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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터지는 정부 사이트, 편하라고 만든 거 맞나
속 터지는 정부 사이트, 편하라고 만든 거 맞나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8.03.09 09: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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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편의적 용어·시스템 여전…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공공서비스 수준은 ‘낙제점’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서 확정일자 신청하다가 울 뻔했다. UX/UI의 지옥이라고 일컬어도 부족해”

“우리나라는 뭐든 인터넷 대신 제 발로 걸어서 관공서 가서 번호표 뽑아서 기다리는 게 가장 빠릅니다”

“정부 사이트는 설치프로그램과 자신들만 아는 언어의 사이트죠. 친절함이라고는 1도 없는…”

[더피알=박형재 기자] 최근 지인이 SNS 올린 글과 그 아래로 달린 댓글들입니다. 이용자들의 분노가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정부나 민간이나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기 바쁜 판국에 정부 서비스는 3차 산업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지적입니다. 게시물 작성자와 직접 통화해봤습니다.

“주택을 계약하고 확정일자를 받기 위해 대법원 등기소에 접속했어요. 일단 첫 단계부터 걸리더군요. 회사에서 맥(Mac)을 쓰는데 윈도우 OS가 아니면 민원서비스를 지원하지 않아요. 이것저것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겨우 접속했더니 용어들이 지극히 행정편의적이어서 일반인들은 뭔 말인지 알기도 힘들었어요. 예를 들어 ‘건물번호’를 입력하라는데, 이게 뭔지 설명이 없는 식입니다. IT기업에 다니는 제가 이정도로 헤매는데 다른 분들은 오죽할까요.”

sns에 올린 대법원 사이트 이용 후기에 불만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대법원 인터넷 등기소는 부동산 및 법인등기부등본 열람, 발급, 신청사건 처리현황조회 등 각종 민원을 지원하는 홈페이지인데요, 실제로 확인해 보면 불만을 터뜨릴만 합니다.

우선 윈도우OS를 제외한 맥이나 크롬에선 접속 자체가 안됐고, 키보드보안 등 각종 프로그램 설치를 요구해 한 번 이용하려면 적잖은 인내를 요합니다. 용어들 역시 법정용어가 그대로 쓰여 불친절합니다.

IT강국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공공 서비스 관련해 이런 불만과 지적은 사실 오래 전부터 있어왔습니다. 대표적인 게 엑티브X(ActiveX) 논란입니다.

엑티브X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E)에서만 실행되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공인인증서 등에 엑티브X 인증방식만을 고집해 어쩔 수 없이 IE를 사용하게 만들었죠.

대법원 인터넷 등기소는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아니면 민원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다.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2017년 11월 기준 글로벌 웹-모바일 브라우저 점유율은 △1위 크롬 55% △2위 사파리 14.76% △3위 UC브라우저 7.99% △4위 파이어폭스 6.1% △5위는 IE 3.88% 순입니다.

그러나 국내 점유율은 1위 크롬 51.7%에 이어 IE 2위(23.42%), 사파리 3위(10.23%)로 차이가 납니다. 정부의 ‘엑티브X 사랑’이 이런 점유율에 영향을 준 셈입니다. 결국 정부는 2020년까지 엑티브X와 공인인증서를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다른 논란도 이와 비슷합니다. 정부 문서는 ‘아래한글, HWP 파일’로만 되어 있어 불편하다는 비판입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와 화제가 됐죠.

‘공공기관 한글(HWP) 독점을 금지시켜 주세요’라는 청원 작성자는 “나는 hwp를 쓰지 않는데 대부분 공공문서는 서류를 hwp로 주고받아 어쩔 수 없이 한글을 구입해야 한다”며 불편함을 호소합니다. “공공문서를 PDF 혹은 워드로도 제출할 수 있도록 해야지 왜 정부가 특정 기업의 소프트웨어를 살 수밖에 없도록 만드냐”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민간 기업은 업무용으로 MS 오피스를 쓰는 경우가 더 많죠. 외국계 기업일수록 이런 흐름이 두드러집니다. 2월28일 올라온 게시글에는 3월9일 오후 4시 기준 3395명이 공감을 표시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부나 지자체, 공공기관들이 내놓는 공공앱들이 정작 국민들에겐 외면받으며 세금 잡아먹는 하마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도 많습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대법원 인터넷 등기소 앱’에 대한 평가에는 “검색하기 너무 어려움” “열람만 되고 발급이 안되네요” 등의 불만이 올라와있네요.

정부는 왜 공공서비스를 이렇게밖에 하지 못할까요? 전문가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박용성 단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처음 홈페이지를 구축할 때 당시 시장지배적인 IE 기반으로 만들었는데, 크롬 등 새로운 웹브라우저에 적응하려면 비용이 많이 드니 내버려뒀던 것이 이런 불편을 초래했다”고 말합니다. 정부의 행정편의적 태도와 비용 문제가 맞물려 서비스 품질이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진단입니다.

사정을 잘 아는 관련 업체 대표 역시 “정부가 홈페이지 보안 문제에만 치중해 국민들의 요구는 수용하지 못했다”고 지적합니다. ‘사고나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설치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정작 민원서비스의 본질인 국민은 배려하지 못했다는 비판입니다.

다만 “그나마 조금씩 개선되고 있고, 이것도 정부부처마다 차이가 좀 있다”며 “국세청, 건보공단, 교육부 등 국민에게 돈을 걷거나 학부모와 자주 소통하는 부서는 상대적으로 UX·UI가 쾌적하다”고 전했습니다.

확인해보니 정말 그렇습니다. IE에서만 접속되는 대법원과 달리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크롬에서도 접속 가능하네요. 홈페이지 하단에는 친절하게 한글, 엑셀 뷰어 다운로드 링크를 걸어놓고 “페이지 내용이나 사용 편의성에 만족하십니까”라고 묻는 부분도 있습니다.

건보공단 민원서비스는 대법원과 달리 크롬에서도 접속 가능하다.

결국 정부부처 의지에 따라 서비스 이용자를 먼저 생각하는 페이지를 만들 수도 있는 것입니다. 물론 예산이나 보안문제 등 각각의 사정이나 상황은 다르겠지만 공무원 편의보다는 국민 편의를 먼저 생각하는 시스템이 될 순 없을까요?

이런저런 궁금증을 안고 대법원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빙글빙글 돌다가 겨우 담당자와 닿았지만 그는 서면으로 질문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만 하루가 다 되도록 답변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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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 2018-03-11 13:26:38
참여정부 시절 정보투명성을 목표로 자동화 시스템 도입 등 정부 내부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뤄냈지만, 그 이후 웹 환경 변화에 따른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죠.