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직장인들은 이모티콘으로 말한다
요즘 직장인들은 이모티콘으로 말한다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8.03.1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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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콘셉트 ‘오피스 이모티콘’ 인기…각양각색 상황 속 공감·사이다·위로 담아내

[더피알=이윤주 기자] 직장인이라면 가슴에 품고 사는 ‘말’ 하나쯤 있기 마련이다. 모바일 메신저에는 업무 스트레스, 상사에 대한 불만, 점심 메뉴 고민, 야근 피로 등을 토로한 흔적이 남아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요즘엔 직장 생활을 콘셉트로 한 이모티콘이 인기를 끌고 있다.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직관적으로 공감백배의 심정을 대변해주기 때문이다.

오피스 이모티콘. 출처: 카카오 샵

최근 카카오 이모티콘 스토어에는 ‘직장인들을 위한 오피스’ 추천 코너가 한시적으로 만들어졌다. 이 중에는 특정한 직업군에서 사용되는 전문용어인 업종별 타깃 이모지도 있다.

한 예로 ‘폭스 로퍼씨의 개발일지’는 개발자에게 이입해 공감을 이끌어낸다. 복잡한 코드로 가득한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캐릭터의 표정과 문구는 개발자들의 희로애락을 잘 보여준다.

‘폭스 로퍼씨의 개발일지’ 이모티콘. 출처: 카카오 샵

‘이상한 코드를 발견했어요’ ‘버그가 아니라 기능이에요’ ‘리얼서버 배포완료’ ‘테스트 서버 배포 됐나요’ ‘테스트 서버 죽었나요?’ ‘SLEEP 8h’ ‘RTFM’ ‘재현이 안되네요’

광고나 홍보 등 대행업 종사자들이 마주하는 고충 사항을 담은 이모티콘도 있다. 흔히 클라이언트와 미팅 시 듣게 되는 난감한 요구사항을 꼬집는다.

‘무리한 요구를 하는 클라이언트’ 이모티콘. 출처: 카카오 샵

‘화려하면서 심플하게 해주세요’ ‘클래식하면서 모던한 느낌으로요’ ‘뭔가 2% 부족한데 그게 뭔지 모르겠어요’ ‘알아서 잘~ 해주실 거죠?’ ‘이거다 하는 느낌이 없네요’ ‘이런 건 5분이면 하죠?’

직장인들 사이에서 돈다는 ‘넵!병’을 활용한 사례도 있다. 넵병은 상사가 하는 말에 ‘네’, ‘예’ 대신 적당한 의지가 담겨있는 ‘넵!’으로 대답하게 된다는 의미다.

이에 착안해 “넵!” 뒤에 붙는 부호, 표정, 손짓에 따라 ‘넵’ ‘넵!’ ‘네!’ ‘네...’ ‘네에!?’ ‘네넵!’ ‘네에...’ 등 미묘한 차이를 집어낸 ‘넵!모티콘’이 인기다.

‘넵!모티콘’ 이모티콘. 카카오 샵

아울러 MBC ‘무한도전’의 무한상사편 짤을 이용한 이모티콘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유재석 부장과 나머지 팀원 간의 갈등을 재밌게 풀어내면서 ‘어휴 하기 싫어’ ‘집에 가자!’ ‘기다린다 월급날’ 등의 자막을 배치해 재미를 안겼다. 또 프레젠테이션 당시 박명수의 ‘꿈은 없고요 그냥 놀고 싶습니다’는 한 마디는 전설의 짤로 회자된다.

이밖에도 ‘나가라 일터로! 나에겐 빚이 있다!’ ‘내 월급 작아, 귀여워’ ‘보람따위 됐으니 야근수당 주세요’ 등의 유행어를 활용한 캐릭터도 눈에 띈다.

‘나가라 일터로! 나에겐 빚이 있다!’ 이모티콘. 출처: 카카오 샵

이처럼 직장인을 콘셉트로 한 이모티콘이 부쩍 많아진 것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단순히 그림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글자만으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 상황을 이모티콘을 활용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본인의 힘든 상황을 재치 있고 재미있게 표현해준다”고 전했다.

네이버에서 운영하는 그라폴리오 마켓에도 업무에 찌든 직장인을 표현한 스티커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바견의 귀여움과 비속어가 동시에 떠오르는 중의적인 캐릭터 시로를 내세운 ‘시바직장인 시로’ 편이 대표적인 예.

시로는 오랜 야근과 운동부족으로 배가 불룩하게 나온 캐릭터다. 술을 따라 마시며 ‘아 견생이여’ 한탄하기도 하고, 컴퓨터 앞에서 ‘퐈이팅!’ 하며 두 눈을 반짝이고, ‘개노답’이라며 곁눈질하기도 한다.

‘시바직장인 시로’ 스티커. 출처: 네이버 그라폴리오마켓

직장인 이모티콘을 애용한다는 29세 직장인 이모씨는 최근 ‘퇴사꿈나무’ 상품을 구매했다. 평소 입밖으로 꺼내는 말이라든가 분위기가 어딘지 우울해 보이는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씨는 “‘더자고싶다’ ‘집에가고싶다’ ‘점심 뭐먹지’ ‘나는바보야’ ‘월요일 오지마’ 등 출근부터 퇴근까지 매일 반복하는 단어가 모여있어 신기했다. 특히 캐릭터의 미세한 표정이 포인트인 것 같다”며 “친구나 지인들에게 내 기분이나 상태를 알릴 때 텍스트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 자주 사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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