 소문이 끊이지 않던 곳”이라며 “상대방의 성폭력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하기보다 스스로의 내부에 이런 ‘권력형’ 성 범죄가 없는지부터 신경을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안희정 전 지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사과문.

△경향신문: ‘안희정 성폭행’ 폭로한 미투, 거대한 변혁은 시작됐다

경향신문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향한 ‘미투’는 한국의 미투 운동이 새로운 분수령을 맞았음을 웅변한다”며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마저 도도한 물결 앞에 추한 맨얼굴을 드러내면서, 미투는 거대한 변혁운동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두려움을 딛고 목소리를 낸 피해자들이 한국 사회의 위선과 폐습을 폭로하며 기득권 이데올로기를 깨부수고 있다. 더 이상 성역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시민의 분노가 더 큰 까닭은 안 전 지사가 보여온 행보 때문”이라며 “스스로를 ‘민주주의자’ ‘인간주의자’로 불러온 그는 성소수자와 외국인 등 소수자들의 인권 보호에 힘써왔다. 최근 자유한국당이 과반을 차지한 충남도의회가 충남도인권조례 폐지를 결의하자 역풍을 각오하고 재의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또 “2016년에는 ‘양성평등은 성을 뛰어넘는 인류사의 과제’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며 “안 전 지사의 몰락은, 성폭력이 ‘나쁜 남자’ 몇몇의 예외적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적 구조와 문화로부터 기인한 것임을 일깨운다”고 봤다.

△한국일보: ‘권력형’ 성범죄 근절을 재촉하는 안희정 성폭행 파문

한국일보는 “안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2위를 기록한 거물 정치인이다. 그만큼 국민이 받은 충격과 배신감이 클 수밖에 없다”며 “더욱이 평소 여성 인권을 강조하고 김씨의 폭로 당일에도 직원들에게 ‘미투’ 운동 동참을 당부했다니, 그의 이중적 행태에 말문이 막힌다”고 전했다.

이어 “여야를 막론하고 권력 추구와 권위주의가 팽배한 정치권은 성 범죄 소문이 끊이지 않던 곳이다. 안 지사의 성 범죄는 어쩌면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라며 “국회 보좌진이 모인 SNS에선 권력형 성 범죄를 추가 폭로하겠다는 미투 동참 글이 이어지고 있다. 어느 정당에서 추가 폭로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봤다.

한국은 “미투 운동이 정치권 전반에 번진다면 지방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당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 성폭력 전력 유무는 결정적 잣대가 될 전망”이라며 “따라서 여야는 상대방의 성폭력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하기보다 스스로의 내부에 이런 ‘권력형’ 성 범죄가 없는지부터 신경을 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선일보: 안희정 前 지사의 충격적인 뒷모습

조선일보는 “이 사건이 정치권 성폭력 고발의 계기가 될 가능성도 보인다”며 “당장 국회 홈페이지에는 민주당 의원실에서 일했던 여성 보좌관이 남성 보좌관으로부터 3년간 성폭력당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그동안 국회의원들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성폭행, 성추행 추문은 끊임이 없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일부 정치인들이 자신의 지역에서 황제처럼 살면서 권한 내에 있는 여성들을 성적 대상으로 삼는다는 지적이 틀린 말이 아니었다. 이 기회에 정치권 내 잘못된 문화 자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선은 “민주당은 관련 보도가 나온 지 몇 시간도 안 돼 그를 제명했다. 그 신속함은 청와대 탁현민 행정관에 대해 아무런 조치가 없는 것과 너무 대비된다”며 “탁씨는 성폭행은 아니라고 해도 너무나 노골적인 여성 비하를 자랑하듯이 책에 써 출판까지 한 사람이다. 이 사람의 건재 자체가 이 정부와 청와대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 이제 국민이 김지은씨 지켜줘야

중앙일보는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가해자로 지목된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어제 사임했다. 경찰은 내사에 착수했고, 피해자인 김지은씨가 서울서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함에 따라 검찰 수사도 시작될 것”이라며 “안 전 지사는 29년의 정치 인생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고, 하루아침에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에서 성폭행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했다”고 밝혔다.

이어 “두려움을 떨쳐내고 힘들게 미투 고백에 나선 김지은씨를 국민이 지켜줘야 한다. 하지만 인터넷에선 인터뷰 시기 등을 언급하며 음모설을 퍼뜨리거나 말초적인 호기심만 충족시키려는 이들이 있다. 이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심각한 2차 피해를 주는 몰지각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중앙은 “이런 점에서 안 지사의 트위터 지지자 그룹인 ‘팀스틸버드(@TeamSteelBird)’의 선택은 주목할 만하다”며 “이들은 ‘가해자의 정치 철학은 더 이상 우리에게 의미가 없다’며 지지를 철회하며 활동 종료를 선언했다. 또한 ‘이번 사건에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곁에 서겠다’며 ‘피해자에게 연대와 지지를 전하며 향후 2차 가해에 함께 대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팀스틸버드처럼 국민 모두 김씨와 함께했으면 한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